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신앙> 장운철 기자】  투명인간이 된다는 생각은 그 상상만으로도 참 재미있다.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가 있고, 하고 싶은 일 역시 방해받지 않고 행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 한두 번쯤 이런 공상에 빠져보았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은 과연 복일까, 저주일까?

투명인간에 대한 영화, 소설 등이 정말 많다.

▲ 영화 <할로우맨>의 한 장면

<할로우맨>(Hollow Man, 포 버호벤 감독, 2000)이라는 영화도 그중 하나다. 과학 실험실에서 투명인간이 되는 약물을 만들었다. 실제로 사람에게 주사 투여를 하자 정말로 투명인간이 되었다. 기적과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회복시키는 약이 없다. 회복약 개발에 실패했다. 결국 투명인간은 그대로 살아가야만 한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일을 행하느라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투명인간은 곧 외로움과 고독에 빠진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친구를 만나도 예전과 같지가 않다. 결국 투명인간은 도덕적 타락을 하게 된다. 이는 곧 인생 타락을 불러왔다. 그는 공공의 적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의 인생 마지막은 패망으로 끝나고 만다.

영화는 결코 과학적인 흥밋거리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투명인간은 외롭고, 쓸쓸하며 또한 자신의 특수한 능력(?)이 결국은 도덕 타락으로 이어지며 멸망으로 끝을 맺게 된다는 철학적 메시지도 남긴다.

사회생활 중 ‘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네’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때 투명인간은 ‘존재감 없는 취급당함’을 표현하는 사회적 언어로 사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투명인간은 우리네 주변에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 <나는 투명인간 이다>

책 <나는 투명인간이다>(박성철, 아이앤북, 2014)에서 주인공 토이는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 온 초등하교 4학년 여학생이다. 흙 토(土), 이로운 이(利)라는 멋진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토이는 운동도 잘하는 밝고 씩씩한 어린이이지만, 이내 학교 내에서 왕따, 즉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게 된다. 그 원인이라는 게 어른이건 어린이이건 정말 보잘것없는 것들이기 쉽다. 토이는 피구 시간에 상대편을 향해 공을 힘차게 던졌다. 토이의 공이 수정이의 얼굴을 맞추었다. 아웃! 수정이는 그 반에서 한 마디로 ‘짱’이다. 뒷골목 대장인 셈이다. 수정이가 토이를 째려보았다. 이는 두려운 일이다. 게다가 수정이가 은근히 좋아하는 남학생 경규가 토이와 짝을 이루어 은근히 친해지고 있으니, 정말 난감한 일의 연속이다.

토이는 투명인간이 되었다. 수정이와 그 그룹이 토이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들은 식사할 때, 대화할 때, 체육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 가능한 모든 시간에 ‘왕따’시켰다. 토이는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야’라고 외친다. 어떻게 해야할까?

토이는 동네 탁구 선생님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친구들이 너의 본 모습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일 게야. 너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 먼저 한 발 다가가서 너의 마음을 알려 주어라”

선생님의 교훈이 토이에게 용기가 되었다. 토이는 자신의 마음을 스케치북에 글로 옮겼다. 그리고 휴대폰을 이용해 그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스케치북 도화지 한 페이지씩 넘기며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수정이와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SNS에 올렸다. 그 뒤로 토이는 투명인간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소설 <투명인간>(성석제, 창비, 2015)은 주인공 만수에게서 모든 현대인에게로 투명인간을 확대 적용시킨다. 이름도 빛도 없이 국가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 왔지만 그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이들이 곧 투명인간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인생, 누구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인생이 바로 투명인간이라는 말이다.

▲ 소설 <투명인간>

만수는 6남매 중 4째로 태어났다. 못생겼다. 똑똑하지도 않다. 말과 행동이 언제나 어리바리하다. 그는 자신보다 언제나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형제들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고도 그는 언제나 즐겁게 웃는다. 이는 사회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급기야 회사 사장이 도망을 치고 말았다. 만수는 그때 회사 빚을 떠안게 된다. 그리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닌다.

