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총균 목사 / 시흥성광교회 담임, 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전문박사, 시흥시서구기독교연합회회장
예장 통합교단에서는 ‘재심’과 함께 ‘위탁재판’이라는 ‘특별소송절차’를 두고 있다. ‘재심’은 확정판결이 선고된 사건에 한하여 헌법이 정한 재심사유(헌법 권징 제123조)가 하나 이상 있는 경우에 그 청구가 가능한 제도이다. 반면 ‘위탁재판’은 지교회에서 분쟁 또는 당회의 사정 등으로 당회 기소위원회 혹은 재판국 구성이 불가능하거나 재판하기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당회장이 노회장에게 노회에서 재판해 줄 것을 청원하여 노회 재판국 관할로 진행되는 ‘특별소송’이다. 위탁재판은 하급 치리회(당회)장이 상급 치리회(노회)장에게 당회결의에 의하여나 혹은 당회장 직권으로 청원하는 것으로 재판국과 재판국 간의 재판 청원 성격과 전혀 다르다. 이미 당회에 접수된 고소, 고발사건을 노회에 위탁 청원하여 진행하는 재판사건이기 때문에 치리회간의 합법적인 행정 처리가 요구된다. 위탁재판절차에 관한 규정은 예장 통합교단 헌법 권징 제120조~제122조와 헌법시행규정 제72조에 명시되어 있다.
1. 위탁재판 청구권자는 누구인가?
지교회에서 위탁재판을 청원할 사정이 발생할 경우, 노회에 위탁재판을 청원할 권한은 오로지 지교회 ‘당회장’에게 있다. 예장 통합교단 헌법 권징 제120조(위탁재판의 청원)에서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당회장은 당회 재판국이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인하여 재판하기가 불 능 또는 곤란한 경우에는 사건서류를 첨부하여 노회장에게 노회 재판국에서 위탁 재판을 해 줄 것을 청원하여야 한다.”(헌법 권징 제120조)
위 규정에서 보듯이 위탁재판 청구권자는 지교회 “당회장”이다. 당회장만이 노회장에게 위탁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헌법의 보완규정인 헌법시행규정 제72조 제2항과 제3항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당회결의에 의한 위탁재판 청원이든 당회장 직권에 의한 위탁재판 청원이든 ‘당회장’만이 ‘노회장’에게 위탁재판을 청원할 수 있다. 위탁재판청원이 하급 치리회가 상급치리회에 재판의 위탁을 청원하는 행정행위라서 그렇다. 한편 헌법시행규정 제72조 제6항에서는 치리회(산하단체와 기관 포함)에서 비리나 재정비리가 발생하여 당회나 노회에 기소의뢰 건이 접수된 경우에 당회장 혹은 노회장은 15일 이내에 즉시 기소의뢰나 위탁재판을 청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필요시 위탁재판 청구는 ‘당회장’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노회장’에게도 확대된다. 헌법은 필요에 따라 치리회장에게 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위탁재판은 하급 치리회장이 상급 치리회장에게 청원하는 특별소송절차이며 위탁재판 청구 권한은 치리회장(당회장, 노회장)의 고유 권한이라 할 수 있다.
2. 당회장의 위탁재판 청원이 있어야 노회에서의 재판이 가능한가?
위탁재판과 관련하여 진주남노회 개천교회 김 모 씨(2012. 12. 10)와 백 모 씨(2013. 12. 24)는 제97회 총회 헌법위원회(27번)에 다음 내용으로 유권 해석을 질의한 바 있다. ‘지교회 당회가 재판을 하지 못할 사유가 있을 경우 지교회의 당회 결의와 위탁재판 요청도 없이 진주남노회장(치리회장)이 2심에서 바로 재판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였다. 이에 대해 제97회 총회 헌법위원회는 “헌법 제3편 권징 제2장(재판국) 제3절(노회 재판국) 제20조(심판사항) 4항, 권징 제5장(상소) 2절(항소) 제94조(항소할 수 있는 판결)에 의하여 ‘당회장이 위탁재판을 청원하지도 않고, 제1심 재판국의 판결에 대하여 불복하고 차상급 재판국에 항소도 하지 않았는데, 제2심인 노회 재판국에서 어떤 사건에 대하여 재판을 하는 것은 위법이다.’”라고 해석하였다. 노회에서의 재판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제출된 재판 청구의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이 헌법해석에 따르면 지교회 당회결의에 의한 당회장의 위탁재판 청구나 당회장의 직권에 의한 위탁재판 청원 사실이 없으면 노회에서 그 어떤 재판도 진행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노회에서 당회장의 청원이 없는 위탁재판 사건이 접수되어 처리하는 경우라면 노회 기소위원회는 법적 구성요건 불비로 각하 처리해야 한다. 만약 기소위원회에 의해 기소제기 된 사건인 경우라도 노회 재판국에서 기소기각 판결하여 처리함이 마땅할 것이다. 만일 노회 기소위원회나 노회 재판국이 법리적 착오를 범하고도 이 같은 법리를 묵인하며 기소를 제기하고 또한 재판까지 진행한다면 위법재판에 해당됨을 면할 수 없게 된다.
