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총균 목사/ 시흥성광교회 담임, 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미국풀러신학대학원 목회전문박사, 시흥시서구기독교연합회회장
필자는 지난 10월 1일 「교회와신앙」에 ‘370:661의 의미’ 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해당 글에서 필자는 예장 통합교단 제109회 총회가 2024. 9. 24(화)~26(목)에 경남 창원에 소재한 양곡교회에서 개최된 가운데 총회 둘째 날(9. 25/수)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세습방지법)에 대한 삭제 안을 부결(해당 헌법조항을 존속키로 결정) 처리한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교단 내 일각에서는 교단 총회의 결정과 민의(民意)와 전혀 다른 내용들이 무차별 살포되어 진실이 왜곡되거나 호도(糊塗)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에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의 제정 과정의 정당성과 해당 헌법조항의 합법성에 대하여 그 진실을 밝힐 필요성이 대두되어 이 두 번째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1. 해당 헌법조문 제정(制定)의 제기 과정
2013년 제98회 총회(총회장/김동엽 목사)를 앞둔 상황에서 교계 주변에서는 목회세습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요 화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이때 교단 내 7개 노회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일명 ‘세습방지법’을 만들어 달라는 헌의 안을 교단 총회에 접수했다. 이들 노회는 서울노회, 경기노회, 대전노회, 순천노회, 대구동남노회, 경서노회, 평양노회였다. 교단 ‘헌법 정치 제87조(총회의 직무) 제2항’에서는 노회에서 제출되는 헌의 안 처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2. 총회는 하급 치리회에서 합법적으로 제출한 문의, 헌의, 청원, 행정쟁송, 상고 등 의 서류를 접수하여 처리한다.”
제98회 총회가 해당 헌의 안을 다룰 때 초반에는 ‘세습을 법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8:2로 우세했다. 목사의 청빙은 개교회 당회와 제직회(공동의회)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는 주장이 더 강했다. 전임목사 아들도 지교회 청빙에 지원할 권리를 보호하자는 논리도 있었다. 전임자 아들의 청빙을 금하는 것은 해당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까지 있었다. 간혹 후속 조치를 위해 1년간 연구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제98회 총회부터 곧 바로 실시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갑론을박 끝에 표결처리에 들어갔다. 그 결과 1033명 중 870:81로 가결됐다. 84%의 찬성이었다. 해당 헌법 입법 제안 과정에서 당장 실시하자는 강경 주장이 우세하여 다소 혼선이 있었지만 해당 헌법의 신설을 위해 헌법개정위원회로 해당 결의 건을 보내 차기 총회에서 다루자는 안이 850:31로 가결됐다. 교단 일각에서 왜곡 보도되고 있는 내용과는 달리 교단 내 7개 노회가 세습방지를 위한 헌법조문 신설 헌의 안을 총회에 접수했고, 이 헌의 안에 근거하여 제98회 총회는 해당 안건을 본회에 상정하여 가결하고 헌법개정위원회로 이첩했던 것이다.
2. 해당 헌법조문의 입법 과정
제98회 총회에서 가결되어 총회 헌법개정위원회로 넘겨진 해당 헌법조문 신설 결의안은 1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쳐 그 이듬해 2014년 제99회 총회(총회장/정영택 목사)에서 그 윤곽을 드러냈다. 헌법개정위원회(위원장/김복동 목사)에서는 헌법 제2편 정치 제28조(목사의 청빙과 연임청원) 제6항으로 다음의 제1호~제3호 내용을 신설 개정안으로 총회 본회에 상정했다.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아래 각호에 해당하는 이는 위임목사 또는 담 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단 자립대상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①해당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②해당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③해당교회에서 이전에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총회원들의 논의 끝에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제1호는 총회원 1054명 재석에 817명 찬성으로 가결됐고, 제2호는 총회원 1054명 재석에 798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제99회 총회는 일명 세습금지법 신설 안을 마련 완료했고 헌법 개정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각 노회 수의를 진행했다(헌법 정치 제102조 제1항). 그러나 해당 법안 제3호는 총회원 1054명 중 610명이 찬성(57%)하여 3분의 2 미달로 부결되어 삭제됐다.
