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목사 /
Ph.D., D.Min. Christ Lives Ministries 대표. Talbot School of Theology (M. Div., D.Min.).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Ph.D.)
정동수는 “죄 많은 민족, 불법을 짊어진 백성, 아 대한민국, 회개하면 다시 살 수 있다!”라는 제목을 단 최근의 설교(2025. 1. 18.)에서 묵과할 수 없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사야서 1:2-4을 본문으로 설교했는데 여기 그가 번역한 흠정역을 인용해 본다.
오 하늘들이여, 들으라. 오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자식들을 먹이고 키웠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 소도 자기 주인을 알며 나귀도 자기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며 내 백성은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도다, 하셨도다. 아, 죄 많은 민족이요, 불법을 짊어진 백성이요, 악을 행하는 자들의 씨요, 부패시키는 자식들이로다. 그들이 {주}를 버리고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의 분노를 일으키며 뒤로 갔도다.
그는 이 본문 말씀을 가지고 하나님이 어떻게 이스라엘을 책망하셨는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지금 와갔구는 저건 하나님이 아니고 나무 돌 뭐 이런 거를 하나님으로 만들어 놓고 저걸 하나님이라고 하는 이런 짓을 벌이고 있으니 내 자식들이 나를 거역하고 나를 대적하고 있다. 하나님이 지금 그렇게 이야기하고 계신 거에요. 그리고 하나님이 3절에 뭐라고 그래요? 짐승만도 못하다. 제가 늘 이야기 하잖아요. 짐승만도 못하다. (19:57-20:22)
정동수는 “소도 자기 주인을 알며 나귀도 자기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며”라는 3절의 말씀을 취해서, 하나님은 자신의 주인도 모르는 이스라엘을 짐승만도 못하다고 책망하시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3절에 이스라엘이 짐승만도 못하다고 하나님이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런 표현이 문제될 것은 없다.
실제로 성경은 불경건한 사람들과 불순종하는 이스라엘을 짐승에 비유하여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편 기자는 “존귀하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49:20)라고 말한다. 그리고 호세아는 “그들이 홀로 떨어진 들나귀처럼 앗수르로 갔고 에브라임이 값 주고 사랑하는 자들을 얻었도다”(8:9)라고 말한다.
그런데 성경이 사람들이나 이스라엘을 짐승에 비유할 때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즉 영적인 상태나 도덕적인 상태 혹은 하나님과의 관계와 관련해서 사람들과 이스라엘을 짐승으로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정동수는 이 원칙을 벗어나서 성경을 악용하여 자신과 다른 정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짐승에 비유하는 큰 잘못을 범하고 있다. 그는 성경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인하는 사람들을 “짐승 같다”고 한다며 다음과 같이 함부로 주장한다.
자, 그래서 부정선거 자료로 제시된 투표지 지난 금요일에 우리 민경욱 의원이 와서 2시간 동안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부정선거 관련 설명 중에는 압권입니다, 압권. 그거 듣구도 이해가 안 되면 여기[성경] 표현에 따르면 짐승 같은 거지요. 에, 이거 제 말이 아닙니다. 제 말이 아니라 [성경 위에 손을 얹으며] 이거 여기. (34:58-35:23)
정동수는 여기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하신 말씀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적용한다.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영적인 몰이해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부하는 마음을 동일시하여 둘 다 “짐승 같다”고 말한다. 본인의 말이라 해도 강단에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성경의 권위와 표현까지 들먹이며 함부로 내뱉는다.
반면에 성경은 호세아 8:9의 말씀처럼 그들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떠나 앗수르를 주인으로 섬기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들나귀”에 비유한다. 여기서 성경이 사용한 들나귀라는 표현은 하나님을 배신한 이스라엘을 “음녀”에 비유하는 것보다는 한결 덜 모욕적이다. 하여간 이스라엘을 “들나귀” 즉 짐승에 비유할 때는 그들의 영적인 불신과 불순종을 책망하는 경우인 것이다.
