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1만 명이 모이는 영적대각성 집회를 한다며 명성교회에서의 총회를 주장했지만, 반대 여론과 7개 대형교단을 비롯한 교단 목회자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총회 장소 확정은 유지하지만 1만명 집회는 철회했다. 총회 임원회는 장소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에 명성교회 총회의 명분을 잃었기에 총회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극한 대립의 지속될 경우 교단의 분열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 김의식 목사(통합 부총회장)는 지난 7월 11일 서울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총회 현안 기자회견을 갖고 "총회 장소 변경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예장통합 총회는 지난 7월 15일 제108회 총회를 9월 19일 오후 2시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당에서 진행한다는 총회 소집 공고를 냈다. 이러한 공고는 총회 헌법 제2편(정치) 제12장(총회) 제88조(총회의 회집 및 회원권) 와 총회 규칙 제5장(회의) 제40조(총회)에 의거한 것이다.

김의식 부총회장은 1만 명이 모이는 영적 대각성 집회를 하기 위한 장소는 명성교회밖에 없다며 반복해서 강조했다. 결국 명성교회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명성교회가 장소 사용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제108회 총회 장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총회 장소가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교단 내에서 반대와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총회 임원회가 총회 헌법을 어기고 세습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이 전해지자 지난 5월부터 서울노회와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 단체들과 시민단체도 우려를 표명하며 총회 장소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지금은 전국 목회자들이 반대 서명을 진행 중이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96).

서울노회는 노회 홈페이지에 <총회 임원회, 제108회 총회 장소 선정을 재고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이 공지에서 서울노회는 장소 결정 재고를 요청했다(관련기사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11). 노회뿐만 아니라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의 단체들과 시민단체도 총회 장소 철회를 촉구했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25).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의 모임인 <일하는예수회>와 <농민목회자협의회>는 ‘제108회기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결정한 것에 대해 재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지난 5월 11일 발표했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36).

<신앙고백모임>과 <높은뜻연합선교회>, <열린신학바른목회실천회>, 그리고 <한국실천신학연구소> 등의 단체와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도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지난 5월 24일 발표했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60).

이런 상황에서 총회 임원회는 지난 6월 15일에 명성교회에 총회 장소 사용 재요청했고, 10일만에 명성교회는 장소 사용을 허락했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15). 총회가 명성교회에서 개최된다는 소문에 통합 소속 교회와 단체 10개, 158명의 목회자들이 명성교회 총회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16).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이런 반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지난 8월 1일 69개 노회장과 서기의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세습한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선정한 것과 총회 회무 일정에 영적 대각성 집회를 넣은 것을 반발하는 발언이 이어졌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83).

이후 교단 내 영락교회와 소망교회 등 7개 교회 목회자들이 총회 장소 변경을 요청하며 장소를 제공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는 경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92). 하지만 이 제안 역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 임원회는 “총회장은 총회 개회 2개월 전에 소집 공고를 하며”라고 명시된 총회 헌법 제2편(정치) 제12장(총회) 제88조(총회의 회집 및 회원권) 3항을 앞세워 이미 공고된 총회 장소를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총회 개최 장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노회장 서기 연석회의에서 밝혀졌던 것처럼 명성교회 말고 다른 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도록 이미 5개의 교회가 제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회장은 1만 명이 모이는 영적 대각성 집회를 할 수 있는 장소로 명성교회를 고수하고 결국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한다고 확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1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하기 때문에 명성교회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그 집회 계획을 철회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단 내에서는 1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하기 위해서 명성교회를 고집했기 때문에 그 집회를 철회했으면 당연히 총회 장소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는 총회 헌법을 근거로 총회 장소 변경은 절대로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특별히 영적 대각성 집회를 철회한 것은 결국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려고 하는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 문제점을 기자가 문자로 문의했을 때 김의식 목사(부총회장)는 “총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장소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을 가져 올 수 없으니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 기자에게 문자를 통해 김의식 목사는 영적 대각성 집회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반명성측이 장소문제를 제기하며 영적대각성기도회까지 보이코트하겠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뜻에서 10월초~11월초까지의 지역별 치유세미나와 연합부흥성회를 다 마친 후 영적대각성기도회를 별도로 갖기로 양해”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김 목사는 “지난 10년 동안의 갈등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이루는 치유 총회가 주목적”이었으며 “한국교회가 최대의 위기 속에서 목사·장로부터 영적대각성기도회를 통해 통회자복하며 믿음으로 결단하길 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목사는 “그런데 반명성측이 장소문제를 제기하며 영적대각성기도회까지 보이코트하겠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뜻에서 10월초~11월초까지의 지역별 치유세미나와 연합부흥성회를 다 마친 후 영적대각성기도회를 별도로 갖기로 양해”한 것이라고 알렸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김의식 목사가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을 ‘반명성측’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김의식 목사는 현재 부총회장으로 이번 제108회 총회에서 총회장으로 자동 승계된다.

그런 인물이 총회 헌법을 위반하여 세습한 교회에서 개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회자들을 ‘반명성측’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친명성측’이라고 생각하며 갈라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총회 장소 논란의 핵심은 여러 교회와 단체들이 반대하고 장소 변경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 장소 선정은 부총회장의 권한’이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명성교회를 고집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고집하며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확정한 이후에는 헌법에 의해서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만약 2개월 안에 총회 장소를 공지해야 한다는 총회 헌법을 지키려는 총회 임원회의 의지가 진실되다면, 총회 헌법 28조 6항, 소위 세습 금지법을 위반하여 세습을 진행한 명성교회를 먼저 치리해야 한다. 하지만 총회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총회 임원회가 총회 헌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려고 한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려는 총회 임원회의 태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교계 안팎에서는 세습한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함으로써 면죄를 주거나, 세습금지법인 총회 헌법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한다.

9월 19일에 열리는 ‘제108회 총회 때 명성교회측에서 세습한 것은 잘못이었다는 사과를 전하고 김의식 총회장이 수용하며 이제 이 문제를 끝내자고 할 때 그 자리에 있는 총회 총대들이 박수치며 화해와 치유가 이루어졌다고 선포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나온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총회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제108회 통합 총회 장소 문제는 명성교회 세습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 세습 문제를 법과 상식에 따라 해결하지 못할 때 결국 교단이 분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