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김정언 기자】 유명 '이단' 변승우가 보수주의를 내세워 정치까지 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까지 되었던 전광훈 목사에 의해 '스타 목사'로 부각되는 놀라운 '역사'가 지난 광복절 일어났다. 이젠 보수의 가치가 이단으로서의 '가치'까지도 초월하는 경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이단성 목사와 선거법 위반 목사가 나란히 합세해 현 정부 규탄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광복절이던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희한한 '반짝' 집회가 열려 행인들의 눈길을 모으며,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을 수 있게(?) 심심찮은 눈요기 거리를 제공했다.

거대한 배경막이 내걸린 이날 집회명은 '건국 70주년 기념식 및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원로회, 청교도영성훈련원(전광훈 목사), 애니선교회(대표 이애경)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한국교회연합'이 개최했다. 이날 발언자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며 "문재인 공산주의자는 당장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쳐 국민으로서 '막 가는' 모습을 보였다.

▲ 지난 8월 15일에 개최된 집회

표면상 내건 문제 토픽들은 '대한민국 건국 정체성 훼손',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 역행', '거짓 남북평화 정책', '한미동맹 파괴 안보정책 규탄',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안(NAP)', '원전 문제 및 난민정책', 기타 동성애 등 나름 초미의 이슈들을 두루 엮어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역사상 가장 많은 교단들로부터 이단 단죄를 받은 자 중에 한 사람인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구'큰믿음교회')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광훈 목사(청교도 영성훈련원장)가 함께 손 잡은 게 집회의 맥이다.

변승우 목사는 지난 2009년 이래 주요 개신교 교단들에게 줄줄이 이단으로 낙인찍힌 바 있다. 통합은 그를 '이단', 합신은 '이단성 있음', 합동과 고신은 '참여 금지', 2012년엔 예성(예수교성결회)은 '이단'으로 하는 등 무려 8, 9개 교단들로부터 이단 등의 규정을 받은 화려한(?) 역대급 전력을 갖고 있다. 특히 변 목사가 몸담았던 예장백석은 그를 제명-출교했고, 2016년엔 통합이 그를 이단 '해제'할 뻔 했다가 사면을 도로 철회하기도 했다.

전 목사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3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받은 바 있는 그는 '기독자유당' 창당에도 관여하는 등 보수계 '정치 목사'로서 다양한 문제 언행을 일삼아왔다. 더구나 과거 ‘속옷’ 발언으로 불명예스런 칭호로도 유명세를 치러온 그는, 어쩌다 정부 규탄이라는 코드로 서로 배포가 맞았는지 이날 집회에서 연배가 아래인 변 목사를 '젊은 스타 목사가 나왔다'고 칭송까지 했다.

이들은 기독교 특히 보수계의 민감한 이슈인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이나 동성애 문제 등을 짐짓 들고 나왔지만, 둘 다 자숙하는 면모라곤 도무지 보이지 않은 채, 8.15를 이용해 뭇 누리의 이목도 끌고 교계의 속도 뒤집고 나름대로 보수계를 규합하려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 줬다는 인상과 평판이다.

집회 중 발언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려 한다"며 문 정부 붕괴를 예수 이름으로 염원하듯 외쳤다. "동성애는 예수 이름으로 사라질지어다"고 단발주문식 선포를 하기도. 이날 행사는 사전 행사만 약 세 시간 진행되다 전/변 두 목사가 등장하면서 본 행사가 시작됐다. 이날 단상에는 길자연과 이용규 한기총 전대표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사회자로 나선 전 목사는 변 목사를 소개하면서 "요즘 젊은 목사들은 '애국' 얘기만 하면 슬슬 빠지려 하는데, 변승우 목사는 그렇지 않다. 젊은 목사 중에 나타난 스타 목사다"고 추켜올렸다. 변 목사는 '대한민국이 공산화될 수도 있다'는 어느 목사의 '예언'을 들었다고 전제,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염려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이날 자리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두 손을 들어달라고 즉석 주문해 당일 참석자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기도.

변 목사의 이날 발언은 작심한 듯 거친 극우성 발언 일변도였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을 보니 전라도, 동성애, 북한이 먼저다"며 "(문 대통령의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아니라 (공산)사상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또 "김대중이 사라지면 우리나라가 정상화할 줄 알았다"며 그러나 "그보다 더한 노무현이 나타났고, 노무현보다 더한 문재인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예수 이름으로’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무너지도록, 김정은과 북한 공산당이 사라지도록, 문재인과 종북 세력이 망하도록 '선포'하고 빨갱이들로부터 나라와 한국교회를 지켜달라고 맞춤 주문식 기도를 하기도.

기회를 놓칠 세라 우파들의 집회는 더 있었다. 서울 대한문에서는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8.15 한국교회 미스바 대각성 구국 금식 기도회’라는 것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도 김한식 목사(한사랑선교회)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무너질지어다"라는 구호식 선포기도가 올려졌고, ‘문재인 정권은!’이라는 선창에 ‘물러가라!’고 복창하기도.

당대의 로마 황제 등 위의 정치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했던 성경 교훈에 따라 마땅히 대통령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 성도들인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