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 교수 /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아르메니아조지아연구소(AGSI)와 남장로교연구소(SPSI) 대표
한국에 복음이 들어온 19세기 말부터 교회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였으니 제법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역사가 오래된 교회들을 필두로 해서 개별 교회사들이 기록되어 출간되었다. 필자의 어록 중에 상당히 보편화 된 ‘기억하면 살고, 망각하면 죽는다’의 교훈을 실천하고 있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기에 변화하는 사회와 세대에 맞추어 그 시대의 감각과 언어로 다시 기록되어야 한다. 개별 교회사 서술의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한다.
첫째로, 모든 기독교 역사는 인간을 통하여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섭리하신 하나님의 역사라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해서 세워진 모든 교회는 성삼위 하나님의 역사하심 가운데 있었으며, 특히 성령 하나님의 사역으로 생명력을 유지하였다. 그래서 성령 없이 교회 없다는 말이 사실이 된 것이다.
둘째로, 첫째 원칙에 근거하여, 교회의 주춧돌이요 머리되신 예수님의 아이디어대로 순종하며 움직인 사람들의 순종과 헌신을 기억하면서 항상 성삼위 하나님을 의식하며 서술해야 한다. 이 말은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셋째로, 중심성의 원칙이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행적이나 이야기들을 추구하다 보면 특정 인물들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도 하는데, 용비어천가처럼 특정인을 미화하거나 심지어 우상화하는 오류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교회사 서술의 중심에는 사람이나 특정인이 위치해서는 안 된다. 그 역사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이 빛을 발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헌신한 사람들은 순종과 헌신의 흔적만 남고 사라져야 한다. 죽어야 사는 원칙이다.
넷째로, 객관성의 원칙이다. 전체 역사를 다룬 것을 통사라고 한다면, 개별 교회사는 숲 전체 속에서 한 그루의 나무와 같은 것이다. 그 한 나무에만 집중하느라 전체 숲의 모습을 보지 못하거나 너무 과장되거나 해서는 곤란하다. 개교회사 서술의 주관적인 경향은 전체를 보는 객관성을 해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교회사 서술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다섯째로, 전문성의 원칙이다. 이것은 전문적인 학문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고, 올바른 기독교 사관을 가지고 습작을 많이 경험한 인물을 지칭함이다. 전문적인 학자인 교회사 교수는 해당 지역의 정서나 분위기에 젖어있지 않아서 객관적이기는 하지만 공감도가 떨어질 경향이 다분하다. 반면 지역의 상황에 정통한 경우는 모든 면에서 소통할 수 있고 익숙하여 친숙도는 있으나 객관성에 취약할 수도 있음이다. 이 두 영역의 조화가 가장 적합한 모습이다.
여섯째로, 포괄성의 원칙이다. 가능하면 각 교회의 교인들을 빠짐없이 언급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들이 근본이요 몸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생아부터 노인들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일곱째로, 논쟁과 반목을 지양하고 화해와 협력을 이루어야 한다. 개교회사 서술은 정쟁이나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기독교적 가치가 실현되는 또 하나의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