큰형은 집안의 기둥이다. 똑똑하다. 시골에서 서울로 대학 유학을 왔다.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고엽제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큰누나는 집안 살림의 기둥이다. 자상하고 헌신적이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폐인의 인생을 걷게 된다. 여동생, 남동생도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으로 피해를 입고 그럭저럭 살게 된다.

투명인간은 바로 오늘의 ‘나’일 수 있음을 소설<투명인간>은 지적해주고 있다. ‘날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우리 가족 안에 이런 투명인간은 없나? 우리가 속한 사회 안에는 어떠한가? 혹시 교회 안에도 이런 투명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해결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사랑’일 것이다. 진정한 사랑만 있다면 투명인간의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심지어 투명인간이 사회적 용어가 아닌, 과학적인 투명인간이 존재한다고 해도 말이다.

기독교적인 답도 다르지 않다. 바로 ‘사랑’이다.
성경의 교훈에서 좀 더 구체적인 사랑을 살펴보자. 투명인간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 말이다. 내가 투명인간이든, 옆사람이 그런 사람이든 상관없다.
 

1. 하나님 사랑(요일 4:7-11)

먼저는 ‘하나님 사랑’이다. 극단적으로 내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여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가 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요일 4:8절을 보자.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일4:8)

성경은 ‘하나님=사랑’이라는 공식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요한일서 저자는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랑’ 이외에 한 가지 더 사용한 게 있다. ‘빛’이다. 서두에 나타난다. 살펴보자.

“우리가 그에게서 듣고 너희에게 전하는 소식은 이것이니 곧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둠이 조금도 없으시다는 것이니라”(요일 1:5)

‘하나님=빛’이라는 말이다. 빛은 어두움을 물러가게 한다. 악하고 더러운 것들, 죄악된 것들이 빛이신 하나님이 오심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논리다.

요한일서 저자가 후반부에 강조한 하나님의 어떠하심이 바로 ‘사랑’이다. 위에 언급한 4:8절 이외에 4:16절에서도 동일하게 강조를 하고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요일4:16)

사랑은 미움을 물러가게 한다. 미움으로 인한 두려움과 고독 등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사랑’이라는 공식을 오늘 주제와 연결시키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은 투명인간 세상에서 주어지는 두려움과 고독을 위로하고, 그것으로 인한 타락과 죽음까지도 치료해 준다.

도대체 어떤 사랑이 그런 놀라운 일을 행할 수 있는 것일까? 요일 4:9-10절은 사랑의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은 바로 이런 것’임을 잘 보여준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4:9-10)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 인간이 죄에 빠지고 말았다. 그 죄인을 어떻게 구원할까. 죄값을 어떻게 치르게 할까. 큰 돈을 내라고 할 수도 있고, 긴 기간 교도소 생활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방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하나님은 ‘대속’의 방식을 사용하셨다. 즉, 누군가 죄 없는 이가 대신 죄값을 감당하여 죽는 일이다. 예수님이 이 일에 희생양이 되셨다.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이 과거 어느 날 우리네 인생에 찾아오셨다. 그래서 우리가 그 은혜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이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이 과거 한 번만으로 그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늘도 동일한 사랑의 손길로 하나님은 우리를 붙잡고 계신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이러한 엄청난 사랑이 그의 자녀들에게 오늘도 임하고 계신다는 말이다. 이 사랑을 가지고 우리는 사막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 광야에서도 길을 낼 수가 있다. 투명인간 사회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기쁨을 잃지 않을 수가 있다.

