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 목사 / 예린교회 은퇴목사, 전 부산장신대 교수, Drew University(예배학박사, Ph. D. in Liturgical Studies)
바울이 말한 ‘시’는 구약의 시편 찬송을 의미한다. 그런데 바울이 시편 찬송을 초대교회 공동체의 찬송으로 추천한 이유는 시편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찬송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성경에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에는 시편 이외에도 노래들이 많이 있다.
구약에도 홍해를 건넌 뒤에 부른 ‘홍해의 찬가’ 등, 시편 이외의 노래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바울이 서신서를 기록할 당시에는 신약성경이 인정되기 전이라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약성경 복음서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과 관련한 노래, 예를 들면 마리아의 노래, 천사들이 부른 영광송 등이 있다.
이렇게 시편 이외에 신구약성경에 있는 노래들을 교회음악용어로 ‘송가’(Canticle 칸티클)라 부른다. 칸티클(Canticle)은 라틴어 ‘노래하다’는 뜻의 깐따레(Cantare)와 ‘짧은 성구’라는 뜻의 버시클(Versicle 단구)을 합쳐 칸트-이클(Cant-icle), 곧 칸티클(Canticle)이라 부른다.
예배용어인, 단구(短句, Versicle 버시클)는 짧은 성구, 특히 시편의 성구를 말하는데, 낭송하거나 노래로 부르기도 한다. 예배 순서, 교독문도 단구(버시클 Versicle) 형식 중의 하나이다. 송가는 바로 이 단구를 노래로 부른다는 뜻의 용어이다. 결론적으로 시편 이외에 성경에서 노래로 부르는 성경 구절들을 칸티클(송가, Canticle)이라 부른다.
송가는 크게 구약의 송가와 신약의 송가로 구분되는데, 이들 송가들이 성경에 수록된 노래라는 점에서 바울이 말한 시, 찬송, 신령한 노래 중에서 ‘시’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구약의 송가들, 특히 ‘홍해의 찬가’, ‘한나의 노래’ 등은 유대교 회당예배에서 노래로 부르거나 낭송(Cantillation)하기도 하였고, 신약의 송가들은 이후 기독교예배에서 부르기 시작하였다.
1) 구약의 송가 (소송가 Lesser Canticles)
홍해의 찬가 (Song of the Sea) (출 15:1-18)
애굽 바로의 군사가 홍해에 수장되고 홍해를 무사히 건너 온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고 춤추며 여호와께 영광을 돌렸다. 이 송가를 ‘모세의 노래’라고 부르기도 하나, 이는 신명기 32장의 ‘모세의 노래’와 혼동할 수 있으므로 ‘홍해의 찬가’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미리암의 노래 (출 15:20-21)
‘홍해의 찬가’에 이어, 모세의 누이 여선지자 미리암과 여자들이 소고에 맞춰 춤을 추며 노래하였다.
드보라와 바락의 노래 (삿 5장)
유일한 여자 사사 드보라가 바락과 함께 가나안 사람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주신 여호와 하나님을 찬송하였다.
한나의 노래 (삼상 2:1-10)
한나가 실로의 성막에서 서원기도를 하고 난 뒤 태어난 사무엘을 엘리 선지자에게 데려다 주면서 부른 노래이다. 이 노래는 전통적으로 유대여인들의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한 대중적인 노래로 전승되었으며, 신약의 송가인 ‘마리아의 노래’ 모델이 되었다.
하박국의 노래 (합 3)
선지자 하박국이 부른 노래로 시편의 노래방식과 동일하다. 제목과 인도자(지휘자), 사용한 악기 등, 시편의 형식들을 포함하고 있는 노래로서 시편보다 더 시편다운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시편에 실리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다윗의 노래 (삼하 22:1-51)
다윗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에 감사하며 부른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거의 똑같이 시편 18편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송가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시편 18편을 노래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요나의 노래 (욘 2장)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도망가다가 바다에 빠진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다니엘의 노래 (다니엘 2:20-23)
다니엘이 느부갓네살 왕의 꿈을 해석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찬송하였다.
이사야의 노래 (사 25:1-5)
이사야가 하나님께서 적들을 물리쳐주시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구원해 주심을 찬양하는 이사야의 노래이다.
이외에도 구약에는 다양한 노래들이 많이 있다. 특히 아가서는 오늘날의 뮤지컬 대본이라고 할 정도로 전체가 노래이다.
2) 신약의 송가 (대송가 Greater Canticles)
구약의 송가와는 달리 신약의 송가 4곡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약의 송가를 구약의 송가와 구별하여 ‘대송가(Greater Canticles)’로 부른다. 실제로 이들 신약의 송가들은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다양한 양식으로 작곡되었다. 송가의 제목은 라틴어 성경 가사의 첫 단어에서 인용하고 있다.
마리아의 노래 (마뉘피카트 Magnificat, 눅 1:46-55)
마리아가 성령으로 아기 예수를 잉태하고 난 뒤, 세례요한을 잉태하고 있던 엘리사벳을 방문하고 그녀의 환영을 받은 직후에 부른 노래로서 사무엘상에 있는 ‘한나의 노래’와 두 가지 점에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권세자와 부자를 대적하시고 나약하고 가난한 자를 사랑하신다는 것과 둘째,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에 대해 성실하시다는 것이다.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Magnificat anima mea Dominum)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눅 1:46-48)
라틴어 첫 단어 Magnificat(마뉘피카트)에서 이 노래의 제목을 마뉘피카트라 부른다. 그런데 영어권에서는 이를 ‘마그니피카트’라고 발음하는데, 라틴어 ‘gn’의 ‘g’가 묵음이고 ‘ny’로 발음하기 때문에 ‘마뉘피카트’라고 해야 한다.
사가랴의 노래 (베네딕투스 Benedictus, 눅 1:68-79)
세례 요한의 아버지 제사장 사가랴가 세례 요한이 태어난 직후 부른,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실 메시아의 오심을 선포하는 내용이다.
찬송하리로다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Benedictus Dominus Deus Israel
그 백성을 돌보사 속량하시며
우리를 위하여 구원의 뿔을 그 종 다윗의 집에 일으키셨으니(눅 1:68-69)
라틴어 가사 첫 단어 Benedictus(베네딕투스)가 제목이 된다.
시므온의 노래 (눙크 디미티스 Nunc Dimittis, 눅 2:29-32)
마리아가 아기 예수의 정결예식을 치르기 위해 성전에 올라갔을 때, 일평생 성전에서 메시아를 기다리던 선지자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부른 노래로서 메시아를 보내주심으로 이제는 자신이 놓임을 받게 되었음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 Nunc dimittis servum tuum. (눅 2:29)
영광송 (글로리아 Gloria, 눅 2:14)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하늘의 천군천사들이 공중에서 서로 날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부른 노래이다.
교회의 거룩송이 이사야 6장과 요한계시록 4장에서 시작하였듯이, 교회의 영광송은 천사들이 부른 이 노래에서 시작되었다. 거룩송과 영광송 모두 천사들이 불렀다는 것이 특별하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Gloria in excelsis Deo et in terra pax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눅 2:14)
라틴어 첫 가사 Gloria(글로리아)가 제목이 된다.
이 영광송을 고린도후서 3:13과 비교하여, 대영광송이라 부르고, 후자는 소송영이라 부른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고후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