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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수 바른말 ] 양수겸장 兩手兼將
양수겸장 兩手兼將 : O / 양수겹장 : ×
2018년 02월 19일 (월) 11:13:16 김준수 목사 webmaster@amennews.com

김준수 목사 / 밝은세상교회 담임, 카리스바이블아카데미 대표

   
▲ 김준수 목사

‘양수겸장’(兩手兼將)은 장기에서 한 개의 말을 옮겨놓아 두 개의 말이 동시에 장군을 부르듯이 한 가지 일로 두 가지를 얻음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양수겸장’은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과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 뉘앙스는 약간 다르지만 같은 한자숙어로는 일거양득(一擧兩得),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있다. 장기를 둘 때 한 개의 말을 가지고 한꺼번에 장을 부르게 되면 상대편 말의 이동경로를 좁아지게 해 국면을 유리하게 몰고 갈 수 있다. 가령 궁 앞에 차가 있고 그 사이에 마가 있다면 그 마를 옆으로 옮기게 되면서 동시에 마장도 되고 차장도 되는 경우다.

‘양수겸장’(兩手兼將)이란 말은 일반 사회에서는 물론 교회에서도 대단히 많이 틀리는 용어다. ‘대담하게’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 말을 발음도 똑똑하게 ‘양수겹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다손 치고 설교자나 대학 교수쯤 되는 사람이 확신에 찬 어조로 ‘양수겹장’이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지식인들마저 ‘양수겸장’을 ‘양수겹장’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까닭은 아마도 ‘겹’이 말이 두 개로 겹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얼른주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겹’은 한자가 아니라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러기에 ‘겹’을 사용해 네 자로 된 한자숙어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양수겹장’이란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이 기회에 알아두자.

‘양수겸장’은 한 가지 일을 실행함으로써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얻는다는 뜻이므로, 이 말은 긍정적인 표현에 사용해야 어울린다. ‘양수겸장의 비법’, ‘양수겸장의 효과’, ‘양수겸장의 이익’, ‘양수겸장의 기계’ 등 표현이 그러한 예다. 그렇다면 이 말을 부정적인 표현에 쓰는 것은 삼가야 한다.

   
▲ ⓒpixabay.com / venturaartist / chess-775346_640

매스컴에서도 이 말을 무분별하게 써 독자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다. ‘사드 여파로 수출 내수 양수겸장 신세’, ‘부동산대책 발표로 부동산 거래 뚝 끊기고 양수겸장으로 주가도 떨어져’ 등 처럼 어리둥절하게 하는 표현이 그러한 예다. 양손을 의미하는 ‘양수’에 신경을 쓴 나머지 ‘양수겸장’을 양손을 사용해 무언가를 하는 식으로 오인해서도 곤란하다. 가령 기타를 판매하는 악기 판매상이 쇼윈도에 ‘클래식과 뽕짝 양수겸장 기타’라고 적힌 포스터를 내걸면 그러한 표현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설교에서나 대화를 할 때 양수겸장이란 말은 적절히 사용하면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말에는 운치와 여유, 낭만과 긍정의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출애굽기를 통해 예를 들어보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급히 탈출할 때 하나님은 이집트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스라엘 백성이 빈손으로 이집트를 떠나지 않도록 하셨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스라엘 백성이 구하는 대로 이집트인들은 은금 패물과 의복을 아낌없이 제공하였던 것이다(출애굽기 12:35-36). 이 본문을 가지고 설교할 때나 서로 나눌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하나님은 정말 놀라우세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걸 보세요. 구원을 베푸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광야생활에 필요한 의복들과 은금을 이집트 사람들의 손을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영혼이 잘 될 같이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해진다’는 요한삼서의 말씀은 바로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구원에는 보너스가 있습니다. 물질의 축복입니다. 이거야말로 신앙생활의 앙수겸장 아니겠습니까?

만나에 관한 출애굽기 16장을 본문으로 삼아 설교할 때나 가르칠 때도 ‘양수겸장’의 적절한 사용은 은혜가 된다.

어린이 여러분, 만나는 언제 내렸어요? 새벽에 내렸지요? 맞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들에 나가 만나를 주웠어요. 이게 새벽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루 24 시간 은혜를 베푸시지만, 특별히 새벽에 더 많은 은혜를 주신답니다. 새벽은 앙수겸장의 은혜가 있습니다. 새벽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하고, 그날에 먹고 살아갈 수 있는 말씀의 양식을 공급하거든요. 새벽 예배가 이래서 유익이 있답니다.

‘양수겸장’이란 말이 도드라지면서 전체 맥락의 분위기를 한층 빛깔나게 해주고 있다.

신약성경에서는 마가복음 2 장의 중풍병자 치유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예수님은 친구들에 이끌리어 온 중풍병자의 믿음도 믿음이지만 친구들의 믿음을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예수님은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중풍병자는 뜻밖에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중풍병자는 구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몸도 치유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이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하시니 그 자리에서 일어나 걷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은 두 개의 놀라운 사건입니다. 하나는 영적인 차원의 것으로 구원을 얻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육적인 차원의 것으로 나에게 가장 절실한 그 것, 중풍병자로 말할 것 같으면 질병이 치유되는 것과 같은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양수겸장이란 바로 이런 것이예요.

하지만 ‘양수겸장’이란 말을 분별없이 쓰다간 오히려 긁어 부스럼 되는 경우가 있다. 예수님의 제자로 회계 일을 맡았던 가룟 유다를 예로 들어보자.

예수님은 가룟 유다를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유다는 숫자를 잘 다루고 돈을 잘 관리하는 재주가 있었던 모앙입니다. 성경은 유다가 마태처럼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세무공무원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제자들 중에서 그가 선교활동에 필요한 돈궤를 맡은 것을 보면 아마도 유다는 직업이 세리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것도 영광인데 앙수겸장으로 돈궤를 맡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말한다면 불필요한 말인 ‘양수겸장’으로 인해 전체메시지가 손상을 입게 된다. 아시다시피 가룟 유다는 은 삼십을 받고 예수님을 대적들에게 팔아넘기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스스로 목매어 죽고 말았다.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괜찮을까?

여러분. 우리는 가룟 유다를 통해 우리의 믿음을 끝까지 지키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우게 됩니다. 가룟 유다를 보십시오. 그는 스승을 배반했습니다. 그 결과는 그가 그토록 바랐던 구원을 잃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양수겸장으로 불행한 죽음의 선택입니다. 신앙생활의 결과가 이렇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것은 그야말로 ‘양수겸장’이란 한자숙어를 오용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겠는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웃을 일이 아니다. 설교 현장에서 실제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 <바른말의 품격-한자편>(도서출판 밀알서원), pp. 38-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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