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가 명성교회에 제108회 총회 장소 사용을 재요청했다. ‘명성교회 총회 장소 안 된다’고 반대했던 교단 소속 목회자들과 단체들은 총회 임원회가 반대 의견을 무시한다는 우려와 비판의 소리를 전했다.

총회 임원회는 지난 6월 15일에 명성교회에 총회 장소 사용 재요청을 결의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 김종식 장로는 지난 6월 9일에 총회장 이순창 목사를 방문해 총회 장소를 재고해달라는 교회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총회 임원회가 지난 4월 6일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열기로 하고 공문을 보낸 지 약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총회 장소를 재고해달라는 이러한 명성교회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는 일주일도 안 되어 장소 사용 협조 재요청을 한 것이다.

▲ 명성교회

통합 교단 내 총회를 개최할 장소가 여러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고해달라는 명성교회에 재요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의식 부총회장은 총회 때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회를 준비하는 데 그 인원을 수용할 장소가 명성교회밖에 없다고 재요청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 임원회가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하려고 장소 사용 협조를 재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했던 교단 소속 목회자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박은호 목사(신앙고백모임 회장)는 “1만 명 집회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명성교회밖에 없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한다”면서 “100만 명이 모인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10명이 모여도 회개하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목사는 “명성교회는 임원회에서 재요청했더라도 지난 번 입장이 진실했다면 이번에도 정중하게 거절해야 한다. 거절하지 않는다면 재고라는 말은 진정성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성교회는 빨리 거절 의사를 밝히고, 총회 임원회는 다른 장소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라고 전했다.

이승열 목사(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집행위원장)은 “서울노회와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단체들이 반대 의견을 계속 내고 9개 단체가 공동 입장문을 총회장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는데 명성교회에 총회 장소 사용을 재요청했다는 것은 전국 교회와 목회자들을 의식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총회를 개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습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명성교회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총회 임원회의 입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의 9개 단체는 지난 6월 8일 올해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개최하려는 것에 반발하여 ‘명성교회는 총회 장소가 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총회에 전달했다(관련기사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86). 참여한 단체는 <건강한교회를위한목회자협의회>, <교회세습반대서울동남노회목회자모임>, <높은뜻연합선교회>, <신앙고백모임>, <열린신학바른목회실천회>, <예장농민목회자협의회>, <일하는예수회>,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한국실천신학연구소>(가나다 순)이다. 이들 단체는 5월부터 지속적으로 총회 장소의 재고와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교단 소속 목회자들과 단체들이 명성교회에서의 총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는 장소 사용 재요청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총회 임원회의 재요청 태도는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심지어 묵살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차기 자동으로 총회장에 승계되는 명성교회만이 1만명 수용할 수 있다는 부총회 김의식 목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 역시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영락교회에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정작 영락교회 측에서는 요청 받은 사실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거절할 일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말해 오직 명성교회에서만 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군불 지피는 일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을 뿐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총회 장소 사용은 소위 세습 금지법이라는 교단 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 총회 차원의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여론도 심상치 않다. ‘명성교회에서 김하나 목사의 대표자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을 취소하는 판결(2022년 10월 27일)을 내린 차문호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제16민사부)가 기업인과 사적 모임을 가졌다는 KBS뉴스9 언론보도 후 명성교회 2심 판결에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96 참조).

이러한 여러 의혹과 불편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가 총회 임원회의 총회 장소 사용 재요청을 허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