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이신성 기자】  가장 친했던 친구, 사랑했던 가족이 좀비가 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K-좀비의 전성시대에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지난 1월 28일 새로운 K-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이 작품은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가입국 총 91개국 중 59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월 9일 현재, 넷플릭스에서 11일째 전 세계 1위로 나타났다. 좀비를 학교에 등장시킨 <지우학>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이번 <지우학>의 인기는 이전에 나왔던 K-좀비 영화의 연장선에 있다. 영화 <부산행>(2016)은 천만 관객을 달성했고, 그 뒷이야기를 다룬 영화 <반도>(2020)도 380만 명이 관람했다. <#살아있다>(2020)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됐다(Alone). 넷플릭스(Netflix)의 시리즈물 <킹덤>(2019) 역시 흥행에 성공했으며, <킹덤 아신전>(2021)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우학>은 이제까지의 좀비 영화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절비’(절반만 좀비)를 등장시킴으로써 새로운 K-좀비 장르를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좀비는 서양 영화 소재로 인식되며 서양 영화 제목들이 익숙하다. <워킹 데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월드워Z> 등이 유명하다. 그런데 동양에 좀비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시’를 다룬 홍콩영화들이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었다. 다만 홍콩영화 속 ‘강시’는 사람에게 크게 위협적이지도 않았고 코믹적인 면이 있었지만, 서양 영화 속 ‘좀비’는 집단적으로 쫓아다니며 사람을 뜯어먹고 죽여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됐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 등장인물은 살기 위해서 총이든 칼이든 손에 잡히는 도구를 이용해 좀비를 죽여야 했다. 이런 점에서 좀비 영화는 일차적으로 폭력성을 전제한다. K-좀비도 이런 폭력성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지우학>도 예외는 아니다.

<지우학>은 주동근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다.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생존하기 위해 좀비 속에서 사투(死鬪)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다만 이런 사투들이 교실 외에 급식실, 과학실, 음악실, 방송실, 도서관, 보건실, 교장실, 강당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묘사해 학교 내 다양한 공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 일진, 왕따, 성착취물 동영상, 협박과 같은 학교 폭력 뿐만 아니라 미성년 학생의 출산, 교사와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도 등장한다.

이전 좀비물과 <지우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절비’(절반만 좀비)의 출현이다. 빌런(villian 악당)으로 등장하는 윤귀남은 ‘죽지 않는 좀비’로 묘사되고, 그런 윤귀남에게 물린 최남라는 친구들에게서 ‘절비’라는 소리를 듣는다. 무엇보다 윤귀남과 민은지처럼 복수심에 사로잡힌 나쁜 ‘절비’도 있지만, 최남라처럼 친구들을 구하는 좋은 ‘절비’도 있다는 점에서 ‘좀비는 무조건 다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남라는 좀비에게 물리면 모두 좀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좀비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사람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우학>은 좀비와 사람 사이에 ‘절반은 좀비이며 절반은 사람’인 존재도 있을 수 있다고 설득한다.

▲ <지금 우리 학교는> 한 장면

좀비가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물론 좀비가 사람을 물면 물린 그 사람은 좀비가 된다. 그보다 근원적으로 사람이 ‘왜’, ‘어떻게’ 좀비가 됐는지가 궁금해진다.

<부산행>에서는 주인공 공유의 통화 장면 가운데 ‘유산 바이오’와 관련된 사건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 ‘바이오’(Bio)라는 용어에서 ‘바이러스와 관련된 생화학 물질 실험’은 아닌지 추측할 수 있다. <킹덤 아신전>에서는 ‘생사초’가 좀비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은 그 생사초 잎 뒷면에 붙은 어떤 ‘곤충의 알’이 문제인 것으로 밝혀진다.

이와 달리 <지우학>은 효산고 과학교사인 이병찬(김병철 역)이 자기가 개발한 바이러스를 자신의 아들에게 주입했기 때문에 좀비가 발생했다고 설정했다. 만약 이렇게 좀비 바이러스가 사람이 개발한 바이러스라면 역으로 사람이 없애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병찬이 만든 좀비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사람들을 죽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이런 세상 누가 만들었는데, 작은 폭력이라고 그냥 넘기면 결국 폭력이 지배당하는 세상이 온다고 수백 번 경고했어. 아무도 내 말 안 들었어! 그럴 수도 있지. 애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 왕따당할 만하니까 당하지. 그런 생각으로 외면한 인간들이 지금 이 세상을 만든 거라고!”(극중 과학교사 이병찬의 대사)

<지우학>은 우리 주변 일상 속 작은 폭력들을 돌아보게 한다. 고3 미진은 ‘C발’이라는 욕을 입에 달고 산다. 이 욕 때문에 외국인들이 <지우학>을 ‘C발’이라고 부를 정도다. 물론 다른 욕들도 많이 나온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민은지와 김철수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반 친구 경수를 ‘기생수’(기초 생활 수급자)라고 언어 폭력을 가하는 나연은 경수의 상처에 일부러 좀비의 피를 묻혀 감염시키는 모습을 통해 ‘살인 행위’까지 저지른다.

