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 목사 / 빛 교회 담임, Ph. D.

▲ 김희건 목사

오늘날 한국 교회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이 바로 기복신앙이다. 복을 구하는 신앙이라는 뜻이다. 어느 종교에서나 복을 구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참된 복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 줌으로, 눈앞의 물질과 성취의 축복을 넘어, 영원한 가치와 축복의 신앙생활로 안내한다.

종종 교회 안에서 축복을 말하면서, 아브라함의 축복,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약속된 축복을 근거로 제시한다. 아브라함이 엄청난 부를 소유하였다든지, 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은 순종을 조건으로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는다”는 말을 한다(신28: 6). 그 아브라함은 모든 믿는 자의 조상이 되어 그 믿음을 따르는 자에게 같은 복을 약속한다고 말한다(갈3: 9).

그 말을 문자 그대로 수용한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사실이 있다. 아브라함의 믿음을 언급할 때, 그는 자기 생명보다 귀한 아들 이삭을 제물로 드림으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확증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들도 그 믿음의 자취를 좇아가기 원한다면, 우리 삶 속의 가장 귀한 것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복신앙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바,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순종보다도, 복을 목적으로 삼고, 자칫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데 있다. 그런 추구 속에서 기독교 고유한 가치를 저버리고 세상과 동일한 가치를 추구함으로 세상을 선도할 명분을 잃고 있다. 또한 복을 우선적인 목적으로 추구하면서,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는 잘못된 생각과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수단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하나님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하나님은 온 마음과 정성으로 경배해야 할 하늘의 왕이시오, 우리 아버지이시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된 바,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는다”는 말은, 그 다음의 말과 한 쌍으로 읽어야 한다. 그것은 불순종의 삶의 결과는 “들어와도 저주를 받고, 나가도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다(신28: 29). 순종에 따른 복이 약속되었을 뿐 아니라, 불순종에 따른 저주도 약속된 것이 구약의 율법이다. 이 율법을 받았던 구약 이스라엘 백성은 어떤 삶을 살았고, 그 종말이 어떠했는지는 역사 속에 밝히 드러난 바이다. 그들은 순종을 통해 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그 나라가 해체되고 말았다.

이런 역사적 교훈은 사람이 자기 의지나 삶으로 하나님의 의와 축복에 이를 수 없다는 신약의 교훈으로 인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축복을 운운하는 것은 성경을 편파적으로 인용하는 행위요, 성경이 의도하는 바를 곡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느 누구도 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축복에 이를 수 없다.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만이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셨고, 우리에게 축복의 근원이 되어 주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구약 성경을 임의로 인용하는 것은 성경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축복에 대한 개념은 신약 성경에 이르러 더 깊은 의미로 제시되고 있다. 그 축복을 가리켜 “신령한 축복”이라 부른다(엡1: 3). 구약의 축복이 주로 물질과 땅 위의 소산 등, 보고 만지고 소유할 수 있는 축복을 의미하였다면, 신약에서 언급하는 축복은 신령한 축복,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어도 영원한 가치와 의미를 가진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물질과 관련하여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주목하게 된다: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눅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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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찾아왔던 어느 부자 청년의 이야기는 참된 생명, 영생은 물질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가르친다. 영생은 생명의 주 예수님을 따름으로 찾는 것이요, 그를 따르기 위해서는 우리가 의지하는 물질을 손에서 비우는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말씀함으로 물질을 추구하는 삶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임을 분명히 가르친다(딤전 6: 10). 오늘날 일부 교회에서 “물질, 건강, 성공, 형통” 등, 세상에서 추구하는 축복을 강조함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왜곡시키고, 교인들을 오도하는 현상을 볼 때, 답답함을 갖는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더 높고 영원한 축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것들, 썩어질 것에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이끌어 가는 것은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죄가 아닌가, 묻고 싶다.

성경이 우리에게 축복의 이름으로 전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과 우리의 복된 관계에 있다.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모시고 살 수 있음이 축복이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주와 목자로 모시고 살 수 있음이 축복이다. 성령 하나님의 내주 속에서 그의 지혜와 도움을 받아 살 수 있음이 성경이 약속하는 신령한 축복이다. 이런 축복이 가능하도록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를 위한 속죄의 제물로 드려지고, 부활하셔서, 영원한 대제사장과 왕이 되셨다. 이 역사적 사건은 영원한 감사와 찬양의 이유가 된다. 신앙생활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 바, 신령한 축복을 감사하고, 마음과 뜻을 다해 그를 경배하고 섬기며 사는데 있다.

이런 신령한 축복의 가치를 모르고,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물질과 건강과 세상 속의 성취에 집착하는 것은 더 가치 있고 영원한 축복의 삶을 도외시 할 뿐 아니라, 축복이라는 우상을 숭배한다는 점에 기복신앙의 오류가 있다. 세상에는 값싼 것, 가짜가 많이 돌아다닌다. 기복 신앙이 바로 그것이다. 복음의 참된 가치,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복된 관계의 의미를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 장차 썩어질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 것은 우상 숭배의 다른 얼굴인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을 진리의 말씀으로 바르게 인도할 책임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있다.

기복 신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내적 변화, 거룩한 삶, 하나님께 드려진 삶의 가치를 소홀히 취급하고, 여전히 자기 중심과 욕심에 묶여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신앙을 주창하였던 분들의 잘못된 소행을 뉴스 기사를 통해 듣고 보았다. 우리만 본 것이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들이 보고 웃지 않았던가? 오늘날 교회가 세상 속에서 지탄을 받는 배경에는 이런 잘못된 성경 이해와 삶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하나님과 성경을 바르게 알고 실천하려는 노력은 평생 하나님의 일꾼들의 삶이 되어야 한다. 이런 사실에 눈을 뜨지 않으면, 그 많은 기도에도 불구하고, 변화 없는 삶, 자신과 이웃을 힘들게 하는 삶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