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총균 목사 / 시흥성광교회 담임, 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전문박사, 시흥시서구기독교연합회 제28대 회장
1. 서론
예장 헌법 ‘정치법’에서는 ‘치리회’를 당회, 노회, 총회로 구분한다. 그리고 각급 ‘치리회’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다(정치 제60조, 제61조). 그런데 ‘교인’과 ‘직원’에 대한 죄과에 대하여 처벌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치리회’가 죄과를 범한 경우에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장 헌법에 의하면 ‘치리회’도 직무를 수행하는 행위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치리회가 범법할 경우 권징 절차를 거쳐 책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권징 제3조). 그러나 실제 치리회(당회, 노회)가 책벌을 받은 예는 거의 없다. 치리회(治理會)에 과오가 없어서가 아니라, 치리회에 대한 처벌 의지가 없거나, 처벌 규정에 대하여 무지하거나, 치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데 따른 장벽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치리회’에 대한 처벌을 방관하는 것은 치리회가 내리는 바른 결정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고, ‘치리회’의 탈선을 억제하는 긴장과 소명 의식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치리회’도 범법하면 책벌을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치리회’에 대한 책벌이 실제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치리회’도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일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것이다.
2. 치리회의 법적 지위와 죄과 형벌권
예장 헌법 권징 제1조에서는 “헌법과 헌법이 위임한 제 규정 등을 위반하여 범죄한 ‘교인’과 ‘직원’ 및 ‘각 치리회”를 권징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는 ’사람‘이며, 따라서 법률행위의 주체는 ‘자연인(自然人)’과 ‘법인(法人)’이다. ‘교회’도 국가로부터 법률행위 주체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치리회’도 법인으로서의 정식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대표자(치리회장)가 있어 법인과 동일한 법률적 지위를 인정받는다(민사소송법 제52조). 이 같은 사실을 전제로 각 치리회는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행위 주체로서의 책임성이 뒤따른다. 각 치리회는 권징의 권한을 주체적으로 행사하여 범법자에게 책벌을 부과할 수 있는 법률적 지위를 지님과 동시에(헌법 정치 제63조 제2항), 치리회가 법을 위반할 경우 범법의 주체가 되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책임적 지위도 함께 지닌다. 예장 교단 헌법은 치리회의 ‘범죄능력’과 ‘형벌능력’을 인정한다(헌법 권징 제1조, 제3조, 제5조 제4항, 제7조 제3항). 치리회가 법률적 행위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일이 발생하면 해(該) 치리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주체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교인’ 및 ‘직원’과 마찬가지로 ‘치리회’도 법률행위 주체로서 범법하면 그에 상응하는 형벌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 차별을 둘 이유는 없다.
3. 치리회가 범할 수 있는 죄과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각 치리회(당회, 노회, 총회)는 치리권을 행사하는 주체로서의 법률적 지위를 지님과 동시에 범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형벌적 지위를 함께 지닌다. 교단 헌법은 권징의 사유가 되는 죄과를 15개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헌법 권징 제3조). 그 중 치리회에 적용 가능한 죄과는 생각보다 많다. 성경상의 계명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제1항), 총회헌법 또는 제 규정에 정해진 중대한 의무위반행위(제2항), 이단적 행위와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행위(제4항),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교인 또는 직원의 명예를 훼손시킨 행위(제5항), 직권을 남용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행위(제6항), 재판국의 판결에 순응하지 아니하는 행위(제8항), 타인에게 범죄케 한 행위(제9항), 불법 항의집회와 시위 행위(제12항), 문서관련 불법획득과 유출 및 위·변조행위(제13항), 치리회 운영상의 부정행위와 재정비리 행위(제14항) 등이다. 이들 죄과 중 치리회가 가장 범하기 쉬운 죄과가 권징 제3조 제2항의 헌법 및 제 규정에 정해진 중대한 의무위반행위이다. 치리회가 법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임의로 처리하여 죄과를 범한 경우, 해당 죄과를 범한 치리회는 책벌 대상이 된다. 피상적으로 보면 치리회가 범할 수 있는 죄과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치리회가 범할 수 있는 죄과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4. 치리회에 대한 소송 형식과 관할권
