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예장통합 총회(제 107회)를 앞두고 교단 내 가장 민감한 사안인 교회 세습과 총회 헌법 개정 시도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여한 패널들은 명성교회 세습이 ‘코로나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라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 신앙고백모임(회장 박은호 목사)이 예장통합 총회 헌법 제28조 6항 목회직대물림 방지법(소위 교회세습 금지법)과 관련된 좌담회를 지난 8월 29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했다.

신앙고백모임(회장 박은호 목사)이 소위 ‘교회세습 금지법’인 예장통합 총회 헌법 제28조 6항 목회직대물림 방지법과 관련된 좌담회를 지난 8월 29일(월)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개최했다.

강치원 목사, 김수원 목사, 송영윤 목사, 오총균 목사가 좌담회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명성교회의 세습이 ‘코로나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라는 의견과 함께 총회 헌법 28조 6항이 ‘하자’나 ‘미비점’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교회 세습 금지법이 개교회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구약의 제사장이나 왕처럼 세습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의견도 제시됐다.

명성교회 세습의 문제를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일선 목회자의 발언이 있었다.

▲ 송영윤 목사(포천중리교회 담임)는 “명성교회 세습은 코로나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다!”라고 발언했다.

송영윤 목사(포천중리교회 담임)는 “명성교회 세습은 코로나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다!”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지난 2년간 코로나가 한국교회에 준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명성교회 세습이라고 본다”면서 “세습이 코로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코로나는 생명체의 외부에서 침입하는 데 비해, 세습은 교회 내부에서 자생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과 상식은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인데, 세습은 그것을 깬다. 불공정이고 몰상식이다”라고 언급했다. 송 목사는 “봉건시대에나 통하던 세습을 현대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냐”며 “세습은 우리 사회로부터 교회를 스스로 격리시키는 행위이다”라고 발언했다.

중세 교회가 세습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교회사적으로 살펴보고 알리는 시간도 가졌다.

▲ 강치원 목사(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책읽는교회)는 “중세의 로마-가톨릭교회에서 목회지 대물림을 막기 위해 사제의 독신제가 거듭 강화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되새겨 들어야 하는 역사의 교훈이다”고 전했다.

강치원 목사(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책읽는교회)는 “중세 교회는 목회지 대물림을 공적 재산의 사유화로 간주하여 교회 세습을 금지했다”면서 “공교회가 교회 세습을 막기 위해 내놓은 강력한 처방은 사제의 결혼을 금지하여 아들이 생기는 것을 아예 차단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중세의 로마-가톨릭교회에서 목회지 대물림을 막기 위해 사제의 독신제가 거듭 강화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되새겨 들어야 하는 역사의 교훈이다”고 전했다.

목회지대물림 방지법이 개교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수원 목사(태봉교회 담임, 전 서울동남노회장)는 “자유가 복음의 핵심적 가치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성경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려는 것을 자유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법이 허용하는 자유라 할지라도 그 자유가 유익이 되거나 덕을 세우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교훈한다”고 설명했다.

▲ 김수원 목사(태봉교회 담임, 전 서울동남노회장)는 “세습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있다면 누가 말하기 전에 스스로 멈추어야 할 일이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모든 선택과 행동의 기준은 하나님의 영광에 달려있다”(고전 10:31)면서 “명성교회는 세습의 명분으로 개교회의 자유를 말하고, 그것이 ‘성경에 있네, 없네’를 가지고 공박을 하기 전에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일인지 진지하게 고만하고 성찰해보아야 할 것이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미 지나간 5년의 세월 동안 명성교회의 세습 사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림은 물론 공교회의 화평을 허무는 정도를 넘어선 초토화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본다”면서 “세습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있다면 누가 말하기 전에 스스로 멈추어야 할 일이다”고 주장했다.

총회 헌법 신설 입법과정에서 부결, 삭제된 헌법 제28조 제6항 3호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있었다.

오총균 목사(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는 “세습방지법이 만들어지기 전 2013년 제98회 총회(총회장 김동엽 목사)에 7개 노회(서울, 경기, 대전, 순천, 대구동남, 경서, 평양)에서 소위 세습방지법을 만들어 달라는 헌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헌의안을 다룰 때 ‘세습을 법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8:2 정도로 우세했고, ‘목사 청빙은 개교회에서 당와 제직회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는 주장이 강했으며, ‘전임자 아들의 청빙을 금하는 것은 해당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었음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습방지법 제정 헌의안은 1033명 중 870명의 찬성으로 가결돼 다음해 2014년 제99회 총회(총회장 정영택 목사)에 제28조(목사의 청빙과 연임청원) 중 제6항과 1-3호 내용을 신설 개정안으로 상정했다. 그때 3호는 부결되고 1,2호의 내용으로 공포됐다.