3.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제3호가 부결된 이유
해당 법안 제3호가 부결된 핵심이유는 ‘소급입법금지원칙’ 때문이었다. ‘소급입법금지원칙’이란 법의 시행 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하여는 그 법을 적용하지만, 법의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하여는 그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즉 법의 효력 발생 이전에 있던 사안까지 소급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본래 법이나 규칙은 그것이 제정되고 난 이후에 적용된다. 법이나 규칙이 제정되기 전에 발생한 일까지 신설되는 법에 적용하여 준수하도록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과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법이 제정되고 난 이후에는 장래를 향해 그 법의 효력이 미치기 때문에 법은 장래에만 그 효력이 인정된다.
‘소급입법’이라 함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 그 효력이 과거로 거슬러 적용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국가 헌법은 제13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여 형법상 ‘소급입법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3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참정권과 재산권에 대한 ‘소급입법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과거 시점의 행위까지 사후 입법을 통해 통제한다면 법률행위에 대한 신뢰를 보장할 수 없게 되고 법적 안정성이 깨져 사회 안정을 해할 수 있다. 이 원칙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근거할 때 형법과 참정권·재산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입법 일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당시 제99회 총회에서는 법 제정 이전에 은퇴한 분의 직계비속까지 이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교단이 혼란에 빠지게 될 뿐 아니라,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여 제3호 입법안이 부결 삭제된 것이다. 제101회기 총회 헌법위원회에서는 제3호 부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이 조항을 삭제한 근본적인 이유는 사임 혹은 은퇴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 가령 전임자의 사임 혹은 사직 후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환경, 즉 목회 세습과는 전 혀 상관없는 청빙에 까지 이 조항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금하는 것은 너무 엄격하다 는 등의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4. 노회 수의 결과와 총회장의 공포
총회에서 부결된 제3호가 삭제된 제1호 및 제2호로 이루어진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은 총회의 신설 개정절차를 거친 후, 전국 가을노회 수의를 거쳤다. 전국 65개 노회 중 47개 노회가 찬성했고, 18개 노회가 반대하여 과반의 찬성으로 노회 수의가 통과됐다. 이에 제99회 총회장(정영택 목사)은 헌법 정치 제102조 제4항에 의거하여 2014. 12. 8. 이 헌법조문을 즉시 공고했다.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제정을 완료했고 총회장이 2014. 12. 8. 공고함으로서 법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했다. 해당 헌법조문은 7개 노회의 헌의 안에 대한 총회의 의결(2013년 제98회 총회) 후 헌법개정위원회에서 1년간 준비하여 그 다음 해(2014년 제99회 총회)에 법적 절차를 따라 법 개정안이 표결처리 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 법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5.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조문의 흠결 여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은 2014. 12. 8. 공포됐다. 법이나 규칙은 그것이 제정되고 난 이후 공포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여 그 시점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헌법조문 발의 안 제3호는 입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헌법조문 공포일 이전에 ‘은퇴한’ 분들은 해당 헌법조문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해당 헌법조문 공포일, 2014. 12. 8. 이후에 ‘은퇴하는’ 모든 분들은 해당 헌법조문의 적용 대상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은퇴 혹은 사직 일’이 해당법의 적용일이 아니다. 2014. 12. 8. 이전에 ‘은퇴한 분’은 해당 현행법과 무관하지만, 2014. 12. 8. 이후에 ‘은퇴하는’ 모든 분들은 해당 헌법 즉, 정치 제28조 제6항 제1호와 제2호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2016. 11. 21. 진주남노회장은 “은퇴한지 한 회기 이상 지난 위임(담임)목사의 직계비속의 청빙에 있어서 법조문은 ‘은퇴하는 위임(담임)’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은퇴한’ 목사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에 청빙해도 무방하지 않는지?”에 대하여 총회(헌법위원회)에 질의했다. 이 질의에 대하여 제101회기 헌법위원회는 “2016. 11. 21. 해석 질의에 대하여 법조문만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목회 세습(목회지대물림)’의 금지에 관한 법제정의 취지와 정서(한국교회와 사회의 일반 여론이나 법 상식 등), 성경의 가르침(고전10:23-24, 31-33)등을 고려해 볼 때는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2017. 4. 11.)했다. 따라서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은 현행법 조문만으로도 문구상으로나 내용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이 법은 지키기만 하면 전혀 ‘하자’나 ‘미비점’이 없는 “완성본”의 법이다.
