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 목사 / 예린교회 은퇴목사, 전 부산장신대 교수, Drew University(예배학박사, Ph. D. in Liturgical Studies)
4세기경의 가이사랴 지방의 감독이었던 바실은, “우리는 교회의 노래에 매료되어 저절로 말씀의 열매를 따먹게 된다.”라면서 교회음악이 말씀의 은혜를 받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역설하였고, 4세기 말경의 동방교회 교부인 크리소스톰은 “남녀노소, 빈부, 지위의 격차를 물론하고 음악은 교회를 하나 되게 만드는 고귀한 교회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교회음악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이와 같이 기독교 공동체에서 음악의 중요성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항상 강조되어 왔다.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부흥집회의 복음송과 공예배의 성가대 찬양 등을 통해서, 교회음악이 한국교회의 성장에 기여한 공은 괄목할 만하다 하겠다. 1880년대 서양선교사에 의한 개신교의 전파 이래로 한국 개신교회는 세계교회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왔다.
이러한 한국교회 부흥의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특별히 찬양의 힘이 컸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의 특이성은 아무리 조그마한 시골교회라도 거의 다 성가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복음주의적 성향이 짙은 미국의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예배형식과 예배음악이 선교 초기부터 뿌리를 내린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흥(어우러짐)의 민족인 한국인들의 성정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모임에서 둘 이상만 모이면 서로의 노래 솜씨를 들어야만 직성이 풀릴 정도로 우리 한민족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전국의 동네 골목 곳곳에, 심지어 시골에까지 노래방이 없는 곳이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한국인은 흥의 민족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국민성이 서양 기독교와 접목되면서 회중 찬송과 성가대를 통한 교회 부흥이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CCM과 같은 복음송이 불리면서 이와 같은 청소년 집회와 음악이 교회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게 되자, 급기야 CCM이 교회의 예배와 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주일 공예배에서의 CCM 사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서 관련한 세미나 개최, 토론 등을 통하여 다양한 이론들이 생겨 나오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교회에서는 이렇다 할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성대, “에토스이론에 따른 예전(예배)음악과 CCM”, 『한국기독교 신학논총』v.35, 2004.
예배음악과 복음적 교회음악의 차이는 무엇인가?
교회음악을 크게 ‘예배음악’과 ‘복음적 교회음악’으로 구분할 때, ‘예배음악’은 교회의 공적인 예배에서 부르는 음악을 말하고, ‘복음적 교회음악’은 예배 이외의 교회의 모든 활동, 전도, 친교, 교육 등에서 사용되는 교회음악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복음적 교회음악’이란 성경과 기독교 교리에 부합되는 가사에 맞춰 작곡된 음악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연주되는 음악, 즉, 교회에서 연주하든, 교회 바깥에서 연주하든 상관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을 찬양함과 동시에, 자신의 신앙 체험을 노래하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포함한다.
그래서 복음적인 교회음악은 예배음악처럼 하늘을 향한 수직적인 찬양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그리고 구원 사역, 개인의 신앙 경험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목적을 지닌 수평적인 성격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사는 주로 친교, 간증, 경고, 촉구, 전도 등의 내용으로 되어있으며, ‘나,’ ‘너,’ ‘우리’와 같은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등의 주관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예배음악은 장소와 시간이, 교회의 공식 예배에 한정되는 음악으로서, 음악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성삼위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수직적인 성격의 음악을 말한다. 따라서 가사의 내용은 주로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 영광과 존귀, 경배와 찬양, 감사를 드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예배음악과 복음적 교회음악을 아래와 같이 도형으로 표시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예전음악은 넓은 의미의 교회음악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전체 원에 해당하는 광의의 교회음악에서 작은 원에 해당하는 예배음악을 제외한 부분이 복음적 교회음악에 해당된다.
* 가사가 없이, 주로 오르간을 위해 작곡된 기악일 경우는, 작곡자가 특별히 교회의 필요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교회에서 연주될 목적으로 작곡된 곡을 교회음악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