‘깨어 있으라’라는 말이 성경에 자주 등장한다. 그 말의 뜻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필자의 큰 아들이 논산훈련소 퇴소를 하게 되었다. 퇴소식 참석과 함께 부모 면회가 허락되었다. 집사람은 며칠 전부터 분주해졌다. 아들 점심 식사 한 끼를 위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각각 준비했다. 과일도 포도, 체리, 참외 등을 준비했다. 밥은 물론 샐러드와 심지어 라면도 챙겼다. 각종 도구도 모두 포장했다. 교회 수련회로 익숙해진 솜씨를 한껏 발휘했다. 그런데 정작 면회 때 만난 아들은 만남의 기쁨도 잠시뿐, ‘핸드폰’부터 찾았다. 정성껏 준비한 엄마의 음식을 먹으며 그는 연신 핸드폰에 빠져 있었다. 그동안 못 본 친구들과 문자 대화를 하는가 하면, 같은 분대원들끼리 즉석에서 만들어진 SNS에서 대화하느라 매우 분주했다. 아들의 관심은 먹는 것에 있지 않았다. 결국 준비한 음식의 대부분은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다.

집사람은 그 아들 군 입소할 때부터 힘들어했다. 인생의 큰 줄기가 하나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했다. 면회를 준비하면서 아내는 기뻐했다. 식재료를 구매하면서, 음식을 준비하면서 늘 아들을 생각했다. 앉으나 서나 항상 아들 생각뿐이었다. ‘깨어 있으라’라는 말이 이 경우에 딱 어울린다. 아내는 ‘아들에 대해 깨어 있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느 곳에 가든 심지어 면회 전날에는 정말 잠이 오지 않는다며 밤을 꼬박 깨어 있었다.

마태복음의 저자는 ‘깨어 있어라’라는 교훈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마24:42)

주님의 다시 오심, 즉 재림이 언제 임할는지 알 수 없으니 늘 깨어 있으라는 말이다. 우리가 어느 곳에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예수님의 재림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골로새서 저자도 같은 교훈을 준다.

“기도를 계속하고 기도의 감사함으로 깨어 있으라”(골4:2)

어느 곳에 가든, 무슨 일을 하든 기도와 감사를 쉬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깨어 있으라’라는 교훈을 하나님 사랑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을 어느 곳에 가든, 무슨 일을 하든 늘 기억해 내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고통이 아니다. 오히려 즐거운 일이며, 힘이 나는 작업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다음과 같이 외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나를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투명인간으로 가득한 세상에 샘물입니다.”

2. “사랑하라”

이제 수평적인 관계를 생각해보자. 즉,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게 아닌 우리끼리의 관계 말이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이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이 여기에 있다. 바로 ‘사랑을 받으세요’가 아니라, ‘사랑하세요’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받는 게 투명인간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성경은 ‘사랑하라’고 교훈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 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4:11)

조금 전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의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그 말씀 다음의 내용이 바로 요일 4:11절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사랑 받아야 할 사람은 사랑 받고, 사랑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사랑하라는 게 결코 아니다. 모두 다 ‘사랑하라’는 능동적인 교훈이다. 요일 4:7절에도 한 번 더 강조하고 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요일4:7)

‘사랑하라’는 말씀에 누가 이의를 달 수 있겠는가. 문제는 마땅한 말씀인 줄 아는데 그것이 잘 안 된다는 데 있다. ‘사랑하라’는 말씀이 옳지만, 나 자신은 사랑을 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을 뿐이다. 지금은 물론, 언제나 말이다.

‘회개’  이 문제를 접근해 보려고 한다.

사무엘상 말씀 묵상이다. 이스라엘과 블레셋이 전쟁으로 부딪혔다. 결과는 이스라엘의 패배다. 4천여 명이 죽었다. 심기일전하고 이스라엘은 다시 전쟁을 치르기로 했다. 이번에는 언약궤를 앞세웠다. 하나님의 임재가 있으니 승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믿었다. 언약궤 옆에는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함께 있었다.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역시 대 패배였다. 이번에는 3만여 명이 죽었다. 게다가 언약궤까지 빼앗겼다.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도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엘리 제사장도 숨을 거두었다. 있을 수 없는 결과들이었다. 어떻게 하나님의 임재를 앞세워 싸웠는데 이 정도로 패배할 수 있는가? 백성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약속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 때문이다. 그들은 제사장의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실이 좋지 못했다. 하나님을 알지도 못했다(삼상2:12). 제물에 탐심이 많았고, 제사를 멸시했으며, 불의한 성행위까지 행했다. 이것으로 인해 하나님은 심판을 약속하셨다(삼상2:30-36).

