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 교수 /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 교회사(Ph.D.), Berkeley GTU 객원교수, IME Foundation 이사장, 아르메니아조지아연구소(AGSI)와 남장로교연구소(SPSI) 대표

 

한국 개신교의 전래만 따져도 한 세기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급하게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 가고 있는 중이다. 경교, 즉 네스토리안 기독교의 전파를 규명하자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천오백 년 전후의 기독교 역사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당시 대승불교와 함께 전래된 경교, 즉 네스토리안 기독교는 동북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역사적 흔적을 남겼고, 지속되는 연구를 통하여 보다 구체적인 증거들이 드러날 것으로 사료된다.

필자가 굳이 천오백 년 전후의 역사까지 거론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성삼위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거룩한 역사는, 그것이 구속사이든, 성경사이든, 교회사이든, 생명력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생명이다. 그래서 필자는 ‘역사는 역사를 낳고, 생명은 생명을 낳는다’고 줄기차게 외치는 것이다. 그런 견지에서 필자는 ‘기억하면 살고, 망각하면 죽는다’고 목 놓아 외친다.

생명력을 가진 하나님의 역사, 교회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최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함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몸부림을 치는 모습들이 보여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런 기억함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헌신과 열정을 다하는 기념사업회나 지역 교회들이나, 여타의 단체들을 위해서 기독교 역사박물관의 방향성에 대하여 기본적인 원칙들을 제시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과 잡음을 지양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길라잡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역사박물관의 근본적인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칙은 기독교 역사성의 개념에 대한 확고한 정립이다.

여기서 기독교는 종교개혁을 통해 극복했던 로마 가톨릭, 즉 천주교와 원천적으로 구별되며, 성삼위 하나님을 부인하고 기독교의 정경인 신구약 성경을 자신들의 경전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유대교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독교의 역사성은 역사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성삼위 하나님과 기독교적 인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하나님의 역사임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들의 업적이나 공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주인되시고 운영자 되시는 하나님의 그 백성들을 통한 그 분의 역사를 ‘기억함’이고 그 분께 영광과 존귀를 올려드리는 것을 말한다. 천주교는 역사성을 ‘숭배’하여 미신과 우상 숭배를 조장하지만, 기독교는 역사성을 ‘기억함’으로 현재와 미래를 위한 귀감이 되도록 한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사진=박무종)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사진=박무종)

둘째 원칙은 ‘지역성’과 ‘독특성’이다.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하는 대영제국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조차도 모든 역사적 유물들을 소장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조차도 모든 내용을 함축하여 전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각 지역별로 역사관이나 박물관이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각 지역이 ‘지역성’과 ‘독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한 지역의 역사관이나 박물관이 지역을 초월하여 모든 내용들을 담고자 한다면, 그 박물관은 이미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각 지역이나, 구체적인 도시에 세워지는 역사박물관은 해당 지역의 ‘지역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독특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그런 지역적인 독특성이 간과되고 무시된다면, 해당 지역에 역사박물관이 설립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해당 지역의 독특한 교회 역사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성경 박물관을 지향한다거나 기독교의 상징물들을 전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도 너무나 심하게 탈선한 것이나 진배 없다. 각 지역 역사박물관의 기본 골격은 특색있는 해당 지역 교회 역사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렇게 중심을 잡은 역사박물관이 균형을 맞추어 출범하게 되면, 향후 특별 전시회를 통하여 얼마든지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으니 우선순위를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거의 모든 입장과 생각들을 조화롭게 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단, 우선순위를 지키고, 기본 골격을 건실하게 하여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박물관이 되도록 내실을 기한 다음, 여타의 내용들을 비상설, 특별 전시 등으로 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셋째 원칙은 ‘공공성’과 ‘보편성’이다. 각 지역에 설립이 되고 있거나, 추진되고 있는 역사박물관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국비, 광역 자치 단체, 해당 시나 군, 그리고 사업회나 지역 교회 연합회 등의 출연으로 역사박물관 건립이 진행된다. 이 자체가 ‘공공성’을 표방하는 바이고, ‘보편성’을 통해 공공의 유익을 지향함이다. 이렇게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치적으로 돌려세우고 공공의 유익이 아닌 소수의 이해관계를 충족하는 수단이 되게 방치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한국선교역사기념관
한국선교역사기념관

넷째 원칙은 ‘전문성’이다. 기독교 역사박물관은 더욱 더 전문성이 중요하다. 여기서 전문성이라 함은 교회사 서술을 위한 박사 학위 이상의 학문적 훈련을 하고 수년간에 걸쳐서 업적을 쌓은 경우를 말한다. 우리가 보통 교회사 교수 내지는 교회사 학자를 지칭한다. 특히 해당 지방이나 지역에 대하여 원천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주 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출처=전주 magazine.brique.co/)
전주 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출처=전주 magazine.brique.co/)

다섯째 원칙은 기독교 역사박물관은 ‘사랑과 용서’, ‘화해와 협력’, ‘온유와 겸손’과 같은 기독교적 가치를 항상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쟁을 조장하거나, 분열을 초래한다거나, 상호반목과 질시를 야기시킨다거나, 중용의 균형을 어기고 편 가르기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비기독교적 행동들은 마땅히 철저하게 배척해야 한다.

이상의 다섯 가지 원칙들만이라도 철저하게 준수된다면, 기독교 역사박물관은 ‘기억함’의 사명을 감당하며 현세대와 차세대에게 올바른 기독교적 역사 인식을 하도록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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