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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애 / 목사 아내 칼럼 ] 은혜 받았다는 것은
2017년 09월 20일 (수) 09:49:41 장경애 수필가 jka9075@empal.com

장경애 사모 / 최삼경 목사

   
▲ 장경애 사모

주일 낮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회 문을 나설 때는 담임 목사님을 비롯하여 부목사님, 그리고 장로님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성도들과 깊은 인사를 한다. 그 때마다 많은 성도들의 목사님을 향한 주된 인사말은 “오늘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이다.

어느 주일 낮 예배를 마치고 본당 문을 나서는 데, 장로님 한 분이 다른 주일보다 더 환한 얼굴로 내게 인사를 하신다. 그러면서 “사모님, 오늘 설교 말씀에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이신다. 내가 들어야할 인사말은 아니지만 얼른 “감사합니다.”라고 대답을 하는데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은혜 받았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장로님께 “장로님, 그런데 은혜 받았다는 게 뭐지요?”라는 말까지 하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장로님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러고 보니 은혜 받았다는 것이…” 라고 말하면서 말을 맺지 못하셨다.

교회 안에서 많이 하는 말 중에 어쩌면 가장 많이 흔하게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은혜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성도라면 누구든지 은혜 받기를 원한다. 목회자는 성도들이 은혜 받을 것을 강조하고 성도들은 은혜 받기 원하고, 또한 목회자는 은혜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뻐한다.

은혜 받는 것이 쉬운 것 같고 받는 것을 쉽게 말하지만 사실 은혜 받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마음의 준비가 없는 사람은 더욱 어려운 것이 은혜 받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설교를 천 만 번 들어도 깨달음이 없으면 은혜가 은혜 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은혜 받는 일은 깨달음이 전제한다. 깨닫지 못하면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갈망하는 은혜! 그 은혜는 무엇이며 그리고 은혜를 받으면 어떻다는 것인가?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예수를 믿지 않는 같은 과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기독교인들은 삶을 참 제 맘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의 말이 잘 되도 하나님의 뜻, 못 되도 하나님의 뜻, 일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무조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덧붙여 모든 것이 은혜라고 말하는데 그 은혜라는 것이 아무 곳에나 편리하게 쓰이는 단어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과 은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한 마디로 은혜는 하나님과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요, 은혜 받음은 머리로 깨달아 마음에 이르고 마음에 이른 것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르렀을 때 비로소 은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혜는 받았다고 하면서 이전의 옳지 못한 삶에 변화가 없다면 은혜 받음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은혜 받았다는 것은 자신의 입으로 증거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진짜 은혜 받음은 가까운 사람이 은혜 받았음을 생활 속에서 느낄 때 그 사람이 진짜 은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자기는 은혜 받았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전의 못된 성품과 잘못된 생각과 불평과 비난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은혜 받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만족의 착각일 뿐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는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받은 은혜가 있다면 은혜 받았다는 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그것에 걸 맞는 입술이 되고, 마음이 되고 삶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pixabay_com / suju / pumpkins-2736993_640

예를 들어보자.

가령, 주일 성수에 대한 설교 말씀을 듣고 은혜 받았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우선은 주일 예배에 결석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일이 생기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주일 성수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설교를 듣고 그 다음 주일에 별 것 아닌 이유로 결석을 했다면 그것은 절대로 은혜 받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 은혜 받았다는 것은 내 마음에 합한 설교 말씀이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은혜 받음은 아니다. 또한 말씀을 듣고 컬컬한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역시 은혜 받음이라 할 수 없다. 은혜 받음은 결국 삶의 변화까지 이르러야 진정한 은혜 받음이다.

그 장로님은 내가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는 은혜 받음이 무엇인지 라는 질문을 곰곰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진정한 은혜 받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런 질문을 던진 내게 고맙다는 말까지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좀 짓궂은 나는 장로님에게 알게 된 것이 무엇인지 또 물었다. 장로님의 말씀은 이러했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아 고개가 끄떡여지고, 마음에 합하면 은혜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지고 어두웠던 마음이 가벼워지고 밝아지면 은혜 받은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물론 은혜 받은 것이지만 좀 더 적극적인 의미의 은혜 받음은 그 말씀에 따라 자신의 삶의 변화가 진정한 은혜 받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내가 그런 질문을 던져 좀 의아했으나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 준 나에게 고맙다는 말씀까지 하시는 것이었다.

이런 말을 듣고 장로님께 “역시 장로님이십니다.”라는 말로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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