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이단 규정에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의 고민이 있습니다. 교단마다 다른 기준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표준을 제시한 게 저의 박사 학위 논문의 의의라 하겠습니다.”

▲ 유영권 목사

유영권 목사(58세, 예장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는 그동안 이단사이비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이단 규정 기준’ 문제를 해결하고자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이단 규정의 표준 제시와 한국 이단 규정 평가’라는 논문을 제출함으로써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 목사가 문제로 여긴 부분은 각 교단마다 이단 규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느 교단은 이단으로 규정했는데 다른 교단은 이단으로 규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는 이단으로 규정하지 않은 교단의 입장을 자신들이 이단이 아니라는 근거로 사용한다. 이단 규정에 관한 통일된 자료나 표준이 있다면 그렇게 교단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박사 학업을 통해 찾아봤고 결국 ‘이단 규정의 표준’을 제시하는 논문을 작성했다. 표준을 제시하려다 보니, 근거를 제공해야 해서 장로교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기감, 기성 등의 ‘헌법’과 ‘이단 규정 매뉴얼’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그는 한국의 장로교회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647년 초판)을 각 교단이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것을 표준으로 제시했다. 다른 교단의 ‘헌법’ 혹은 ‘교리와 장정’이나 이단 규정 매뉴얼과 내용면에서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의 표준으로 제시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1788년과 1903년에 수정됐다. 그런데 1647년 초판을 이단 규정의 표준 근거로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 목사는 “물론 1647년 초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가 밀접했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라면서도 “종교개혁 때의 신학이 가장 성경적이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근거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신앙문서가 작성될 때는 시대적 상황이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라면서 “기존의 날카롭게 규정된 것이 연합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포용적으로 수정한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1788년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해 관용적 자세를 갖도록 수정했으며, 1903년에는 전통적 개혁파 예정론을 알미니안적 예정론으로 변형한 것을 대표적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수정이 문제를 야기했다고 판단하여 초판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낫다고 여긴 것이다.

▲ 유영권 목사는 '이단 규정의 표준 세시와 한국 이단 규정 평가'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와 함께 유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대략 119개 이단 규정을 했는데, 그런 규정들이 잘 규정된 것인지 평가하는 작업도 논문 안에서 다뤘다. 다만 전체를 세밀하게 다룰 수는 없었고, 유사성 가진 그룹 12개로 분류해 1차 자료 중심으로 그들의 문제 파악하고, 제시한 표준에 의해서 평가를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단 규정을 잘 해 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함께 119개의 집단에 대한 이단 규정에 적용한 각 교단의 신학적인 근거와 결의 자료도 제시했다. “이런 자료들이 이단 연구를 하는 목회자들에게 유익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성도들이 개인적으로 이단을 구분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있을까? 그는 “이단은 편중되어 있고, 균형이 없습니다. 가르침도 그렇고 그런 가르침을 받은 신자들의 삶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균형을 갖추고 편중되지 않습니다.”

이단도 성경을 강조하지만 성도들에게 성경 해석의 내용, 행동, 결과들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고 균형이 없다면 성도들이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이단들은 가르치는 내용들이 주장들이 대부분 조작된 것이라서 자체적으로 충돌이 일어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 역시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알렸다.

유 목사는 올해부터 ‘10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이하 이대협)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 교단들의 이대위장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이대협은 이단과 사이비 관련 이슈마다 한국교회를 대신해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통해서 관련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그는 “이대협의 활동 중 은혜로교회 신옥주 씨에 대해서 공동으로 대처한 일과 동성애와 관련해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것이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대협 소속 교단들이 이단 관련 용어를 통일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한 것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라고 알렸다.

유영권 목사는 이단으로 인해서 피해를 본 후에야 관심을 갖고 대처하는 분위기를 안타까워 하며 피해를 보기 전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교단이 중심이 되어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대상도 빠른 시일 내에 돌이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집단의 피해가 확산된 후에는 대처도 어렵고, 피해 복구도 어렵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