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양봉식 기자】   일과 가정 중에 한국인들은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삶에서 ‘더 많은 임금’과 ‘더 많은 시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57%가 ‘더 많은 임금’을 선택했다. 이는 3년 전 동일 질문에 비해 5%p 증가한 것이다.

▲ 더 많은 임금 VS 더 많은 시간 선호도(목회데이터 제공)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blance), 즉 워라밸은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화두이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은 ‘워라밸’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워라밸의 실현 정도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워라밸의 삶을 사느냐는 질문에 47%만이 그렇다고 응답하고 50%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워라밸의 삶이 절반의 국민에게는 아직 남의 일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연령에 따라 워라밸의 삶을 사는 데서 차이를 보였다. 20대와 30대는 각각 52%가 워라밸의 삶을 산다고 했는데, 40대와 50대는 그보다 약 10%p 낮은 41% 내외만이 워라밸의 삶을 산다고 응답해 젊은이들이 기성세대보다 워라밸을 더 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상생활 중 충분 영역, 증가 희망 영역(목회데이터 제공)

평일과 주말 시간 사용에 대해 평일 ‘일하는 시간’(출퇴근 시간 포함)은 평균 8시간 46분으로 하루 중 가장 많았고, 수면 시간은 7시간이 채 못 되었다. 주말의 수면 시간은 평일보다 86분이 많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여가, 휴식, 사회 활동 등)은 4시간가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주말의 경우 일하는 시간이 1시간 50분으로 주중에 이어 주말까지도 일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수면, 근로, 교제 등의 일상생활 시간 중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영역은 ‘교육, 학습 및 자기계발’ 73%, ‘돌봄’ 72%, ‘교제 및 사회 활동’ 70%로 미충족 수준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시간 중에 시간을 증가시키고 싶은 활동으로는 수면을 36%로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여가 및 문화’ 23%, ‘교육, 학습 및 자기개발’ 13%, ‘휴식’ 10%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  직장생활 중 느끼는 감정(목회데이터 제공)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조건으로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수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자리의 다양한 여건/조건 8가지 항목을 제시한 후 중요도를 확인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90% 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그중 ‘수입’과 ‘일∙생활 균형’이 중요하다(중요한 편+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9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안전한 근로 환경’ 93%, ‘근로 시간’ 93% 등의 순이었다. 현재 근로 여건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근로 시간’, ‘일∙생활 균형’ 등은 60~70%대의 만족도를 보였으나, ‘수입’ 44%와 ‘복지∙복리후생’ 46% 두 영역만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의 경우 가장 중요한 조건이나 만족도는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그렇다면 왜 한국 사회에서 워라밸이 미흡하다고 인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OECD 38개국 조사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연간 실노동 시간은 1,915시간으로 중남미 4개국(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을 제외하면 1위였고, 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무려 200시간가량이나 길었다

▲  워라밸 정착 정도와 방해 요소(목회데이터 제공)

한국 직장인은 주당 약 40시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약 37시간, G7 국가 평균 35시간보다 긴 노동 시간이었다. 한국 직장인이 OECD 국가 평균보다 더 긴 노동 시간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고 워라밸을 즐길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의 직장생활은 즐겁거나 활기가 넘치는 것보다 피곤하고 지겹고 답답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근로자에게 평소 직장생활 중 어떤 감정을 많이 느끼는지 대해 2명 중 1명은 ‘피곤한’(53%)을 선택했으며, 3명 중 1명은 ‘지겨운’(34%), ‘답답한’(32%)을 선택했다. 가장 많이 선택한 10위까지의 감정 중 긍정적인 감정은 ‘성취감을 느끼는’(22%)과 ‘보람 있는’(22%) 2개에 불과했다.

한국인 근로자의 가사와 돌봄에 대한 조사에서는 근로자 3명 중 1명은 가사 노동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로자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과 관련된 것을 확인한 결과, ‘업무 스트레스가 가족/개인 생활까지 연결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에 달했고, ‘일 때문에 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도 41%였다. 업무/스트레스 발생→가족/개인생활 영향 갈등→스트레스 발생→일(업무) 영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더구나 유자녀 가정의 경우 ‘가족/개인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에 연결된다’가 40%대로 ‘무자녀 가정’ 33% 대비 훨씬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육아와 일의 병행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조사되었었다.

자녀가 있는 여성 근로자의 경우 10명 중에 6명은 육아로 퇴사를 고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대상자들에게 일과 양육 병행에 대한 의견에서 ‘일과 육아 양육 병행이 어렵다’에는 10명 중 8명이 ‘그렇다(매우+그런 편)’고 응답해 일과 육아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내비쳤다. 다음으로 ‘일 때문에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내가 되고자 했던 부모가 되기 어렵다’ 등의 항목에서 60%대 이상의 동의율을 보였다. ‘육아∙양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남성은 38%, 여성은 무려 58%가 ‘그렇다’고 답해 성별에 따른 입장차가 상당한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워라밸과 관련 연령대별 차이가 나타날까? 한국인의 4,50대 근로자 절반 이상은 ‘나의 삶, 워라밸과 거리가 먼 것으로 조사되었다. 본인의 삶에 대한 워라밸 평가에서 워라밸에 가깝다고 평가한 경우는 46%였고, 절반은 워라밸과 먼 편이라고 응답했다. 그중 40대가 워라밸과 먼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로 가장 높았으며, 2,30대는 이 가까운 편이 52%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워라밸’ 문화 정착정도에 대해 물은 결과, 4명 중 3명(76%)이 ‘거리가 멀다’고 응답해, 워라밸 문화가 한국 사회에 정착되지 못한 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개인보다 일을 중시하는 분위기’, ‘경제력 부족’, ‘시간이나 임금 관련한 노동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MZ세대들은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3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뒤이어 ‘월급과 성과 보상체계가 잘 갖추어진 기업’(30%), ‘정년 보장 등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업’(16%) 순으로 나타났다. 월급과 정년 보장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