좀비 영화의 특성상 주인공들이 좀비를 죽이는 잔인한 장면은 예견된 일이다. 대걸레를 부러뜨린 막대기로 찔러 죽이거나, 주방칼로 찔러 죽이거나, 양궁부 학생들이 화살로 쏴 죽이는 장면들은 수도 없이 나온다. 그런데 정말 좀비라고 다 죽여야만 할까?

남라가 귀남에게 물린 것을 알게 된 청산은 남라도 좀비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죽이려 한다. 그런 청산이 좀비가 된 자기 엄마를 보고 얼어버린다. 하지만 청산의 엄마를 모르는 친구들은 청산의 엄마가 좀비이기 때문에 때려 죽이려 한다. 좀비가 된 친구, 좀비가 된 가족을 정말 죽일 수 있는가? 가장 친했던 친구, 사랑했던 가족이 좀비가 됐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질문한다.

<지우학>에는 효산시에서 감염된 사람들이 타 도시로 넘어가고 전국으로 감염이 확산될 것을 염려한 계엄사령관이 약 6만명의 시민을 폭격으로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비록 좀비이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정당한지 질문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듯 계엄 사령관 진선무는 “몇 명을 죽이는지 계산하지마. 몇 명을 살려야 되는지만 생각해”라고 말하며 효산시 폭격을 명령한다. 좀비 떼들 사이에서 갓난아이, 어린아이, 심지어 유튜브 진행자까지 구했던 형사 송재익(이규형 역)은 폭격 이후 “다수가 살기 위해서 대체 어디까지 잔인해도 되는거냐?”고 서울대에 다닌다는 의경에게 묻는다. 송재익의 이 질문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알려진 공리주의 사상을 다시 살펴보게끔 만든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지우학>을 볼 때 어떤 점에 주목할 수 있을까? 기자의 눈에는 ‘문’이 들어왔다. <지우학>은 좀비가 발생한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생존을 위해 좀비들과 싸우며 학교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이다. 일단 사람을 물어 뜯는 좀비의 공격에서 벗어나고 안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공간에 들어가 문을 닫아야 한다. 좀비는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실과, 과학실, 음악실 등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잠근다. 그런데 이렇게 좀비로부터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서 문을 걸어 잠그면 좀비 소굴이 된 학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문을 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우학>에는 문을 닫고 여는 것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좀비 소굴이 된 학교에서는 자기 힘만으로는 그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다시 말하면, 구출을 받기 위해서는 누군가 밖으로부터 구출하러 와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옥상에서 ‘구조헬기’를 기다리고, 온조는 ‘소방 구조대’인 아빠 남소주를 기다린다.

<지우학>은 학생들이 구출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밖으로부터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두 개의 문 앞 장면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하나는 학교 ‘옥상문’이고 다른 하나는 ‘강당문’이다.

첫 번째 ‘옥상문’ 장면에서 학생들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 옥상까지 다다랐지만 옥상문이 잠겨 있어서 옥상으로 나가지 못한다. 옥상문을 잠가놓은 김철수는 옥상문을 두드리는 친구들을 외면하고 혼자 구조헬기를 타고 학교를 탈출한다. 잠시 후 화재발생으로 옥상문이 자동으로 열려서 학생들이 옥상에 나갔지만 그때는 이미 구조헬기가 떠난 뒤였다. 학생들의 구조는 그렇게 닫힌 옥상문과 친구를 외면한 김철수에 의해서 무산된다.

두 번째 ‘강당문’ 장면에서도 준영의 희생으로 학생들이 강당문까지 가까스로 도달했지만, 문밖에서 쇠사슬로 잠긴 강당문을 열지 못해 탈출하지 못한다. 그러다 딸 온조를 구하기 위해 수용시설에서 탈출한 소방구조대원 남소주가 강당문을 열어준다. 결국 학생들은 강당에서 빠져나가 구출된다.

닫힌 문을 스스로 열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기독교적 구원을 묵상하게 만든다. 밖에서 누군가 문을 열어주는 장면이 기독교의 구원 이야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구원은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밖으로부터 문을 열어주어야 가능하다. 이것을 흔히 자력 구원이 아니라 타력 구원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기독교는 스스로 깨달았다고, 무엇인가 행하거나 성취했다고 구원을 받는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우리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구원받는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구원받은 기독교인은 다른 사람을 구원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약 여전히 닫힌 문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그 닫힌 문을 열어주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만약 지금 지옥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교회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과 역할을 되돌아보며 질문하게 한다. 지금 우리 교회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