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종 편집부국장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다비드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우리의 반가사유상, 모두 낯익은 조각상이다. 현장에서 직접 보지 않았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조각상이 취한 독특한 포즈다. 사진으로 여러 번 보았기에 떠오르는 이미지다. 사진은 포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출처=바티칸 성베드로성당)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출처=바티칸 성베드로성당)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은 인물 사진이고 인물 사진은 아무래도 포즈가 중요하다. 얼굴은 바꿀 수 없지만(?) 포즈는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제대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사진기 앞에 있으면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포즈 잘 잡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모르긴 몰라도 여성들은 더 할 것이다. 흉내라도 내 볼까 하지만 쑥스럽다. 자연스럽지도 않다. 나이 들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얘기다. 포즈와 관련된 글을 읽고 심지어 모델들의 포즈 사진을 보기도 했다. 다음엔 한번 해 봐야지 했다가도 막상 찍힐 때는 생각조차 잘 나지 않는다. 어쩌다 어렵게 기억을 떠올리며 포즈를 흉내 내지만, 찍힌 것을 보면 영 어색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만 그럴까. 아닐 것이다. 몸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걸음걸이처럼 포즈도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수십 년 나도 모르게 익힌 포즈가 갑자기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왜 그럴까.

학(學)은 했으나 습(習)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날 수 있을 때까지 익혀야 하는데, 어미 새가 나는 것을 보기만 했지, 어린 새는 아직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 친구처럼 포즈를 잘 취하고 싶다면 익혀야 한다. 보기도 해야 하지만 연습도 해야 한다. 전신 거울 앞에서, 그런 거울이 없다면 포즈를 취한 다음 가까운 사람에게 봐 달라 하든지 한 장 찍어달라 하면 된다. 쑥스러울 것이다. 쑥스럽다면 스마트폰에서 스톱워치 설정하고 셀카로 찍으면 된다. 요즘은 스톱워치 설정 없이도 가능하다. 관심의 문제다.

오래 전 탁구 레슨을 몇 개월 받은 적이 있다. 라켓으로 공을 받아 치는 데 코치는 내 자세가 틀렸단다. 아니 내 폼이 어쨌다고. 나름 운동 신경이 있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수긍하지 않는 것 같았는지 동영상을 찍어 보여 주었다. 세상에! 내가 이런 ×폼으로 쳤다고? 학에서 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습하되 제대로 된 습이라야 한다.

포즈에 관한 이번 글은 전문가가 밝힌 내용을 많이 인용했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사진 포즈에 관한 글과 영상도 아주 많다. 그중 하나를 살짝 다듬고, 내 생각도 한두 가지 덧붙인다.
https://www.wikihow-kr.com/%EC%82%AC%EC%A7%84-%EC%B0%8D%EC%9D%84-%EB%95%8C-%ED%8F%AC%EC%A6%88-%EC%9E%98-%EC%9E%A1%EB%8A%94-%EB%B2%95

포즈 잘 잡는 법

얼굴

1. 얼굴각도 잡기

신분 증명사진이나 수감자 사진이 아니라면 정면으로 찍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얼굴이 커 보이고 싶고 살이 쪄 보이고 싶다면 몰라도. 그림자도 생기지 않고 입체감을 살리기 어렵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양인조차도 정면 사진은 잘 찍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아두자.

① 얼굴 방향을 카메라의 정면에서 살짝 옆으로 기울이자. 광대뼈와 코에 그림자가 생겨 입체감이 살아난다.

② 턱을 아래로 내리자. 턱을 들면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카메라가 코를 올려다보는 셈이 된다. 어떻게 찍힐까. 가축 하나가 떠오른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 귀를 앞으로 내민다고 생각하면서 포즈를 잡자. 이중 턱이나 아래턱 밑에 선이 있더라도 피할 수 있다.

③ 극단적인 각도를 피하고 머리를 편안하게 움직여 자연스럽게 하자.

2. 눈의 초점 맞추기

말 그대로 반드시 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① 눈을 크게 뜨자. 의기소침한 눈을 하고 있으면 졸려 보인다. 그렇다고 눈에 힘까지 주며 너무 크게 뜨지는 말자. 도리어 이상하고 어색해진다.

② 옆을 보고 싶다면, 완전히 카메라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말자. 눈을 감게 될 확률이 더 높으며, 눈의 흰 부분만 나오게 될 수도 있다. 대신에 정 중앙을 피해 살짝 옆을 보자. 코의 방향에 따라 눈도 따라가야 한다.

감정 표현에는 눈썹도 눈만큼 중요하다. 둘 다 편안한 상태로 보이게 하고, 현재 감정과 맞는 상태로 보이게 하자.

③ 사진을 찍을 때 눈을 감지 않기 위해 찍기 전에 눈을 2~3초간 감아 주자.

3. 카메라 위치 잡기

인물 사진의 초점은 주로 얼굴이기 때문에 카메라 위치는 사람의 얼굴을 강조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얼굴보다 위에 있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눈높이 정도만 되어도 괜찮다. 다만 전신 사진은 눈높이 정도로 두면 초라해 보이거나 키가 작게 나올 수 있다.

