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외계인과의 만남'을 평소 우려하면서도 인류가 우주로 이주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금세 멸종할지 모른다는 부정론과 긍정론을 함께 펴는가 하면, 만물의 '11차원'까지 논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과학자가 별세했다. 무신론자인 그에 대해 "신의 절대부재를 논할 만큼의 절대지식을 갖진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간여행은 가능하며 인류는 조만간의 미래에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봐, "인류에게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상찬을 받았던 그는 블랙홀과 상대성, 양자중력 연구에 크게 기여한 영국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윌리엄) 호킹 박사가 숨을 거둔 것은 지난 3월 14일. 향년 76세였다(1942~2018).

▲ <엘 문도>와의 인터뷰에서 "신은 없다"고 말하는 순간 웃음 짓는 스티븐 호킹 ⓒEM

호킹 박사는 불행히도 루 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 ALS)과 관련된 운동뉴런증을 앓는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의사들은 이미 50년전 그의 '단명'과 조기사를 예측했는데도 그는 자신의 "강인한 의지"로 극복하고 장수했다. 호킹 박사의 입도 마비돼 음성인식기를 통해 1분 만에 한 글자씩 말하는 어려움을 보였다.

동료 이론 물리학자인 로렌스 크라우스 박사는 "별 하나가 우주에서 스러져갔다. 우린 경이로운 인간 하나를 잃었다."면서 "호킹은 76년간 용감하게 우주와 싸워 길들여가며 인생을 즐긴다는 의미가 뭔지, 뭐가 중요한지를 우리 모두에게 가르쳤다."고 소회했다.

우주학자이기도 한 호킹 박사는 인기 높은 연사였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루커스 수학석좌교수로 30년간 재직했다. 또 케임브리지 대학교 이론우주학연구소(CTC) 연구 디렉터이기도 했다. 생시에 수많은 상과 메달을 수여받았다. <시간의 약사(ABHT)> 등 대중적인 그의 과학저서는 장기간 베스트셀러였고, 그의 생애를 그린 영화 <만물의 이론(2014년)>도 제작, 상영됐다.

모두 15권인 그의 저서/공저들 중 <시간의 약사>와 추가된 관련 도서 등 3권은 큰 것에 관한 우주학과 작은 것에 관한 양자역학을 조합하여 우주의 기원을 설명, '과학의 성배(聖盃)' 역할을 했다는 중평을 받았다.

수많은 과학자들처럼 호킹 박사는 무신론자였다. 한때 그가 창조주 신앙은 현대과학이론과 조화된다며 '신'을 언급하여 잠시나마 불가지론적 유신론자인가?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우리와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로서 신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호킹 박사는 훗날 스페인어 언론 <엘 문도>와의 대담에서 자신은 무신론자임을 재천명했다. "제가 그때 '신의 마음을 알 것'이라고 한 것은 만약 신이 있다면 그가 알고 있는 모두를 우리가 알 수 있는 상태를 가리켜 한 말이었다."며 "그 신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0년의 저서 <장엄한 설계(TGD)>에서 신의 우주창조론을 부정했다.

▲ 우주의 설계를 논하면서도 신 존재를 구체적으로 부정한 '장엄한 설계(GD)' 표지. ⓒSH

호킹 박사는 또 "사람들이 제게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냐?'고 묻곤 하는데 저는 그런 질문 자체가 의미없다고 답합니다."라며 "빅뱅 이전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신이 우주를 창조할 시간도 없었다."는 논리를 펼치고, "빅뱅이야말로 물리법칙의 명확한 결과"라며 다른 원인을 배제했다.

호킹은 심지어 중력 같은 자연법칙에 따라 우주는 (무에서) "자발 생성됐다."고까지 주장했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대선배 물리학자 아이잭 뉴턴은 우주가 혼돈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신의 설계로 창조됐다고 믿은 일종의 유신론자였던 반면, 호킹은 "청색 도화지(導火紙)를 발화시켜 우주를 시동함에 있어 신(God)까지 부를 필요는 없다."고 말해 신 존재의 불필요성을 논했다.

조사에 따르면 고명한 과학자들의 약 93%가 신 존재를 믿지 않는 반면 미국인들의 평균 83%는 하나님/신을 믿는다. '네이처' 매거진의 1998년 조사에서는 미국 최고 과학자들의 모임인 전국과학자협회(NAS) 회원들 가운데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단 7%에 불과했다. 런던왕립과학자협회(RSL)의 조사로는 영국 인구의 42%가 인격적인 하나님/신을 믿지만, 영국 과학자들 중에서는 5%가 그랬다.

무신론자들은 호킹 박사는 물론 또 다른 무신론 과학자 (고)크리스토퍼 히친스, 리처드 도킨스 등을 통해 큰 힘을 받았다. 이런 결과로 근래엔 서구에 '무신론교회'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변증가 피터 기어가이즈는 칼럼에서 "호킹은 그의 이론을 신뢰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무신론으로 이끄는 효과를 냈다."며 "그러나 그는 신의 절대부재를 논할 만큼의 절대지식을 갖진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어가이즈는 또 1) 호킹이 믿은 중력법칙과 2) 로직의 법칙을 설명하는 데 신이 필요하고, 3) 모든 존재는 실존의 원인이 필요하며, 4) 무신론 과학자인 히친스 자신의 역논리로 이미 신 존재가 입증되며, 5) 과학은 (절대자인) 하나님을 측정할 수 없다(열왕기상8:27)고 논증함으로써 유신론의 당위성을 펼쳤다.

기어가이즈는 무신론자마다 신을 믿기 위한 나름의 싸인을 요구하지만 창조주가 주신 싸인은 창조물과 양심이라고 강조하고, "당신보다 더 스마트한 호킹 같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며 "호킹의 IQ는 인류 중 최고급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IQ는 과학으로 측정할 수조차 없다!"고 강변했다.

사실 호킹 박사는 '명목상의 기독교 출신 가정' 출신이었지만, 부모가 모두 옥스퍼드 대 출신인 이 엘리트 가족은 불가지론적 무신론이 대세였다고 한다. 호킹 박사는 옥스퍼드 출신이다. 호킹 박사의 첫 아내 제인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지만 둘 사이에 종교담화는 전혀 나누지 않았으며 1995년 이혼했으나 슬하에 세 자녀를 두었다. 간호사 중에서 고른 둘째 아내 일레인 메이슨과도 2006년 이혼한 뒤, 전처인 제인과 자녀들과 다시 가까워졌다.

호킹 박사가 세상을 뜨자 숨겨진 다양한 뒷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절친인 한 나이트클럽 사장은 호킹박사가 생시에 여러 간호사와 도우미를 데리고 휠체어를 탄 채 스트립바를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첫 만남 때 호킹 박사와 대화를 시도한 그는 "교수님, 만나 봬 영광입니다! 저랑 물리학 대화를 좀 나눌까요... 아니면 저 스트립걸들을 보시겠습니까?"라고 묻자 호킹은 "여자들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죄악이 좋아 그가 신의 존재를 거부한 건 아닐까? 성경은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없다'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