예장 헌법에서 ‘치리회’에 대한 재판관할은 차상급 치리회의 재판국으로 규정하고 있다(헌법 권징 제7조 제3항). 따라서 ‘치리회’에 대한 고소 및 고발은 차상급 치리회장에게 해야 한다(헌법 권징 제53조 제1항 단서 조항). 이 규정에 따라 당회(치리회)의 죄과는 노회(재판국)에서 관장하고, 노회(치리회)의 죄과는 총회(재판국)에서 관장한다. 하회의 죄과에 대하여 상회에서 형벌권을 행사하여 회개케 할 수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로 인해 하급 치리회에서 행하여지는 위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총회(최고 치리회)가 범한 죄과에 대하여는 ‘상회’가 없어 처벌이 불가하다. 총회장의 ‘행정행위’와 ‘총회결의’에 대하여 그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행정쟁송 심판제도(헌법 권징 제8장)가 있으나, 이는 치리회의 권징 책벌권과는 다른 사안이다. 총회가 행하는 모든 업무처리에 그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총회가 행하는 사건 처리가 정의와 도덕에 기반을 둔다는 데 기인한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총회가 ‘준법결정의무’를 저버리는 경우에도 이를 처벌할 방도가 없다. 교단 총회의 처결에 불복하여 국가 법원으로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단 총회는 완벽한 준법 체계를 구축하고 가동시켜 정의실현의 최후 보루로서 손색이 없도록 탈선과 범법행위 예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5. 치리회에 부과하는 벌
치리회는 신령상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회무처리에서의 원만한 합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에 따른 안건 처리이다. 치리회원들의 성화(聖化) 정도가 다르고, 회원 간의 이해관계도 존재하여 쟁론의 발생이 없을 수는 없으나, 이때 언쟁은 좋지 못하니 쟁론치 말자며 진리를 양보할 수 없고, 논쟁은 부도덕하니 다투지 말자며 불의와 타협할 수도 없다. 치리회가 행하는 모든 안건 처리는 주의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의 일이며(행20:28), 하나님의 명령과 뜻을 실행하는 성업(聖業)이다(마6:10, 요6:38). ‘교리’ 뿐 아니라 ‘장로회 정치원리’가 성경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당연히 하나님의 뜻을 좇아 모든 회무를 처결(處決)해야 한다. 그러나 위법적으로 안건을 처리하게 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고, 악순환의 고리에 얽히게 된다. 이 경우, 그 피해는 해(該) 치리회 소속 회원과 소속 구성원들에게로 돌아간다. 따라서 바른 조치를 즉시 취하여 범과(犯過)를 교정하고(마18:15), 합법적 권징절차를 거쳐 죄과를 바로 잡아야 한다(헌법 권징 제2조). 이때 유일하게 치리회에 과하는 벌이 ‘상회 총대 파송 정지’이다(헌법 권징 제5조 제4항 ①호). 국가가 법인(法人)이 범법했을 때 과태료나 벌금형을 부과하듯이, 치리회에도 그에 상응하는 책벌을 부과하여 더 이상의 범죄가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
6. 치리권 행사가 중요한 이유
예장 헌법은 미국 북장로교 헌법에 기초하여 1917년 제6회 총회에서 제정됐다. 그 중 장로회 정치원리 제5조, ‘치리권’에서는 온 교회가 택하여 세운 대표자로 ‘치리권’을 행사토록 했다. 치리권 행사는 단순한 교회운영에 관한 일반원리가 아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섬기고 전달하는 것이며(행20:28), 일반 종교단체로서의 의사결정 행위를 넘어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법도를 시행하는 것이다(헌법 정치 제5조 및 권징 제1조), 곧 교회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명령과 뜻을 받들어 준행하는 거룩한 임무의 수행인 것이다(행 3:22). 따라서 각 치리회는 오직 하나님의 뜻을 따라 치리권을 행사해야 하며(벧전5:2), 모든 권한 행사는 하나님께 영광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전10:31). 치리권 행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각 치리회가 처결(處決)하는 결정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특성상 전국 교회에서 통용된다(고전12:26). 또한 각 치리회에서 내린 결정은 관할 치리회의 결정일 뿐만 아니라, 그 효력과 효능은 전국 교회에 미친다. 간혹 치리회에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 위법한 처결(處決)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사참배’를 가결한 예장 제37회 총회결의이다. 이 잘못된 결정으로 한국교회는 부끄러운 역사를 끓어 안고 그 죄 값을 톡톡히 치루고 있다.
7. 결론
‘치리회’가 범법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따른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면 치리회가 범한 죄과에 대하여 방조하는 경향과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는 도리어 ‘치리회’의 죄과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행히 총회 재판국의 심판사항(헌법 권징 제14조)에 “5. 기타 총회 재판국의 권한에 속한 사항”을 명시하여 하회의 ‘범법교정’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노회 재판국의 심판사항(헌법 권징 제20조)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따라서 심판사항 “6. 당회에 대한 고소 및 고발 사건”이 추가로 신설 보완되어야 한다(헌법 권징 제53조 참조). 이런 말이 있다. “악당을 두려워하면 악당의 행패는 더욱 심화된다. 원칙을 지키는 태도를 견지할 때만 악당은 양순해진다.” 이것이 바로 치리회에 관한 처벌규정을 명문화하는 이유이며, 차후 법의 미비를 보완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수로 결정하는 치리회의 업무 처리라도 인간의 뜻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고전10:5). 이에 각 치리회는 불법을 경계하고(마7:23), 진정한 ‘신정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치리회(총회 포함)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앞으로 더욱 힘(세력)있는 왕성한 교회(행19:20)로 나갈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법적 구조를 완비해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