그리고 성경이 사람은 존귀하나 장구하지 못함이여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시 49:12)라고 말할 때, 또한 “존귀하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멸망하는 짐승 같도다”(시 49:20)라고 말할 때, 성경은 그러한 사람의 영적인 어리석음과 허무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선거에 대한 견해는 이념적인 입장과 정치적인 견해와 사회 제도에 대한 관점과 비판적인 사고 능력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최근에는 한국의 우파 진영에서 부정선거로 인한 불신이 매우 깊은 편이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자신과 나라가 처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을 상습적인 부정선거에서 찾는다. 그들은 국제적인(한-북-중) 좌파 부정선거 카르텔에 의해서 상습적으로 조작되는 한국의 부정선거는 자신과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절대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확고히 믿는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매우 절박하고 단호하며 때로는 극단적이고 과격하다.
정동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 중 가장 극단적인 부류에 속한다. 지난 해부터 그는 자신이 현직 교수임(작년 말 정년퇴직)을 내세우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공교하게 짜깁기해서 자신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시켜 왔다. 그는 본질적으로 영적이고 도덕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이사야 1:2-4의 말씀을 심히 왜곡하여, 심각하게 분열된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극단적으로, 급진적으로, 과격하게 그리고 파괴적으로 적용한다.
필자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이론을 잘 알고 있다. 정동수는 위에 언급한 민경욱 전 의원의 말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하면 ‘짐승’이라고 말하며, 이것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성경 말씀이라고 허튼소리를 함부로 한다. 필자는 민 의원의 주장을 잘 알고 있지만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의 선거 제도는 부정선거가 거의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수개표 시스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의 입장은 이념이나 정치나 사회 제도에 대한 관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비판적인 사고와 크리스천의 양심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이념과 정치를 떠나서 필자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실제적으로, 조선일보·케이스탯리서치의 지난 21~22일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중도층 65%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본인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70%는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한다고 밝혔다(조선닷컴, 2025. 1. 24). 그러나 의혹에 공감한다는 것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마도 보수 국민 중에 극단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는 소수일 것이다.
부정선거에 대한 주장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여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해, 국민의 다수를 납득시킬 수 없으면 영원히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여기[성경] 표현에 따르면 짐승 같은 거지요. 에, 이거 제 말이 아닙니다. 제 말이 아니라 [성경 위에 손을 얹으며] 이거 여기”라고 말하는 것은, 가장 가증스럽고 가장 무책임하며 가장 비성경적이고 가장 강력히 지탄을 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부정선거 음모론를 무책임하게 주장해서 국론과 국민을 갈가리 찢어놓는 것은 애국 행위가 아니라 도리어 현저한 국가 파괴 행위이다. 목사가 정치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할 때가 있지만, 이런 파괴적이고 근거 없는 음모론을 함부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발설하고 퍼뜨리는 행위는 목사가 결코 취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정동수는 ‘킹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이단 교리’ 및 마귀와 천주교가 소수 사본과 그것에 기초한 헬라어 성경들과 번역본들을 변개시켰다고 주장하는 ‘성경 음모론’을 만들어, 지난 30년간 한국교회와 한인교회에 광범위하게 뿌려온 대표적인 ‘성경 음모론자’요 ‘성경 사기꾼’이다. 이에 더하여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자신의 강단과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의 한국인들에게 유포시키고 있다.
그는 실로 ‘음모론 중독자’이다. 요즘 마약중독이 한국 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부정선거 음모론은 광범위한 계층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더 큰 사회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심각한 사회 문제를 목사가 진정시키기는커녕, 직접 나서서 ‘음모론 중독자’가 되어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개탄스럽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동수는 성경을 ‘부정선거 음모론’에 무리하게 대입하여 성경을 불법적으로 해석하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을 아는 것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정동수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 둘을 동일시하여, 부정선거 음모론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성경의 권위와 표현을 빌려 “짐승 같다”고 경멸한다. 정동수는 “짐승 같다”는 표현을 건전한 지성과 깨끗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