20년이 지났다(삼상7:2). 장성한 사무엘이 온 백성들을 향해 ‘미스바에 모이시오’라며 외쳤다. 지금과 같이 하나님과 서먹한 관계로 더 이상 살아갈 수는 없었다. 해결해야 했다. 사무엘 선지자는 모든 백성 앞에서 ‘회개하라’고 선포했다. 섬기던 우상들을 모두 끊어 던져버리고, 오직 여호와 우리 하나님만이 참된 신이며, 우리를 구원할 자임을 고백하라고 외쳤다. 금식을 선포하며 회개를 부르짖었다. 이에 하나님을 사모했던 백성들이 사무엘 선지자의 지도 아래 회개에 동참했다. 백성들이 목 놓아 울고 부르짖으며 하나님의 용서를 구했다.

이에 블레셋 사람들이 깜짝 놀랬다. 웅성거리는 이스라엘이 자신들과의 싸움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들은 다시 군대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기도하고 있는 미스바를 향해 접근해 오고 있었다.

기도 중이던 이스라엘 백성이 블레셋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려웠다. 기도하기를 그만두어야 하나. 하나님을 찾은 일이 얼마만인데 이런 식으로 기도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러다가는 기도하다가 모두 앉아서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도를 중지하고 모두 없던 일처럼 집으로 돌아가자’ 또는 ‘이제는 기도를 그만하고 전쟁을 준비하자’고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자손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당신은 우리를 위하여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쉬지 말고 부르짖어 우리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서 구원하시게 하소서 하니”(삼상7:8)

회개는 백성들에게 오히려 힘과 용기를 주었다. 백성들은 계속 기도하자고 했다. 사무엘 선지자에게 더욱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무엘도 이에 응답했다. 창과 방패를 준비해도 부족한 시간에 사무엘은 오히려 번제를 드리며 하나님께 온전히 나아갔다.

“사무엘이 젖 먹는 어린양 하나를 가져다가 온전한 번제를 여호와께 드리고 이스라엘을 위하여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응답하셨더라”(삼상7:9)

결과는 어떠했을까? 대승이다. 전쟁 승리를 위해서 회개를 선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회개는 결국 적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회개는 모든 신앙(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기초다. 회개는 힘이요, 지혜요, 용기요, 평안이다. 사랑의 기본이다. 오늘 주제와 연결시켜 본다면, 회개는 투명인간 세상 속에서 ‘사랑하라’를 실천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사랑해야 하는 줄은 알고 있는데 계속 사랑만 받고 싶고, 위로만 받고 싶고, 자신만 피해를 받은 것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회개’를 선포해 보자. 필요하면 금식도 겸해보자. 사랑 받기만을 원했던 것을 내려놓고, 사랑하기에 게을리했던 것들에 용서를 구해보자.

누가복음의 저자는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죄인들도 한다’며 하나님의 자녀는 ‘사랑할만하지 못한 사람들, 심지어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교훈하고 있다(눅6:32-38). 어떻게 이 말씀을 따를 수 있을까. ‘회개’에서부터 시작해보자.

고린도전서 기자는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것)’이라고 했다(고전13:6).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고통이 결코 아니다. 물론 수고해야 할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진리와 함께 진정으로 기뻐하는 일이다.

정리해 보자. 세상에는 투명인간이 적지 않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고, 또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첫째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음을 잊지 말자.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하나님이 내 이름을 자신의 손바닥에 기록하며 기억해 주신다. 여기에서 힘과 용기를 얻자. 둘째는 적극적으로 이웃을 사랑하자. 내가 사랑과 위로를 받아야 할 상황과 위치에 있을지라도 사랑하자. 이것이 잘 안 될 때는, ‘회개’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내 자신을 모두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서 다시 일어서보자. 이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이때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