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윤지숙 기자 】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 세습의 불법논쟁과 관련한 예장통합 총회재판국(국장 이만규 목사) 판결이 또 미뤄졌다. 서울동남노회 부노회장이자 헌의위원장으로서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했다가 불신임 당한 김수원 목사가 제기한 이번 소송은 첫 심리 후 60일 이내 또는 연장했을 경우 90일 이내에 판결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18일에 첫 심리가 열렸으므로 90일이 가까워진 2월 13일에 열린 재판에서는 종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불발됐다.

▲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 세습의 불법논쟁과 관련한 예장통합 총회재판국(국장 이만규 목사) 3차 심리가 2월 13일 열린 가운데 원고 측과 피고 측이 변론을 위해 재판국원들을 향해 앉아 있다. ⓒ<교회와신앙>

재판국은 2월 13일 오후 3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 제2연수실에서 원고 측 김수원 목사(서울동남노회 비대위원장)와 송준영 변호사를, 피고 측 현 · 전 서울동남노회 선거관리위원회장인 김충수 목사(전 선관위원장), 이대희 목사(현 선관위원장), 최관섭 목사(현 서울동남노회장), 김재복 변호사를 소환해 3차 심리를 가졌다. 그러나 최관섭 목사는 불참했다. 선거무효소송 변론만 진행됐고, 결의무효소송은 피고 측의 연기신청으로 이날 다뤄지지 않았다.

▲ 장병기 목사 ⓒ<교회와신앙>

서울동남노회비대위 대외협력국장 장병기 목사는 “행정소송은 60일에 최대 90일 안에 결정이 되었어야 한다. 총회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해줘야 하는데, 총회재판국이 2월 8일에 작성해 9일 (원고와 피고 측)에 전달된 공문은 선거무효소송과 결의무효소송 두 사건을 분리해서 소를 제기했음에도 한 사건으로 변론을 하도록 했다.”면서, “사흘도 안 되는 기일을 주고 변론을 준비해서 가져오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오늘 피고 측 최관섭 노회장이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한 “총회는 이 사건이 정치적 사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요구한다. 오늘 선거무효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세습반대교수들의모임, 예장통합 내 명성교회철회를 위한 준비모임에서도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재판국의 심리는 이 날까지도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며, 다음 출석일 조차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져 결국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재판정 밖에서는 명성교회정상화와 교회개혁을 바라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평신도행동연대 등의 침묵시위를 벌이고, 교계와 교단 안팎의 “정직하고 공정하게 재판해 달라”는 여론이 엄중한 때문인지 재판국장과 재판국원들은 재판정에 드나들면서 다소 경직된 표정을 유지한 채 최대한 말을 아꼈다.

▲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평신도행동연대, 신학생연대 등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회와신앙>

쟁점사안은 알려진 바대로 양 측은 △김수원 부노회장 불신임 · 노회장 승계 투표 노회규칙, △노회장 승계규칙에 관한 해석 차이, △속회 없이 회의진행, 일부총대들 퇴장 기권처리 등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쟁점1 ] 불신임 · 노회장 승계 투표 노회규칙 위배

1시간여 심리가 끝나고 나오는 피고 측 김재복 변호사는 “김하나 목사 담임목사 청빙안 반려는 (김수원) 헌의위원장의 직권남용이다. 목사부노회장으로서 자격문제가 제기(고소) 되었으니, (불신임) 투표를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고 측 송준영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24일 제73회 서울동남노회 정기회의에서 당시 목사부노회장과 헌의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수원 목사의 불신임 및 노회장 승계 여부 투표는 노회 규칙에 위배된다. 헌의위원회의 반려는 위원회의 공동결의 사항이자, 적법한 심의 결과”라고 맞섰다.

[ 쟁점2 ] 노회장 승계규칙에 관한 해석의 차이

피고 측 김재복 변호사는 노회장 승계 규칙(서울동남노회 규칙 제8조)에 대해 “목사부노회장의 노회장 '자동 승계'가 아니다. 노회규칙 제18조3항에 따르면, 노회장 유고시 장로 부회장이 노회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원고 측 송준영 변호사는 “관례 상 목사부노회장이 자동 승계 해 왔다.”고 반박했다.

[ 쟁점3 ] 속회 없이 회의진행, 일부총대들 퇴장 기권처리

원고 측 송준영 변호사는 “당일 노회는 재적회원 450명 중 300명이 출석하여 의사정족수(재적 과반수, 225명)를 충족한 상태에서 개회됐다. 이후 목사부노회장 불신임 및 노회장 승계 여부에 대한 격론이 일자 일부 총대들은 합의되지 않은 안건에 대해 투표를 강제하는 것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회 절차 없이 시작된 회의에서 합의하지 않은 안건에 대해 표결을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 측 김재복 변호사는 “선거관리위원장은 의장의 선거 명령에 따라 선거를 집행했다. 오히려 김수원 목사와 일부 총대들이 퇴장을 한 것은 (투표) 권리를 포기(기권) 한 것”이라며, “서로 표대결을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고 측은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원고 측은 “회의가 파행되는 상황에서 총대들의 퇴장은 스스로 ‘권리를 포기(기권)'한 것이 아닌,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거부하기 위한 정당하고 적극적인 ‘권리 행사’로 보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 원고 김수원 목사(서울동남노회 비대위원장, 왼쪽)가 변론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교회와신앙>

변론을 마치고 나온 원고 김수원 목사(서울동남노회 비대위원장)는 “총회 재판에는 정의가 있어야 되고 공정해야 한다. 총회재판국을 끝까지 신뢰하고 싶다. 하지만 재판국은 선거무효소송의 원안인 정기노회 때 불법이 있었느냐는 것을 법리판단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헌의위원장으로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한 것에 대해 월권인가, 직무유기인가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노회규칙에는 불법한 것을 결의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당연히 문제가 되는 서류에 대해 심의처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앞서 2월 12일 저녁 명성교회 장로 · 권사 · 안수집사 등 항존직 134명이 ‘명성교회 세습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내고 “더 늦기 전에 김하나 목사는 담임목사직을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들이 장기화 조짐에 따른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교회와신앙>

이날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서울동남노회 선거무효소송과 결의무효소송에 총회재판국의 결정이 늦어질 거라는 관측과 함께 두 소송이 한 건으로 합쳐져 다뤄질 것이라는 얘기들도 오고갔다. 또한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을 시사해 사회법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뜻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