① 눈높이 정도에 사진기를 놓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온다.

② 권력이나 지배력을 보여 주고 싶다면 카메라를 눈 아래 높이로 설정해 위를 올려 보게 하자.

③ 카메라를 아주 살짝 위쪽 방향에서 찍으면, 살이 빠져 보이고 턱선이 살아난다.

4. 자연스러운 미소 짓기

가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가식적인 미소만큼 사진을 망치는 것도 없다. 가식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사진도 그렇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자.

①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자. 치아가 누렇거나 고르지 않은 사람, 감추고 싶어 입을 닫고 미소 짓는 경향이 있다. 그러지 말자. 이를 살짝만 보여 주자. 입을 살짝만 벌려도 괜찮다. 자연스러운 미소에는 항상 이가 드러난다. 웃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나온다.

② 미소 짓기 전 입술을 촉촉하게 해주자. 립밤을 사용하거나 침을 살짝 묻히면 된다. 입술에 갈라진 부분을 숨겨 주고 얼굴에 좀 더 생기를 돌게 할 것이다.

1. 몸 각도 잡기

얼굴과 마찬가지다. 정면으로 찍으면 몸무게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고 비율도 뭔가 안 맞는 느낌이다. 2/3 정도만 보이게 몸을 틀어 주면, 좀 더 날씬해 보인다. 어깨를 카메라로부터 조금 틀어 주자.

① 구부정하게 하지 말고 어깨를 쫙 펴자. 자세가 좋을 때 키도 더 커 보이고 날씬해 보인다.

② 자신의 가장 마른 부분에 집중한다. 허리가 가늘다면, 카메라 각을 허리 쪽으로 집중시켜 자신의 가는 허리를 뽐내 보자. 다리가 가장 자신 있다면, 다리를 강조할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해 보자. 팔을 상체 쪽으로 바짝 붙여서 상체가 커 보이게 하지 말자. 대신 허리와 팔 사이에 공간을 두도록 하자. 모델들은 항상 그 부위에 공간을 만든다. 이러다 외모지상주의란 말을 들을까 걱정이다.

③ 대각선으로 포즈를 잡자. 팔・다리・몸통이 수직이 되는 것을 피하자는 말이다.

2. 발 딛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양쪽 발 모두 앞으로 향하게는 하지 말자. 그러면 몸은 경직되고 불편해 보인다.

① 한쪽 발과 다른 쪽 발 사이를 틀어 각도를 90도 정도로 만들자.

② 지형지물이 있다면 한쪽 발을 조금 높은 곳에 올려놓아 사진의 깊이를 더하자.

③ 한쪽 발에 무게를 싣자. 여성은 뒤쪽 발에, 남성은 앞쪽 발에 무게를 두면 좀 더 보기 좋다.

3. 손 둘 곳

‘사진은 인물이다’에서도 밝혔지만 무대에서나 사진기 앞에서 손만큼 어색한 부위도 없다. 평소엔 전혀 문제없었던 손이 왜 이리 어색해지는지. 손을 몸에 붙이면 될 것 같지만 생동감이 없다. 여러 가지 손동작을 시도해 보자. 팔도 마찬가지다. 팔뚝이 굵게 보이고 싶다면 몸통에 팔을 붙이고, 가늘게 보이고 싶다면 몸통에서 팔을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① 손을 어떤 곳에 그냥 놓는 것보다 손을 이용해 특별한 동작을 취해 보자. 이럴 때 좀 더 자연스러운 포즈가 나온다.

② 손은 주머니에 살짝 넣거나 주머니 근처에 두도록 하자. 남성이라면 주머니에 한쪽 손을 넣는 것이 좋은 포즈가 되기도 한다. 이때 손이 아예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 엄지손가락만 넣고 나머지는 보이도록 하면 된다.

③ 손 하나를 골반 위에 놓자. 주로 여성들이 좋아하는 포즈다. 허리를 강조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팔이 두꺼워 보이는 것도 피할 수 있다.

④ 손가락과 손목은 가급적 구부리자.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손가락과 손목은 항상 구부러져 있지 않은가. 남성은 작은 돌을 쥐었다고 생각해 보고, 여성은 길고 아름답게 손을 구부려 주면 된다.

⑤ 얼굴 주변에서 손을 쫙 펴지 말자. 손과 얼굴 크기가 비슷해 비율이 안 맞아 보인다. 손을 얼굴 주변으로 보내고 싶다면, 손을 살짝 쥐거나 일부를 머리카락 속으로 숨겨 주자.

⑥ 양손을 꽉 움켜쥐지 말자. 앉아 있지 않는 이상 양손을 꽉 움켜쥐면 자연스럽지 않다.

4. 다리 움직이기

어떤 자세를 취하든 딱딱하게 보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다리를 편안하게 하고 잘 굽히면 사진이 좀 더 자연스러워진다. 여성은 발목 부분이나 종아리 부분에서 다리를 꼬아 주는 것이 좋고 남성은 다리를 살짝 벌려 주는 것이 좋다.

