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 교수 /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Ph.D.), Berkeley GTU 연구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아르메니아조지아연구소(AGSI)와 남장로교연구소(SPSI) 대표
 

필자는 미 남장로교회 파송으로 전라남북도에 와서 복음전파의 사명을 감당한 후 은퇴하여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시던 선교사 제위의 ‘미 남장로교 전라도 선교역사와 전라도 교회사’ 서술을 당부하신 유지를 받들어 그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어, 목사, 의사, 간호사, 행정, 의료 기사, 건축사, 행정사, 교사 등으로 내한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전도자가 되었던 것이다. 2025년 3월 15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전남 광주 오웬각(오웬선교사 기념관, 오기원 또는 오목사)에서 진행된 세미나가 있었다. 필자의 강연 후 첫 질문자로 나선 분이 필자가 오랫동안 숙제로 안고 있었던 질문을 하셨다. 실로 예리하며 본질을 꿰뚫는 말씀이었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그렇게 훌륭하신 선교사 제위가 전라도 땅에 와서 희생하며 헌신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분들이 가진 영성의 원류가 무엇이길래 그런 섬김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져왔다.

필자가 이런 질문들을 안고 고심하며 전라도 교회사를 기술하면서 얻은 답이 바로 ‘전라도사관’이다. 기독교 전라도사관은 전라도에 오신 선교사 제위들이 가지고 있던 기본 원칙과 철학에 기초한다. 그 시작은 기독교 정신의 핵심이다. 즉, 사랑과 평화, 화해와 일치다. 그들이 이런 기독교의 정신을 전라도 땅에 와서 실천했다. 그들은 ‘작은 예수’로 내한하여 전라도가 좋은 토대이며, 그런 옥토에서 나고 자란 전라도 사람들이 좋고, 훌륭하고, 고상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다. 선교사 제위는 기본적으로 섬기러 왔지, 결단코 섬김을 받거나 주인 노릇을 하려고 오지 않았다. 광주와 군산 등지에서 사역한 서서평(쉐핑) 선교사가 ‘성공은 섬김이다’라는 말을 한데는 그런 맥락에서였다. 필자가 개척한 전라도사관은 선교사 제위의 이런 원칙과 철학에서 출발한다.

아울러, 미 남장로교회 선교역사 및 전라도 교회사를 서술하는 관점(사관)의 차원에서 볼 때, 적지 않은 주요 글들이 식민사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분개하며 통탄을 금치 못한다. 선교사 제위가 작은 예수가 되어 자신들보다 전라도 사람들을 더 낫게 여기고 섬기며 봉사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회사를 기술한다는 미명 하에 오욕과 치욕의 역사를 필요 이상으로 부각하여 밝히는 것은 이미 균형을 상실한 것이다. 아울러 교회 설립일 등으로 소모전적인 논쟁을 부각시켜서 반목과 질시를 갖게 하는 것 또한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전라도 교회사에서 부끄러운 역사를 덮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실들을 반성하며 잊지 않는 것을 전제로, 비록 소수라도 저항하며 순교하며 지켜낸 역사를 크게 부각하여, 현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도전을 주고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교회사나 노회사나 각 지역에 세워지는 역사관과 박물관을 통하여 ‘전라도 교회사의 자랑스러움’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회 역사를 부끄러워하게 만들고 자괴감을 갖도록 하거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식민사관이나 사대주의적인 입장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미 남장로교회의 선교역사와 전라도 교회사는 자랑스러운 역사임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교회사를 이해하는 기독교 전라도사관(全羅道史觀) 또는 ‘호남사관’(湖南史觀)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독교 전라도사관은 세계 장로 교회의 본산인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하여 미국 남장로교회를 통해 호남에 뿌리를 내리며 결실한 ‘정통성’, 여러 교단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융화된 ‘다양성’, 삶의 자리에서 차별과 억압으로 체득된 ‘저항성’, 뿌리 깊은 기독교 신앙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도전성’이 핵심이다. 이런 기독교 전라도사관의 시각에서 한국교회사 전체를 아우르며 해석하고 서술할 때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사 서술은 선교사관, 민족사관, 민중사관, 신앙고백사관, 세계교회사관, 개혁주의사관, 복음주의사관 등 각각의 관점을 가지고 기술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 남장로교회와 전라도 기독교를 중심에 놓고 전체를 서술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필자가 ‘전라도사관에서 본 한국교회사’라는 저술을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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