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한국사회는 분단 트라우마를, 한국교회는 분열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분단과 분열 트라우마를 통일과 통합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교단의 분열과 교회의 쪼개짐 등으로 ‘분열’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받은 성도들의 상처가 깊다. 치유가 시급하다.

▲ 책 표지

김지은 작가는 <한국교회 분단과 분열의 트라우마를 넘어서>(홍림, 2022)를 통해 한국사회와 교회가 겪는 트라우마의 원인을 분석한 후 그 치유 방안을 개인과 공동체로 나눠 실제적인 치유 방안을 제시한다. 개인 차원에서의 트라우마 치유와 회복은 ▲안전한 환경으로의 이동 ▲이야기를 통한 재구조화 및 의미 발견 ▲일상으로의 회복 및 공동체와의 연결을 통해 가능하다.

공동체 차원에서는 ▽이행기 정의(사법적 처리, 진실위원회, 배/보상 프로그램, 정화 및 안전기구 쇄신, 관련 문서 공개, 사회문화적 과거청산 및 추념 노력) ▽응보적 정의(징벌적 정의, 사법적 처리에 초점) ▽회복적 정의(관계에 초점, 피해자-가해자 조정/화해 프로그램)의 적용 가능성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 치료에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마음의 탄력)을 활용하여 개인과 집단의 힘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자기효능감과 집단효능감)을 향상시키고, 집단 내 연결을 통하여 영적 유대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언급한다.

김지은 작가는 “이 책은 출석 교회의 세습으로 고민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사람과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글이다”면서 “교회를 상처받고 떠나게 된 가나안 성도, 그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모든 문제는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단순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트라우마 사건이 문제만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키며 트라우마 사건이 성장을 이끌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트라우마 사건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많은 상흔을 남긴다. 그러나 트라우마 사건이 반드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Stress Disorder)와 같은 문제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한 사람 중 3분의 2는 오히려 외상 후 성장(PTG, Post-Traumatic Growth), 삶의 의미를 더 크게 인식하고 감사하는 태도, 개인적·사회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위의 책, 174쪽). 이러한 점에서 한국교회 역시 분단과 분열의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만 걱정할 거이 아니라 성장과 의미 발견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 김지은 작가. 지난 2월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교회 분단과 분열의 트라우마를 넘어서>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김 작가는 분단과 분열이라는 두 개의 주제를 가지고 실타래처럼 이야기를 풀어간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등장하는 반공, 멸공, 빨갱이, 공산주의 등 부정적인 언어와 적대적인 태도가 한반도 분단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한국사회 안에서 아직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런 분단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책 내용에 고스란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이 겪고 있는 교회 분열로 인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도 다룬다. 저자는 한국 기독교가 치유와 화해, 상호 교류, 이해보다는 갈등의 기폭제, 증폭제 역할을 많이 한다고 지적하며, 이제 한국교회가 분열에서 통합을 이루고, 사회의 분열과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와 치유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진보와 보수의 분열과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시기적절하게 출간됐다. 또한 한국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 분단 트라우마와 한국교회의 분열 트라우마를 심리학과 사회학(통일학)에 기초한 저자의 분석과 제안이 한국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리라 여겨진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진보와 보수 갈등에서 대형교회들이 점하고 있는 입지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기독교가 더 이상 분단과 분열을 확대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아닌 치유와 회복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교회에서 상처받은 수많은 영적 난민들이 다시 피난처를 찾을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위의 책,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