안대환 목사 / 서울동남노회 새하늘교회 담임
 

전지전능(全知全能)은 본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신적 속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최근 109회기 총회 재판국의 일련의 판결을 살펴보면, 마치 스스로 전지전능한 존재라도 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법과 원리에 근거한 겸손한 판단이 아니라, 모든 것을 아는 듯, 죽이고 살리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듯한 자의적 권한 행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와 장로를 죽이시고∼∼

필자가 제110회기 총회에서 총회 재판국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재판국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결코 잘못이 없다고 여기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본래 재판국의 사명은 교회의 분쟁을 화해와 공정한 재판을 통해 해결하며, 상처 입은 교회를 살려내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총회 재판국은 교회를 살리는 대신, 죽이는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재판의 근본은 언제나 사실관계에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 위에만 정의로운 판결이 세워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총회 재판국은 사실을 외면한 채, 원고나 피고의 의지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판단하며, 죄가 아닌 것을 죄라 규정하여 한쪽을 무너뜨리는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산 동현교회 사건입니다. 장로 네 분을 면직과 출교로 몰아넣은 그 판결은, 법적 절차도 증거도 아닌, 이해관계에 기댄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을 승리하게 하려고 억지로 법리를 끼워 맞추는 재판이었으며, 그 결과 교회는 더욱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교회를 살리라고 세워진 재판국이 오히려 교회를 죽이는 도구가 되고 있는 현실 — 이것이 바로 총회 재판국이 폐지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동현교회 사건에서 고소인이 제기한 핵심 죄목은 ‘허위 사문서 작성 및 행사죄’와 ‘명예훼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평남노회 기소위원회와 노회, 그리고 총회 재판국은 무엇보다 먼저, 고소 내용이 과연 범죄가 되는지 그 사실관계를 분명히 확정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기본적인 과정을 외면했습니다.

재판국은 동현교회 장로 네 분이 교인들의 건의서 작성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허위 사문서 작성죄’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법리 적용입니다. 허위 사문서 작성죄가 성립하려면, 이미 교인들이 작성하여 제출한 건의서의 내용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변경하거나, 건의서에 서명 의사가 없는 사람의 서명을 도용하여 문서의 신뢰성을 해쳤을 때만 해당됩니다. 그러나 네 분 장로는 단지 교인들이 서명하기 전, 초안 문안을 검토하고 거친 표현을 다듬어 준 것뿐이었습니다. 이것을 죄라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건의서가 문서로서의 힘을 갖는 것은, 누가 초안을 작성했는가가 아니라, 그 내용에 동의하며 실제로 서명한 교인들의 의사에서 비롯됩니다. 마치 임종을 앞둔 사람이 자신의 뜻을 유언으로 남겼을 때, 그 의사와 달리 허위로 꾸며 쓰고 사후에 지장을 도용하는 경우에 허위 사문서 작성죄가 성립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럼에도 총회 재판국은 단순히 문안을 도운 것을 죄로 몰아, 장로 네 분에게 면직과 출교라는 가장 무거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재판이 아니라, 교회를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 행위였습니다. 더욱이 교인 300여 명이 서명하여 “총회 재판국의 판결은 잘못되었으니, 억울한 장로들을 구제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음에도, 재판국은 이를 끝내 외면했습니다.

동현교회 사건에서 고소인은 장로 네 분을 상대로 ‘명예훼손’이라 고소했습니다. 그 근거는 건의서가 남선교회 단톡방에 게시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게시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 단톡방에 건의서를 올린 사람은 남선교회 회장이었고, 네 분의 장로님들은 그 어떤 게시 행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총회 재판국은, 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 양 꾸며내어 죄로 단정하고, 무거운 처벌을 내렸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정의를 거스른 판결이었습니다.

더욱 억울한 것은 판결문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재판국은 네 분의 장로님들이 ‘시인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한 사과는 범죄를 인정한 시인이 아니라, 교회의 화해와 평안을 위해 담임목사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겸손히 고개 숙인 것이었습니다. 신앙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억울함을 꾹 눌러 삼키며 드린 눈물 어린 사과를, 재판국은 왜곡하여 범죄의 증거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판결이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고 사랑을 짓밟은 행위였습니다. 교회를 살리려는 희생의 걸음을, 재판국은 오히려 죄의 굴레로 묶어버린 것입니다.