6. 제102회 총회에서의 헌법 해석 처리 정리
제102회기 총회(총회장/최기학 목사)에서는 기존 헌법위원회의 해석과 달리 해당 헌법조문이 미비점을 지니고 있어 수정, 보완, 개정을 요한다는 제102회기 헌법위원회 해석을 놓고 헌법위원회와 총회 임원회 간에 이견(異見)이 발생했다. 이때 제102회 총회 임원회에서는 문제가 되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처리하기 위해 총회 본회에 해석 내용을 상정하여 총회원들의 의사에 따라 처리한 사실이 있다. 제103회 총회는 벽두에 제102회기 헌법위원회가 해석한 내용을 338표차로 부결시켰다.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위원회의 직무에서 이탈하여 헌법에 반하는 해석을 한 헌법위원회의 해석에 대하여 이를 채택하지 않고 총회 본회에 상정한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총회장과 총회 임원회 입장에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다. 헌법 정치 제87조(총회의 직무) 제4항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4. 총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을 해석할 전권이 있다.
총회 본회는 모든 안건을 최종적으로 다루는 최고 합의체이다. 3권분립에 따라 총회 재판국의 재판(사법부)은 헌법 권징 제34조 제2항에 의해 선고한 날로 확정되지만, 헌법위원회의 해석(행정부)은 총회(폐회 중에는 임원회)의 채택 후 통보함으로써 확정된다. 헌법 해석의 전권을 가진 총회가 헌법 해석을 본회에서 처리하였다면 이것보다 더 확실한 처리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총회 재판국의 확정판결은 총회 재판국장 명의로 통보되지만, 헌법위원회의 해석은 총회장의 명의로 통보된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이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7. 제102회 총회 헌법 해석 처리와 제109회 총회 결정과의 연계성
법이란 시대정신과 연계되어 있다. ‘리엄 머피(Liam Murpy)’는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What Makes Law)’ 라는 책에서 법의 본성에 대하여 실증주의적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그는 법의 내용이 언제나 사회적 사실들에 의해 정해진다고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법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법의 제정은 대 사회적 요구가 원동력이다. 사회적 요구에 도덕적 근거, 성서적 근거가 더해져 교회법이 만들어진다. 법은 시대적 산물로서 새로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폐기되기도 한다. 본 교단 헌법에는 헌법 개정 규정(헌법 정치 제16장/제102조-제104조)이 있기에 개정안에 대한 법적 절차와 입법자들의 의사만 합치한다면 언제나 개정(삭제 포함)이 가능하다.
여기서 참고할 점은 제103회기 총회가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헌법조문 개정을 요하는 헌법위원회 해석 안을 849대 511의 표결(338표 차)로 부결(否決)시켰고, 제109회 총회 역시 해당 헌법조문 삭제 안을 370대 661의 표결(291표 차)로 부결시켰다는 점이다. 제103회 총회와 제109회 총회가 해당 헌법조문 개정 해석과 삭제 안을 부결(否決) 처리한 이 같은 결정은 해당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총회원들의 결기가 내포된 결정임이 분명하다. 849대 511의 표결 결과와 370:661의 표결 결과는 2014. 12. 8. 공포하여 본 교단이 보유한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이라는 위대한 자산과 가치를 영구히 보존하자는 선언을 대 내•외적으로 표명한 것이 아닐 수 없다.
8. 결론
성경은 교회의 대(對)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교단 내의 준법정신도 중요하지만 교회가 대(對)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성경적 요구도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 필자는 다음의 성경 몇 구절을 소개함으로서 더 이상 교단 내에서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담은 해당 헌법조문을 폄훼하며 훼방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본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 관련 진실 공방’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마5:16-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 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행2:47-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딤전4:7-또 외인에게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라야 할지니 비방과 마귀의 올무에 빠 질까 염려하라.
*벧전2:12-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 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 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