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영화 속에서 젊은 남녀의 로맨틱하고 진한 사랑의 속삭임 또는 환상적인 신랑신부의 선서 장면들은 때때로 관객의 찬탄을 자아내거나 숨을 죽이게 만들기도 한다.

단지 한 순간 둘이서 사랑의 고백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둘의 모든 관계가 이상적으로 완성된 것처럼 몰아가는 "그럴 듯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영화 속 사랑 고백들은 거의 다 그냥 등장인물의 대사에 불과하기 쉽다는 주례 목사의 통렬한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정상적으로 불완전한" 가족들만 돕는 '가족을 위한 인포(IFF)' 설립대표, 배럿 좐슨 목사는 기독교 언론 '렐러번트'에서 5가지 대표적인 영화 속 대사를 나열하면서 그 대다수가 실제 부부생활에서는 "먹혀들지" 않는다는 진심어린 충고를 해 준다. 아래에 간추려 본다.

▲ 영화 '진짜로 사랑해'(Love Actually)의 한 장면.

목회를 해오면서 지금까지 약 100건의 결혼주례를 했다. 그런데 솔직히 신랑신부 둘만의 '나름' 결혼서약문 직접 쓰기를 필자는 별로 찬동하지 않는다. 흔해빠진 '기분파' 커플의 선서고백은 진정한 다짐과 상호헌신보다는 로맨틱한 영화 대사를 '카피'한 것이기 일쑤다. 그동안 많은 사례들을 지켜봐온 나의 경험에서 우러난 결론이다.

젊은 남녀가 반평생 삼키다시피 감상해온 영화 속 대목과 장면들로부터 어떤 사랑 철학을 나름대로 배우고 익혀 지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인생관은 스크린에서만 달콤할 뿐 실생활에서는 거의 다 가볍고 야트막하다는 게 맞는 말이다.

결혼의 장기적 컨텍스트 속에서, 지나치게 낭만적인 관점은 심지어 궁극적으로 파괴적일 수도 있다. 결혼과 부부생활, 더 나아가 가족생활의 거대한 도전감은 두 시간 남짓한 스토리나 대사로써 해소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스크린의 어떤 대사는 달콤하기 그지없어 즉흥적인 강렬한 공감을 자아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즉석 감흥을 깊고도 지속적이고 희생적이어야 하는 사랑의 기초로 삼기엔 너무나 위태로울 수 있음을 우리는 인지하고 명심해야 한다.

다섯 가지 대표적인 관련 영화 대사를 갖고 잘못된 결혼관과 대조적으로 바람직한 고백을 함께 간파해 보자. (괄호 속은 영화제목: 역자 주)

"자긴 날 완성시켜 줘."(제리 머과이어)

나를 '완성'시켜줄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은 결혼생활이라는 요리를 망쳐 줄 재앙급 레서피와도 같다. 나의 파트너가 늘 모종의 삶의 의 미와 뜻을 던져 주길 기대한다면, 모든 차원에서 거의 매번 실망할 것이다.

물론 하나님은 아담을 돕는 배필인 하와를 주셨다. 하지만 '완성'이라는 것은 인간 둘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다. 타락하고 죄적인 사람은 본래 불완전으로 그친다. 따라서 더 나은 고백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도록 둘이 함께 힘쓰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 결혼생활은 계속 트러블로 점철될 것이다.

"라폰더는 나에게 생긴 최상의 존재야. 그녀가 내 영혼의 단짝이란 거, 난 100% 긍정해!"(너폴리언 다이나머이트)

너폴리언과 형제간인 키프의 대사다. '마음의 벗' 또는 '영혼의 단짝'(소울메이트)이라는 말은 위에서 살펴본 '자긴 날 완성시켜 줘'와 대동소이하게 멍청한 말이다.

이를테면 하나님이 내게 꼭 맞는 완전한 짝꿍을 이미 지어 놓으셨다는 식의 발상. 내 영혼의 단짝이라면 사랑을 주고받기가 너무나 쉬운 대상? 하지만 결과는 갈등과 고난이라곤 아예 없는 낙천적이고 태평한, 터무니없는 관계다!

