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가 결국 교단(예장 통합)을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여수은파교회는 3월 6일 저녁 예배 후 공동의회에서 소속 교단 변경 건에 대해 대다수 찬성으로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장 류영모 목사, 예장 통합)를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무기명 투표 요구하는 일부 신도들의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만호 목사는 의장 직권으로 거수 투표로 진행했다. 교단 탈퇴 후 어느 교단으로 소속을 변경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으며, 이날 공동의회에는 전체 세례교인 1,700명 중 약 4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세습 등의 문제로 교단 소속 교회가 교단을 탈퇴했다는 점에서 교계에 던지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3월 6일 교단탈퇴를 반대하는 시위가 여수은파교회 앞에서 열렸다

교단 헌법으로 금지한 세습을 강행한 후 이어진 이번 교단 탈퇴 건은 법적 논란을 무마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여수은파교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공동의회를 열어 고만호 목사 아들 고요셉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이로 인해 세습을 금지한 교단 헌법(28조 6항)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세습 논란이 일었다. 이뿐만 아니라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와 여천은파교회(고요셉 목사)와의 합병 절차에 중대한 하자(교단 헌법 정치 제11조 위반)가 있다는 위법성이 제기됐다. 또한 고요셉 목사가 여수은파교회의 부목사로 사임한지 10개월만에 담임목사로 청빙된 것은 ‘부목사는 해 교회 사임 후 2년 이상 경과 후 해 교회 위임(담임)목사로 시무할 수 있다’는 헌법 규정(헌법 정치 제27조 제3항)을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여수은파교회는 이번 교단 탈퇴를 통해 교단 헌법을 위반했다는 논란 자체를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 고만호 목사

여수은파교회 소속 노회인 여수노회의 입장은 어떠한지 노회장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최종호 목사(여수노회 노회장)는 “지난 주 금요일에 노회 임원 4명과 전 노회장 3명이 여수은파교회에 방문해서 탈퇴를 만류하며 권면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 탈퇴를 강행해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노회의 향후 대응에 대한 질문에 “노회에서는 법적인 연구 후 절차에 따라 대응하려 한다”고 답했다.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 측 입장도 총회 서기인 조환국 목사를 통해 들어보았다. 조환국 목사는 여수은파교회의 교단 탈퇴와 관련하여 “총회 임원회에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정태윤 집사(명성교회 안수집사,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는 “여수은파교회의 모습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명성교회의 축소판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 집사는 “교회가 행한 세습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너무 똑같게 느껴졌다”면서 이번 여수은파교회의 교단 탈퇴를 통해서 “명성교회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교계의 대응을 관망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태윤 집사는 명성교회(감삼환 목사, 김하나 목사) 불법 세습에 반대 운동을 해 오고 있다.

한편 여수은파교회에 불만이 있던 일부 사람들은 여수아름다운교회(박준형 목사)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호 장로(여수아름다운교회)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7년 전 여수은파교회를 우리 집, 단독주택 옥상에 개척했다”면서 “처음 교회 이름은 ‘세상을 복음화한다’는 뜻의 세화교회였으나 고만호 목사를 청빙하면서 은파교회로 바꿨다”고 알렸다. 10년 전 교회 건축 사건 때문에 여수은파교회에서 뛰쳐나온 서정호 장로 일행은 교회를 새로 개척한 후 ‘아름다운교회’와 합병했다. 현재 여수아름다운교회는 약 300명 규모의 교회로 성장했다. 서정호 장로에 따르면 이번에 100명 정도의 성도들이 세습 문제로 여수은파교회를 나와 여수아름다운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장통합 교단 헌법으로는 세습이 불가하다는 사회법정의 판결도 이번 여수은파교회의 교단 탈퇴에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도 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에 관한 법원 판결 내용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부(박미리 유성희 소준섭)는 지난 1월 26일 오후 2시 “피고 김하나에게 명성교회의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세습을 금지한 교단 헌법상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의 위임목사와 당회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사회법정의 판결의 근거가 교단 헌법이기에 교단을 탈퇴하여 세습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여수은파교회의 교단 탈퇴는 결국 ‘세습 논란 면피용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수은파교회가 교단 헌법을 위반하고 세습을 강행한 후 교단 탈퇴까지 한 상황에서 교단의 대응에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