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금년 108회 예장통합 총회가 결국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김하나 목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가 총회 임원회의 장소 사용 재요청을 받아들이고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홈페이지 캡쳐)

명성교회가 총회 임원회의 총회 장소 사용 재요청을 받아들였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관련 기사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08917&code=23111111&cp=du). 해당 기사에서는 명성교회가 총회를 개최하는 데 있어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언급돼 있어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명성교회는 지난 6월 25일 당회에서 결의한 내용을 총회 임원회에 공문으로 보내기로 했지만, 총회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6월 28일까지 명성교회로부터 받은 공문은 없다. 공문이 접수된 후에야 명성교회에서 내건 조건 내용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총회 임원회는 지난 6월 15일에 명성교회에 총회 장소 사용 재요청을 결의하고 협조를 구했다. 재요청한 지 10일만에 명성교회는 당회를 열어 장소 사용을 허락한 것이다. 예장통합 총회 헌법에 의하면 당회는 일주일 전에 공고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재요청받은 후 바로 이 문제를 당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명성교회가 빠르게 장소 사용을 허락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시선과 함께 예상한 결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의외라고 여기는 부분은 총회 임원회가 지난 4월 6일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열기로 하고 공문을 보낸 지 약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총회 장소를 재고해달라고 교회의 공식 입장을 전했으면서 10일만에 그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번복 때문에 지난 번 재고해 달라는 입장은 명성교회의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명성교회(홈페이지 캡쳐)

명성교회의 이번 결정이 예상된 결과라고 보는 측에서는 총회 임원회가 재요청을 할 때부터 허락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겠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다만 명성교회가 조건부로 총회 장소 사용을 허락했다는 점에서 그 ‘조건’이 무엇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번 교회 공식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 명성교회 김종식 수석장로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특별히 명성교회에서 내세운 조건부 허락이 어떤 내용인지 문자로 질문을 했으나 김종식 장로나 총회 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로부터 어떤 답도 없었다.

교계 일각에서는 명성교회가 총회 장소를 제공하는 대신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총회 차원에서 외부의 세습반대 세력들의 시위를 막아달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 아니냐고 본다. 왜냐하면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총회 차원의 수습안을 통해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총회로 인해서 세습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와 명성교회가 세습교회로 낙인찍히고 언론과 여론에 부정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염려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습 관련 시위 문제는 총회 임원회가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했을 때부터 제기됐던 우려 사항이다. 세습을 금지한 교단 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습을 한 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총회가 개최되는 명성교회 앞에서 얼마든지 그 문제를 지적하고 총회에 세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라고 시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다.

그동안 세습을 찬성하며 옹호해 왔던 사람들은 교단 헌법이 양심의 자유와 교회의 자유에서 출발하는데, 세습 금지법이 이런 자유를 구속하고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번에 명성교회에서 통합 총회가 열린다면 ‘교회의 자유’와 ‘교인의 자유’를 내세워 담임목사 세습을 옹호해왔던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총회는 총대만 1500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이다. 이런 인원이 모일 수 있는 교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벌써 6월도 거의 다 지났기 때문에 9월 총회까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회 장소를 다른 곳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명성교회가 신속하게 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에 총회 장소가 총회 2개월 전에 변경된 적도 있다. 부총회장 후보자 시무 교회에서 총회를 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제기된 임원선거조례 시행세칙 위반이라는 우려로 인해서 발생했던 일이다. 이러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시한이 급박해 총회 장소를 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점에서 총회 임원회가 재고 요청을 한 명성교회에 장소 사용 재요청까지 해서 총회를 개최하려고 하는 것은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총회 소속 목회자들과 단체들이 명성교회 총회 장소를 재고해달라며 성명서와 입장문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는 재요청을 했고 명성교회는 허락을 했다. 이대로 총회 장소가 확정되었을 때 총회 소속 목회자들과 단체들, 그리고 개별 교회들과 노회들이 어떤 대응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