그보다 하나님이 마련하시는 더 나은 대안은, 서로 다른 두 양을 결혼이라는 우리 안에 넣어두셨는데, 서로 다름은 거기서 서로를 단련받게 하는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 게리 토머스는 책 '신성한 결혼'에서 말한다. "하나님이 결혼을 내신 것은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가 아니라 당신을 거룩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널 사랑해. 너는 내가 존재할 유일한 이유야."(뉴 문)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에 나오는 대목이다. 필자는 그 시리즈의 팬이 전혀 아니었다. 이유는 스티븐 킹이 이 시리즈를 '해리 포터' 시리즈와 비교한 이유와도 같을 법하다. "해리 포터는 두려움에 부닥칠 때 내적인 강인함을 찾고 적들 앞에서 뭔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 반면 트윌라이트는 보이프렌드를 갖는 게 얼마나 더 중요하냐에 관한 것일 뿐이다."

만약 내 '짝꿍'이 내가 살아갈 유일한 이유라면, 삶의 목적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더 나은 대안은 내 삶 속에 하나님의 독특한 부르심이 뭔지에 초점을 맞춰놓고 거기에 함께 하자고 배우자를 초청하는 것이다. 필자의 아내 제니퍼는 "하나님은 나의 전부이다. 배우자는 하나의 보탬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프린세스 브라이드)

'트와일라이트'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만큼 나는 이 영화의 얼마인가는 좋아한다. 그러나 웨스틀리가 버터컵에게 자꾸만 건네주는 대사가 약간씩 역기능적으로 얽히며 작용한다. 만약 당신의 배우자가 모든 변덕에 대해 노상 이런 식이라면 당신의 삶은 이내 균형을 잃어버릴 수 있다.

배우자의 갈망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당신은 응당 "좀 더 나은" 상태로 옮겨 가길 바랄 것이다. 때때로 배우자는 "노, 이건 좋은 생각이 아냐. 그래선 안 돼. 자, 이게 그 이유야"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그대의 배우자도 때때로 '노'라고 말할 것이다. 그건 사랑하기 때문이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겠어요. 뭔 희망이나 어젠다가 없이 말이오. 당신은 내게 완전해요. 황폐해진 내 맘은 당신을 사랑할 거요."(진짜로 사랑하기)

친구가 결혼을 며칠 앞둔 차제에 그 친구의 신부감에게 애정 표현을 한다면, 뭔가 '얼빠졌음'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씬에서 내가 가장 문제시하는 것은 "당신은 완전해요"라고 고백하는 센티멘트에 관한 것이다. 정말 그녀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잘못 아는 것이다. 아무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완전하길 기대하지 말라. 죄인이 죄인과 결혼한 것이다. '완전 센티멘털리티'를 극복해라.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은 배우자의 불완전을 간과해주고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진정 배우자에게 주길 바라는 것일 터이다.

결혼을 비교적 정확하게 총정리하여 준다고 생각하는 영화 대사가 하나 있다. (캐나다 배우) 라이언 가슬링이 로맨스의 잣대를 비실제적 차원까지 올려버린 '노트북'에서 따온 것이다. 대다수의 남자들이 싫어할 테지만 말이다. (숙녀들이여. 이 영화의 '노아'처럼 로맨틱하기란 결코 불가능하니, 아예 기대를 마시라.)

"그래서 쉽지 않다는 거야. 정말 어려울 거야. 우리 맨날 이일을 해야 돼. 하지만 난 할 거야. 널 원하기 때문에. 나는 너의 모두를 원해. 영원히. 너와 나. 매일 말야."(노트북)

이것이야 말로 결혼을 퍽 잘 간추린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을 이렇게 풀어 보자. "난 그대를 사랑하오. 그래서 그대를 선택하오. 물론 우리는 미래의 어떤 도전들과 맞부딪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다짐했소. 그대와 함께 뭔가 괜찮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노라고."

이것은 보다 전통적인 결혼선서문과도 과히 다르지 않다. ".... 상황이 더 좋아지든 더 나빠지든, 풍족하든 가난하든, 아프든 건강하든, 다른 모두를 잊어버리고서, 죽음이 우리를 떼어놓기까지 서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기로 다짐합니다."

부부생활에는 날마다 도전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바로 이 마지막 대사가 도움되리라. 심각한 위기가 닥칠 때 이 다짐은 절대적 가치가 있다! 그런 순간에 "자긴 날 완성시켜 줘." 따위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