3. 부전에 의한 위탁재판청원이 가능한가?
일반소송절차에서 고소인 및 고발인이 피고소인이나 피고발인에 대하여 소속 치리회장에게 서면으로 권징소송을 제기한 경우, 치리회장(당회장, 노회장)은 해당 서류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이를 기소위원회에 이첩해야 한다(헌법 권징 제54조의 1 제1항). 그러나 해당 고소, 고발장을 치리회장이 10일 내에 기소위원회에 이첩하지 않거나 반려할 경우, 고소, 고발 당사자는 부전지를 첨부하여 기소위원회에 직접 접수할 수 있다(헌법 권징 제54조의 1 제2항). 이 같은 규정을 둔 이유는 소송 당사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특별소송절차인 위탁재판에서도 일반소송절차처럼 부전에 의한 위탁재판청원이 가능할까? 법 전문가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겠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불가(不可)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위탁재판청원을 접수 받는 기관이 노회(장)이고 노회 기소위원회로 직접 접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위탁재판 소송 관련법 규정(예장 통합교단 헌법 권징 제120조~제122조와 헌법시행규정 제72조)에서 부전에 의한 규정(헌법 권징 제54조의 1 제2항)을 준용한바 없다. 교단 헌법 권징 제122조에서는 헌법 정치 제58조 내지 제63조와 제66조 내지 제89조까지를 위탁재판에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부전에 의한 규정, 즉 ‘헌법 권징 제54조의 1 제2항’은 위탁재판청원에 준용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실체법(實體法)과 절차법(節次法)이 헌법 규정 따라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죄형법정주의(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에 의거할 때 해당법조문 관련 규정이 없고 준용규정도 없는 재판 사건은 부전에 의한 위탁재판청원이 불가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위탁재판 처리권자의 권한은 무제한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고소인 및 고발인이 당회에 고소, 고발장을 접수했음에도 당회에서의 재판이 불가한 상황을 이유로 당회장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소송 사건을 방치한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 경우 당회장이 노회장에게 얼마의 기간 안에 위탁재판을 청원해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헌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당회장은 최소한의 기간 안에 노회장에게 위탁재판을 청원해야 한다. 이는 당회장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능에 의한 강제 의무 사항이다. 따라서 당회장은 신속히 위탁재판을 노회장에게 청원해야 한다. 교단은 만일에 발생할 이 같은 경우에 대비하여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법의 미비로 인한 법적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제정하든지, 아니면 준용규정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위탁재판 청원서를 송부 받은 노회장은 당회장의 위탁재판청원을 거절하거나 기각 혹은 각하, 반려 처리할 수 없다. 헌법이 정한대로 위탁재판청원을 송부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기소위원회로 이첩해야 한다. 기소 여부는 노회 기소위원회가 결정하고 불기소처분에 대하여는 고소, 고발인이 항고, 재항고 할 수 없다(준용규정에서 제외). 무엇보다도 당회가 재판할 수 없는 사건을 노회에서 재판하여 신속히 종결처리 함을 요하는 것이 위탁재판의 핵심인 것이다.
5. 결론
법리 가운데 ‘유추해석금지원칙’이 있다. 유추해석(類推解釋)이란 법률(헌법)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 그것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사항의 법률(헌법)을 임의로 가져가 법으로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을 안다고 하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유사한 법조문을 끌어다 대면서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탁재판청원이 부전에 의해서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아마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 상 당회장이 노회장에게 지교회 당회결의에 의한 위탁재판 청구나 당회장의 직권에 의한 위탁재판 청원 사실도 없는데도 부전에 의한 위탁재판청원을 노회가 접수하는 것은 행정상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며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 경우 노회는 부전에 의한 위탁재판청원을 반려하고 당회장으로 하여금 해당 서류를 노회에 접수하도록 지도함이 옳을 것이다. 자칫 부전에 의한 행정위반행위가 지교회 당회장의 위탁재판 청구권자로서의 권한을 통제하고 제한할 위험 소지가 있고, 권한 없는 자의 행정행위를 묵인하는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법 규정의 보완과 법 규정의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관련 법규를 재정비하는 일을 서두름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