① 한쪽 무릎을 약간 구부린 후에 다른 다리 앞쪽에 놓으면 다리가 얇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② 다리를 너무 벌리지 말자. 인위적이고 공격적이며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③ 카메라를 멀리 놓고 찍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특히 다리가 짧은 편이라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5. 어깨 긴장 풀기

어깨가 뻣뻣하면 몸의 다른 부분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끼친다. 어깨는 절대 카메라를 정면으로 향하지 말자. 약간 틀어 각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① 어깨 뒤쪽에서 사진기를 놓고 머리를 뒤로 돌린 상태로 찍어 보자. 무척 독특한 구도이기도 하고 몸이 작아 보인다.

② 어깨를 다른 높이로 하면 사진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자연스럽고 편하게 할 수만 있다면, 한쪽 어깨를 다른 쪽보다 낮게 하면 좋다.

6. 관절 움직이기

사진과 관련하여 "구부릴 수 있는 것은 구부려라"는 말이 있다. 구부린 관절이 뻣뻣한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팔꿈치, 손목, 무릎, 엉덩이, 발목 등 모든 부위가 그렇다.


상반신 인물 사진

1. 집중하기

혼자 포즈를 취하니 다른 사람이 사진에 어떻게 나올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준다고 생각하자.

2. 창의적 포즈 취하기

평범한 상반신 사진보다는 특이한 사진을 찍어 보자. 꼭 다른 사람들이 찍는 것 같은 사진을 찍을 이유는 없다. 그 대신, 포즈, 배경, 조명, 의상 등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 보자.

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상반신 사진을 찍어 보자. 운동을 하든, 책을 읽든, 자연 속을 걷든, 사람들이 봤을 때 이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중임을 알 수 있는 사진을 찍어 보자.

②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 줄 수 있는 옷을 입자.

③ 자신의 사진을 독특하게 만들어 줄 소품을 사용하자. 하지만 소품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된다.

3.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미리 포즈를 잡고 찍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 때 사진을 찍어 보자. 최고 자연스러운 사진은 사진가를 의식할 수 없을 때 나오기는 하지만, 포즈를 잘 잡으면 멋지고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커플·단체 사진

1. 자연스럽게 찍기

단체 사진에도 개인 사진과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포즈를 취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굳어 보이는 포즈나 균등하지 못해 보이는 점을 피하도록 하자. 자신과 상대방이 사진에 나올 때 둘 다 편안해 보여야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2. 이 포즈 저 포즈

모든 사람이 똑같은 포즈를 잡지 말고, 각자 자기가 편한 대로 서도록 해 보거나, 각각 다른 포즈를 잡아 보자.

①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른 포즈를 잡으면 사진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모든 사람이 같은 포즈를 취했을 때 한 사람만 돋보이는 현상도 피할 수 있다.

3. 다양한 각도

단체 사진은 대개 정중앙이나 앞면에서만 찍는 경향이 있다. 그 대신 주인공이 되는 사람을 바꾸어 가며 양옆이나 다른 방향에서 커플 사진이나 단체 사진을 찍어 보자.

모든 사람이 사진기를 바라보지 말고, 서로를 바라보게 해 보자. 특히 커플 사진을 찍는다면 이렇게 찍는 것도 좋다. 서로를 바라보거나 한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사진을 찍도록 하자.

4. 복잡한 배경 피하기

단체 사진이나 커플 사진의 경우 주인공이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배경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면 산만하다. 그 대신 피사계 심도를 잘 조절(f 값을 낮춤)하거나 배경을 정돈하여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자.

5. 조금 떨어져서 찍기

단체 사진이라면 밀착하지 말고 옆 사람과 닿을 듯 말 듯 떨어진 상태로 찍어 보자. 그래야 모든 사람의 실루엣이 살아난다.

***

하마터면 그분을 놓칠 뻔했다. 그분이 자세를 취하시면 어떤 포즈일까? 놀랍게도 성경은 예수님의 포즈도 보여준다. 바닥에 글씨를 쓰시는 모습,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장면, 팔복산에 앉아 산상수훈을 들려주시던 그분이다. 오병이어를 들어 축사하시고 성전 마당의 좌판을 뒤엎으시면서 불호령을 내리시던 모습, 풍랑 이는 바다 위를 걸으시고, 여리고의 바디매오를 고쳐주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돌무화과나무 밑에서 삭개오더러 내려오라고 말씀하시고, 수가성 우물가에서 물을 마시며, 배 위에서 주무시던 모습 등등… 더하여 결코 놓쳐선 안 될 장면 몇 가지. 십자가 짊어지고 그 언덕길을 오르시던 모습, 그곳에 못 박혀 죽어가시던 모습. 그리고 구름 사이로 사라지며 승천하시던 마지막 한 장면까지.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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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한 컷 한 컷이 예수님이 취하셨던 포즈다. 가식도 과장도 하나 없이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다.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귀하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거룩한 포즈다. 사진은 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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