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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장소, 명성교회 선택을 보고
박상기 목사 단상
2023년 07월 06일 (목) 10:55:02 박상기 목사 webmaster@amennews.com

박상기 목사/ 시인. 수필가. 전 광나루문인회 회장. 전 한국 목양문학 회장. 빛내리교회 담임목사

   
▲ 박상기 목사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선조들의 경험에서 생겨난 현언(賢言)이다. 굳이 의미를 적자면 어른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부패하지 않고, 법과 규칙을 잘 지키면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법과 규칙을 지켜 바르게 행동한다는 말이다. 윗 단추가 잘 못 끼워지면 나머지도 다 틀어져 버린다는 말과 의미가 다르지 않다.

우리 교단 총회는 지난 수년간 유독 하나의 법을 적용하고 시행하는 일에 우유부단하고 편향된 태도를 보여 왔다. ‘법’이라는 것은 개인의 권익과 공익, 그리고 공공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목적으로 공동체가 합의하여 만든 것으로서 누구라도 법 앞에서 평등하며 준수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사안에 따라 유권해석에 따른 다툼은 있을 수 있으나 어떤 이유로든 입법 취지나 모법을 거역할 수는 없다.

우리 교단은 2013년 제98회 총회가 7개 노회 헌의 안을 총대1033명 재석 중 870:81(84%)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받아들여져 노회 수의 과정을 거쳐서 이듬해인 2014년 12월 8일에 헌법 정치 제 28조 6항을 공포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교파를 초월하여 부러움과 찬사를 받았고, 교회를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회로부터도 박수를 받았다. 이는 교회의 공교회성을 대외적으로 공포하고 교회 사유화를 차단할 뿐 아니라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명백하게 천명한 중요한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후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법은 마구 짓밟히게 되었고 편향적으로 왜곡되기 시작했다. 교회의 규모와 돈, 그리고 전 방위적인 인맥 앞에서 거룩한 교회법이 맥을 못 추고 휘둘렸으며 세상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지탄과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역사적으로 교회와 교단이 뉴스와 대중 매체에 이슈가 되고 교회의 민낯이 여과 없이 노출되었던 때가 없었을 만큼 명성교회 문제는 세상이 교회를 바라보는 왜곡된 기준을 세트로 제공하였다. 당연 처리 과정에도 이목이 쏠렸다.

결국 우리 교단은 104회 총회에서 ‘법을 잠재한다’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를 동원하여 졸속으로 ‘명성교회 사태 수습 안’을 통과시킴으로 명성교회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엄연히 명문화 된 법이 살아있는데 법을 잠재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교단이 독배를 마셔버렸다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을 만큼 최악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명성교회의 엄청난 영향력이 세상에 공개되었고, 작은 교회라면 교단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상대적 박탈감은 친 명성, 반 명성으로 정서를 갈라놓았다.

그로부터 수년 동안 법적 다툼 과정에서 공개되었던 교회의 추한 모습은 세상의 교회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고 순수한 소명감으로 목양의 현장에서 한 영혼을 위해 피땀 흘리는 대부분의 교회와 사역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전도가 부진한 시대에 전도 길이 막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재앙까지 덮치면서 교회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는 끝났지만 치솟은 금리로 인해 비틀거리는 교회와 목회자가 부지기수이고 이 기간 교회를 이탈한 소위 가나안 교인이 2백만 명이 넘는다는 어느 매체의 보도는 교회에 강력한 도전을 주고 있다.

이제 교단 차원에서의 명성교회의 다툼은 끝이 난 형국이 되었고 교단 내에서 명성교회의 지위가 확보된 듯 보이며 ‘세습방지법’도 사문화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거기에 고등법원의 명성교회 대표자 지위 확인의 소에 대한 판결에서 법원이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적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단 내부적으로 명성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는 여전히 활화산처럼 살아있고, 세상의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바뀌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헌법 정치 28조 6항은 살아있으며 명성교회 사태 수습 안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교단 내 움직임도 여전한 상황에서 교단은 자숙하는 차원에서라도 명성교회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관련한 이슈를 만드는 것을 조심했어야 했다.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있듯이 괜스레 잠잠해진 이슈가 다시 부각되어 시끄러워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교단 임원회가(10차) 명성교회를 108회 총회 장소로 확정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간 임원회에서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할 것이라는 소문에 설왕설래 여론이 들끓었으며 교단 내 노회들의 상반된 목소리와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이에 명성교회 당회에서 한 차례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임원회에 전달했고, 총회장은 “기도해 보겠다”는 워딩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총회 임원회는 명성교회에 재검토 하여 선처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명성교회는 재논의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임원회는 즉시 명성교회를 108회 총회 장소로 확정 공포했다.

아마도 임원회에서 몇 가지 이해득실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 같고 그에 따른 고심도 컸을 것이다. 우선 어쨌든 교단에서 법을 잠재하고 명성교회의 불법을 감싼 만큼 이제는 교단이 명성교회를 품어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총회를 통해서 교단과의 진정성 있는 화해와 치유를 기대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리고 명성교회로 인해 갈라진 교단의 정서도 이 참에 봉합해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있어 보인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명성교회는 동성애 프레임을 씌워 교단과 교단 신학교를 적반하장 식으로 공개 비판하고 부정한 적이 있을 만큼 여전히 교단에 대한 감정이 경직되어 있고 총회 보이콧을 언급하며 몇 몆 노회가 으름장을 놓고 있는 마당에서 굳이 교단이 개 교회에 굴종적으로 읍소하면서까지 총회 장소를 구걸했어야만 했나 하는 의문이 계속 남는다.

장소 결정 과정도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모양 만들기 내지는 소위 짜고 쳤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마당에서 그렇게까지 총회 장소를 결정한 배경이 참으로 궁금하다. 진정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교단과 명성교회 간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여긴 것일까? 아니라면 교단 내 총회를 치를 만한 장소가 그리도 궁색했기 때문일까? 총회를 통해서 명성교회와 교단과의 화해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세상의 시선은 또 어떻게 피하려 하는가? 만일 이 같은 임원회의 상식과 여론을 무시한 결정으로 혹 다른 대형교회가 돌아서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땐 어떤 명분으로 법을 앞세워 통제할 수는 있을까? 왜 그렇게 우리 교단은 단 세포 같은 악수만 두는 것일까?

진정 명성교회를 위하고, 교단의 화합을 위한다면 명성교회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거나 진정성 있는 수습이 이뤄진 후 모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언제든지 명성교회에서 총회는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때가 아니며 이에 공감하는 부정적인 여론은 총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거세질 것이 틀림없다. 성 총회라는 이름으로 유독 엄숙한 세레머니가 길기로 유명한 우리 총회가 개회 날부터 플래카드나 피켓 시위대로 인해 명성교회와 함께 또다시 뉴스메이커가의 된다면 순박한 교회와 목회자들이 2차 3차 가해를 입게 될 텐데 대체 어쩌려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유감스럽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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