▲ 오총균 목사(한국특화목회연구원장, 시흥성광교회 담임)는 총회 세습금지법과 관련해 “법을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고 폐지시키면 교단의 위상은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오 목사는 “3호가 삭제됐다는 이유로 개별사안(은퇴 혹은 사직) 발생 일을 기준으로 이 법을 적용하려고 한다”면서 “3호의 부결 처리로 세습의 길이 열렸다는 노리는 ‘탈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약에 불과하고 실제 해당법 적용 시점에서 보면 ‘은퇴한’과 해당 법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의 법은 3호 없이 1호, 2호 만으로도 문구상으로 내용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이 법은 지키기만 하면 전혀 ‘하자’나 ‘미비점’이 없는 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성경의 왕과 제사장 세습을 언급하며 세습을 금지하는 법은 성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의견도 나왔다.

송영윤 목사는 “그런 논리라면 노예제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 목사는 “구약이 노예제를 허용했다고(출 21:4) 오늘날 노예제를 찬성할 수 없다”면서 “성경에 나오는 제도나 관습을 글자 그대로 오늘날 규범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성경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교회 세습의 근거로 구약의 왕과 제사장을 끌어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교회의 담임목사는 이스라엘의 제사장이 아니고 유다의 왕도 아니다. 아론의 아들도 아니고 다윗과 피가 섞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목사는 “부와 권력을 물려받는 오늘날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은 구약의 제사장 제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발언했다.

은퇴 후 7년 정도 되면 세습을 허락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김수원 목사는 “전임자의 은퇴 후 7년이냐 10년이냐는 문제보다 세습을 금해야 하는 본질의 이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면서 “세습 문제의 핵심은 전임자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후임자 청빙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세습의 폐해로부터 교회를 지키려면, 우선 전임자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승의 허용 시점을 전임자의 완전퇴진 시점인 사망일을 기산일로 하여 아들이 아닌 3대 이후의 세대로 제한했으면 한다”면서 “전임자 당대(부모와 자식 간)의 세습은 탐욕의 결과이지만, 전임자 사후 후대(3대 이후)의 계승은 덕의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당대 1, 2세대에서는 금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목회지대물림을 금지하는 헌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헌의안과 관련해 ‘교단의 위상 실추’와 ‘중세 교회보다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 좌담회 후 신앙고백모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오총균 목사는 “법은 시대정신과 연관되어 있다”면서 “대사회적 요구가 법을 만드는 원동력이다”고 언급했다. 오 목사는 “법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폐기되기도 한다”고 전제하며 “해당법 폐지안과 관련해 깊이 숙고할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법을 폐지하면 교회를 떠나는 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습을 안한다고 해서 떠날 교인은 없다”면서 “법을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고 폐지시키면 교단의 위상은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강치원 목사는 중세 교회가 1,000년이 넘도록 목회지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노회라 할 수 있는 지역 종교회의와 총회라 할 수 있는 공의회는 어떤 경우에도 세습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알렸다. 강 목사는 “‘교회세습은 안 된다’는 결정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되풀이하며 공교회성을 지키려 했다”면서 “중세 교회도 이렇게까지 교회세습을 반대했는데 중세를 넘어섰다고 하는 개신교의 노회나 총회가 교회세습에 눈을 감아주거나 아예 정당화하려는 것은 우리 교회가 중세 교회보다 못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제104회 총회에서 결의한 <7개 수습안>에 대한 의견도 개진됐다.

김수원 목사는 “상위법인 헌법에서 금하는 세습금지법을 하위법인 총회결의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된다”면서 법을 잠재하고 불법을 승인해주자고 한 것을 문제삼았다. 김 목사는 헌법시행규정 제3조 2항을 언급하면서 “우리 교단의 법체계상 법의 ‘적용순서는 총회헌법, 헌법시행규정, 총회규칙, 총회결의 등의 순서며 상위법규에 위배 되면 무효이므로 개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위법을 위반하여 결의한 총회결의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면서 “그 자체로 무효이기에 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총균 목사는 “총회의 수습안에는 재심판결을 수용한다는 1안이 있다”면서 “재심판결을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총회 재판국 판결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재심 청구를 하였다가 취하하였으므로 종결되어 확정되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강치원 목사는 “(중세 교회에서) 교회법적으로는 세습이 안 되었지만 특별한 경우 교황에게 세습을 허락해주는 ‘면제 특권’이 있었다”며 “이 ‘면제 특권’을 얻기 위해 교황에게 재물이나 어떤 것을 주는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어쩌면 지금도 교회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는 서로의 ‘거래’를 통해 눈을 감아주거나 용인해주는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만약 그렇다면 세습한 그 교회는 중세의 세습교회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세습금지법 제정과 명성교회 세습 사태는 다음과 같다.

2013년 예장통합 제98회 총회 ‘목회지대물림 금지법’ 통과
2014년 ‘목회지대물림 금지법’ 공포
2017년 3월 명성교회 공동의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안 결의
2017년 10월 서울동남노회 정기노회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 청원안 승인. 서울동남노회 비대위,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 청원 총회 재판국 소송 진행
2019년 총회 재판국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청원안 승인결의는 무효’ 재심 판결
2019년 예장통합 제104회 총회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
2022년 1월 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부 “김하나에게 명성교회의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가 존재하지 않음”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