정의는 외면당했고, 교회는 더 깊은 상처를 입었으며, 억울한 이들은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총회 재판국은 교회를 살리라는 소명을 저버리고, 죽이는 재판을 선택한 것입니다.

죽은 사건을 살리시고∼∼

총회 재판국은 헌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는 경우, 과거의 판결을 재검토하고 변경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심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법리를 오용하거나 절차를 무시하는 재심은 '죽은 사건을 살리는' 행위로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총회 재판국이 죽은 사건을 억지로 되살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동남노회 남 목사 사건함해노회 원당반석교회 사건입니다. 이 두 사건은 이미 사회 법정에서 원고 측이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여, 사실상 종결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총회는 피고로서 막대한 변호사비를 지출하며 치열하게 다투어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총회 재판국은 아무런 사유 변경도 없이 재심을 받아들여, 이미 끝난 사건을 뒤집고, 죽은 자를 억지로 살려낸 것입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의 원님 재판, “내가 아니면 아니다”는 독선적 판결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수개월 전부터 남 목사 사건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서울동남노회 남 목사 사건에서 총회 재판국은 처음에는 노회 임원들의 직무 위반, 장로 총대 임의 제적 위반, 노회와 총회 재판 방해 등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남 목사에게 2년 정직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사정의 변경도 없이 재심을 통해 대부분을 무죄로 뒤집고, 단지 재판 방해 행위에 대해서만 고작 근신 2개월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명백히 재판권의 남용입니다. 과거 자신들의 판결을 스스로 부정하며,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판결을 내린 것은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정의를 스스로 허문 것입니다. 교회를 살리는 재판이 아니라, 오히려 공교회의 신뢰를 죽이고 관련자들의 마음을 짓밟는 판결이었습니다.

함해노회는 원당 반석교회 사건을 교회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행위로 여겨, 노회가 장로들에게 면직과 출교라는 중징계를 내린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불복한 장로들은 사회 법정에 가처분과 본안소송을 제기했으나, 총회를 상대로 모두 패소했습니다. 총회 재판국이 심혈을 기울여 교회를 지키기 위해 싸워 승리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제109회기 총회 재판국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심을 받아들이고, 박○○ 주심은 무려 1억 원을 패소한 장로들에게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교회의 반대가 극심하자 결국 5천만 원을 ‘합의금’이라는 이름으로 내주며, 개척 자금 명목의 강제 합의로 종결되었습니다.

필자는 도저히 총회 재판국의 행태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건은 사회 법정에서 승소하여 돌아와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또 어떤 사건은 사회 법정에서 패소했음에도 억지로 되살려내어 원님 재판처럼 마음대로 판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정의가 아닙니다. 오직 선택적 정의, 편파적 재판일 뿐입니다.

총회 재판국은 교회를 살리라는 부르심을 저버리고, 교회를 더욱 깊은 상처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찌 하나님의 공의라 할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제110회기 총대 여러분!

저는 오늘, 교단의 미래와 교회의 생명을 위해 담대히 외칩니다. 총회 재판국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총회 재판국은 본래 교회를 살리고 화해를 이루라는 사명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재판국원 절반은 목회자이고, 나머지 절반은 생업으로 바쁜 장로들입니다. 이들이 자신의 사역과 생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폭주하는 재판 업무를 제대로 감당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재판국원들은 상고장과 답변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재판 당일에 와서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에 휘둘리고, 수적으로 편을 나누어 대립하는 ‘재판 아닌 재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하나님의 정의입니까?

범죄의 성립에는 분명한 법리가 있습니다.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 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범죄가 됩니다. 단 하나라도 빠지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판국원 중 다수는 이 기본조차 알지 못한 채, 죄 없는 자를 죄인으로 몰아붙이고, 교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습니다.

교회법과 국가법의 전문적 소양이 없는 이들이, 어떻게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오늘의 총회 재판국은 교회를 살리는 재판이 아니라, 교회를 죽이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총회 재판국을 과감히 폐지하고, 교단 헌법을 개정하여 그 기능을 한국기독교 화해중재원으로 이관하거나, 별도의 전문적인 기구를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교회가 살고, 공의가 세워지고, 하나님의 이름이 욕되지 않을 것입니다.

총대 여러분!

더 이상 죽이는 재판을 묵과하지 맙시다. 이제는 교회를 살리는 새로운 길을 선택합시다. 총회 재판국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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