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총균 목사/ 시흥성광교회 담임, 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전문박사, 시흥시서구기독교연합회 제28대 회장

얼마 전 교계 언론사 <교회와신앙>에서는 서울에 있는 통합교단 모 노회에 접수됐던 고발 사건과 관련된 내용의 전모를 간략하게 보도한 바 있다(아래 '관련기사' 링크 참고). 해당 기사의 조회 수가 ‘수천’을 넘어 독자들의 관심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 기사 내용을 접한 필자는 통합교단 재판국원의 제척ㆍ기피ㆍ회피에 관한 법률용어의 정밀 분석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예장 통합교단에서 헌법으로 오늘날의 ‘권징법’이 나오게 된 과정과 그 특성을 담은 개요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어서 재판국원의 제척ㆍ기피ㆍ회피에 대한 용어와 개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국가법과 교단법을 비교하며 해당 규정의 차이점을 논하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법리부서 직원들이 어떤 자세로 재판업무(직무)에 임해야 하는지도 조명코자 한다. 

1. 개요

예장 통합교단에서 재판 사건의 실체와 절차를 규정하는 ‘권징법’은 교단 헌법 제3편에 규정되어 있다. 통합교단은 제91회 총회(2006년 9월)에서 그동안 92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던 권징법을 171개 조문으로 대폭 증설하였다. 이 전면 개정 권징법은 2012년 제97회 총회에서 또 다시 전면 보완 작업을 거쳐 2012년 11월 16일 공포되면서 오늘날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이 권징법 전면 개정 과정에서 국가법을 대거 참고하여 통합교단 헌법에 도입했다는 점이다. 오늘 논하게 될 재판국원의 제척ㆍ기피ㆍ 회피에 관한 규정도 국가법에서 정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되는바, 근소한 차이점도 발견된다. 국가법에서 법관의 제척ㆍ기피ㆍ회피는 민사소송법 제1장 제2절에 규정되어 있고, 형사소송법 제2장에도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통합교단 권징법에서 재판국원의 제척ㆍ기피ㆍ회피는 헌법 권징 제8조와 헌법시행규정 제38조에 규정되어 있다.

2. 제척

‘제척’이란 “배제하여 물리친다”는 뜻으로 법관 및 법원 사무관 등이 특정 사건에 대하여 ‘법률에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을 때’ 법률상 그 사건에 관한 직무 집행을 행할 수 없도록 배제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국가법에서는 민사소송법 제41조에서 법관의 제척 이유를 5개 항으로 명문화했고, 형사소송법 제17조에서 총 7개의 제척 원인도 명문화했다(생략). 통합교단 권징법에서는 4개의 제척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1) 국원이 피해자인 경우
2) 국원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와 친족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경우
3) 국원이 당해 사건에 관하여 증인, 감정인이 된 경우
4) 국원이 고소인(고발인) 또는 피고소인(피고발인)인 경우

위의 4가지 경우에 해당되는 재판국원은 교단 헌법 권징 제8조 제1항 규정에 따라 그 사건의 심리ㆍ재판에서 배제된다. 통합교단 권징법에서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여 제척과 관련한 소송 당사자의 별도 신청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제44조에서는 ‘제척과 기피’를 동일하게 묶어 해당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나 법관의 ‘신청’으로 재판부가 결정하는 ‘기피’나 ‘회피’와는 달리, ‘제척’은 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적용된다. 재판국원이 위의 4가지 경우에 해당되면 헌법의 권능(입법)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다.

3. 기피

‘기피’란 법관, 법원 직원 등이 ‘한쪽 소송 관계인과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어떠한 사정으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여겨질 때’, 다른 쪽 소송 당사자가 그 법관이나 직원의 직무 집행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법에서는 형사소송법 제18조에 의거하여 ‘검사’ 또는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법관이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와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기피신청권자’가 해당 법관에 대해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국가법에서는 소속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여 이 기피신청에 대한 기피 여부를 결정한다(민사소송법 제46조 및 형사소송법 제21조). 통합교단 권징법에서도 ‘기소위원장’ 및 ‘피고인’이 기피신청 할 수 있다. 교단 헌법 권징 제8조 제2항에서 ‘권징법이 정한 제척 원인 4가지 경우’와 ‘국원이 이해관계로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기피신청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기피신청에 대하여는 해당 재판국(기소위원회)에서 기피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고소ㆍ고발인도 기소위원장에게 국원의 기피신청을 요청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할 시 고소ㆍ고발인이 직접 재판국원에 대한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동법 제3항). 기피신청을 받은 재판국은 기피 사유가 정당하지 않을 경우 기각결정하고, 기피 사유가 정당한 때에는 당해 국원을 해당사건 업무에서 배제시킨다(동법 제4항). 기피신청은 재판회 석상에서 구두로도 가능하며, 그 사유를 구술하고 담당 직원이 기록으로 남기면 이를 서면 신청한 것으로 갈음한다(헌법시행규정 제38조 제3항). 기피신청 인용 여부는 기피신청 된 국원을 제외한 국원들이 결정하며 재적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동법 제9항). 재판국원의 기피는 재적 3분의 1까지 가능하며, 기소위원의 기피는 4인 중 1인만 가능하다.

4. 회피

‘회피’란 법관이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직무에서 물러나는 행위를 말한다. 국가법에서는 민사소송법 제49조에 따라 법관에게 회피 사유가 있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피할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4조에 의거하여 법관이 기피대상자가 될 경우 법관 스스로가 회피할 수 있다. 이 경우 회피자는 소속 법원에 회피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기피규정 절차와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피’와 마찬가지로 ‘회피’ 대상자 역시 법원의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 통합교단 헌법 권징 제8조 제6항에서는 국원이 제척 및 기피 대상자에 해당될 경우 스스로 당해 사건 심리ㆍ판결에서 회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피에 관한 규정의 국가법과 교단법의 차이는 국가법에서는 법원의 결정을 통한 강제성을 띠고 있는 반면, 교단법에서는 국가법처럼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상의 3가지 법률용어를 요약하면 ‘제척’은 법규 자체로 해당국원(법관)의 배제효력이 발생하고, ‘기피’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으로 원인이 발생하고, ‘회피’는 국원(법관) 스스로의 선택으로 재판업무 배제 효력이 발생한다. 재판국원의 제척ㆍ기피ㆍ회피가 확정된 때에는 치리회(폐회 중에는 임원회)가 직권 혹은 재판국의 신청에 의하여 ‘즉시’ 국원을 보선하여 충원하여야 한다. 보선된 국원은 그 사건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심판에 관여하게 된다(헌법시행규정 제38조 제10항). 재판국원의 제척ㆍ기피ㆍ회피는 헌법시행규정 제61조 제3항에 의거하여 기소위원회에도 준용된다.

5. 결론

각 치리회의 재판국원과 기소위원은 법리에 대하여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숙지하고 법대로 사건을 처리해야만 사건 처리 후 발생할 수도 있는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교단 권징법 규정에도 없는 제척신청서를 기피신청서로 둔갑시켜 정당한 것처럼 처리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권한이 주어졌다 하여 사건을 세밀히 살피지도 않고 자의로 처리하면 권한남용의 죄과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재판 업무 종사자들은 항상 재판사건에 대하여 소송 당사자들이 승복할 수 있는 처분을 내려야 한다. 그 이유는 치리권 행사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섬기고 전달하는 것이며, 따라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교단 헌법 정치 제5조).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신 1:16)이기에 공의로 재판해야 한다(레 19:15)는 하나님의 말씀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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