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 목사 / 예린교회 은퇴목사, 전 부산장신대 교수, Drew University(예배학 박사, Ph. D. in Liturgical Studies)
포로시대 이후 유대교 회당예배에서 악기는 사라지고, 주로 성악 위주의 시편송, 찬송과 합창만 존재했다. 또한, 그리스・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기독교인들이 사자의 먹이로 순교하기 전에 항상 울렸던 나팔 소리에 대해서 기독교회는 강한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더더욱 예배에서의 악기사용을 억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예수께서 피리를 언급하신 적이 있다.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서로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하여도 너희가 울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누가복음 7:32, 마태복음 11:17)
이것은 즐겁게 피리를 불어도 아무런 감정 없이 춤도 추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메마른 세태를 질책하신 말씀이다. 비록 회당에서는 악기사용이 금지되었으나, 일반 가정에서는 악기를 사용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예수의 음악적 취향은 어땠을까?
성부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이 찬송을 부르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시는데, 하나님의 아들, 인간 예수의 음악적 취향은 어땠을까? 복음서를 보면 예수의 음악적 취향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날 저녁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하시면서 찬송을 불렀다.
“이에 그들이 찬미하고 감람산으로 나아가니라.” (마태복음 26:30, 마가복음 14:26)
‘그들이 찬미하고’에서 그들은 예수를 포함한 제자들을 지칭한다. 이때 가룟 유다는 자리를 빠져나가고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가룟 유다를 제외한 열한 명의 제자들과 예수가 찬송을 함께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들이 찬미하였다’는 것은 유월절 식사 자리에서 부르는 시편찬송을 말한다.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유월절 식사를 할 때는 시편 113편에서 118편 중에서 선곡하여 시편찬송을 불렀다. 식사 전에는 시편 113편에서 114편, 식사 후에는 115편에서 118편 중에서 선곡하여 불렀다.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예수께서 유월절 식사 자리에서 제자들과 함께 시편 찬송을 부르신 뒤에 감람산에 기도하러 올라가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는 시편찬송을 부르실 때, 테너 음역으로 불렀을까? 아니면 베이스 파트로 불렀을까? 이 질문이 책의 제목이고 서두에 던진 질문이었다.
답은 무엇일까?
답을 말하면 질문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테너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라는 음악 성부는 예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노래는 같은 파트로 제창하였다. 그러니까 예수는 테너나 베이스 파트로 노래한 것이 아니라 그때는 모두가 멜로디를 유니슨으로 불렀다. 지금처럼 파트 합창으로 노래한 것은 르네상스 음악시대 이후이다. 그것도 교회의 공식 집회나 예배에서는 여성은 노래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께서는 이 땅에 완전한 인간으로 오셨기 때문에 우리처럼 개인적인 음역과 톤 칼라를 가지고 계신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지금이라면 테너 파트를 불렀을까? 아니면 베이스 파트를 부르셨을까? 혹은 중저음 베이스 목소리로 묵직하게 말씀을 전하셨을까? 아니면 카랑카랑한 테너 목소리로 산상수훈 말씀을 선포하셨을까?
인간적으로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