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 목사 / 빛 교회 목사, Ph. D.

▲ 김희건 목사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의 정치, 경제 현실, 특별히 교회의 소식은 늘 첨예한 관심이 되고 있다. 몸은 조국 땅을 떠나 멀리 있지만, 마음은 항상 고국을 보고 들으며 살기 때문이다. 최근 명성교회 후임 목사 세습의 뉴스는 이곳 이민 교회 목회자들 세계에서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보고 들으면서, 이민 교회를 목회하며, 목회 후보생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의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목회자가 되려는 동기와 목적은 어디 있을까? 그것은 한 사람의 선택에 있어, 하나님을 가까이 모시고,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특별한 자질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거룩한 삶의 실천,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 하나님의 나라와 뜻을 위한 열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삶은 사실 세상의 정서와 가치관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독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세례 요한이 스스로를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칭했던 것처럼, 하나님의 일꾼이 된다는 것은 광야 고독 속의 삶이요, 세상의 가치관과의 외로운 싸움을 피할 수 없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우상 숭배의 현실 속에서, 오직 하나님을 경배할 것을 가르치고 핍박 받는 길을 걸어갔다. 주님의 사도들은 거의 모두 순교의 길을 갔던 것은 무슨 의미일까? 세상의 가치관과 그들이 전하는 복음은 항상 긴장과 갈등 속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우상을 좇아가는 시대에 오직 하나님을 경배하는 삶을 전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환영하는 메시지가 아니다.

복음을 전하는 한 사람으로서 갖는 우려는,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세상의 욕망에 야합하는 소위, 기복신앙, 성공 주의 신앙을 복음의 이름으로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 복음이 가르치는 바, 하나님을 경배하고 섬기는 삶이며, 자기 비움과 섬김의 삶이 제대로 바르게 전파되고 있을까? 복음의 핵심 중 하나, 성육신 사건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나님이 자신의 영광을 비우고, 죄와 죽음의 지배 속에 사는 육신으로 내려온 사건이 아닌가? 그 사건 속의 중요한 메시지는 “하나님의 자기 비움”이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은 서로를 위한 존재로서, 자기 비움의 삶을 실천하는 가운데, 영원히 하나됨을 유지하며, 오히려 신적 충만함을 유지하게 된다.

복음의 핵심은 우리 인간, 타락으로 인해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하나님 아닌 다른 것으로 스스로를 채우려는 인간에게 비움과 섬김을 통한 하나님과의 하나님의 생명에 이르며, 하나님 안에서의 충만의 길을 열어 주셨다는 것 아닐까? 그런데 오늘날 일부 대형 교회에서 전해지는 복음의 내용이란, 성공, 형통, 능력, 물질 충만을 추구의 목적으로 삼고 사람들을 현혹하고 이끌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나님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소원성취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 앞에 아찔함은 느낀다. 한 마디로 신학적 소견이 몹시 짧은 것이요, 잘못된 신앙을 선파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해서 그 교회가 올바른 터 위에 세워졌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을 인간의 비위에 맞게 전함으로 그 대량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 아닌가? 묻게 된다. 그 복음 속에 자기 비움이 있는가? 진정 하나님을 경배하고자 함인가? 세상의 부와 권력을 얻고자 함인가? 하나님을 찾는 내면의 동기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던가?

정말 하나님을 섬긴다면 자기를 먼저 비워야 한다. 최근 교회 세습이 교회를 떠나 사회적인 큰 이슈가 된 이면에는 그 일이 부와 권력의 대물림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왜 자기 아들인가? 목회적 소양을 쌓은 다른 목회자는 없는가? 왜 꼭 자기 아들이어야 하는가? 짐작 하기는, 그 쌓아온 돈과 명성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이기적 판단이 아닌가? 혹, 감추어진 어둠의 현실 때문인가도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대물림함으로 교회 안에서도 “금 수저, 흙 수저”의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런 배경 없이 하나님을 바라보고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무수한 이들에게 얼마나 정신적 허탈감과 좌절을 심어 주고 있을까! 그렇게 후임을 세우고 나면, 이제 무슨 복음을 전해야 할까? 숙명적으로 기복신앙을 대물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오늘날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치소 거리가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마음이 아파진다. “은과 금은 없다”던 사도들과 달리, 은도 있고 금도 있는 일부 대형 교회가 세상에 전할 메시지라는 것은 기복주의, 성공주의, 물량주의 말고,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탑을 쌓는 일은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명성 교회 세습의 현실을 보면서, 교회가 세상의 가치관을 답습하면서, 무슨 복음을 전할까? 염려를 떨치기 어렵다. 교회의 거룩성을 말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기복신앙의 정체가 바로 저런 것이 아닌가? 자조 섞인 질문을 갖게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 교회, 이민 교회 안에는 바른 정신, 바른 신앙, 바른 신학으로 이름 없이 섬기는 목회자들과 하나님의 종들을 생각하며, 소망과 위로를 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