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아프리카 선교사를 지냈고 현재 복음성가가수인 목사가 가톨릭의 아성이자 브라질 진보주의의 구심점인 중남미 최대 도시인 리우 데 자네이루 시장에 당선돼 설렘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좌파 성향 문화의 중심지의 하나인 이곳에서 복음주의자 목사가 시장에 선출된 것은 보수주의로의 놀라운 '전환 징후'로 풀이 되기도 한다.

신임 당선자인 마르셀루 베제라 크리벨라 목사(59, 하나님의왕국우주교회=UCKG)는 브라질공화당 소속으로 59% 득표로 너끈히 시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경선 상대인 사회당의 마르셀루 프레이슈와는 20% 포인트 차를 이뤘다. 이러한 승리의 배후는 장기간 사상최악의 경제쇠퇴를 가져온 진보파 노동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였다. 아울러 오순절교와 같은 복음주의 교회들의 융성도 한 몫 했다.

▲ 중남미 최대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의 새 시장이 된 마르셀루 크리벨라 목사

크리벨라는 아프리카 선교사를 지냈고 현재 복음성가가수이며, 자신의 숙부인 에디르 마세두 목사가 1977년에 설립한 국제 오순절파 교단인 하나님의왕국우주교회의 감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억 브라질 인구의 5분의1 정도가 복음주의자들이다.

리우는 본디 진보 문화와 진보 정치로 유명한 곳. 뉴스해설가 마우리치우 산토루는 "성의 희열과 열림의 도시인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이처럼 아프리칸-브라질계 종교를 차별하고 반대하는 골동 보수 시장이 과연 나올 법이나 한가!"라고 개탄할 정도다. 사실 세계 최다의 로마 가톨릭 인구를 자랑하면서도 복음주의 크리스천으로 자처하는 사람들 역시 22%나 되니 신구교의 도시인 셈이다. 특히 최근 복음주의 교회가 급증하고 있는 도시의 하나이기도 하다.

크리벨라는 "나의 공적 삶 속에서 내내 바위처럼 꿋꿋이 하나님께 기도를 해 왔다."며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나 우리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믿음을 '카리오카스'(리우데 자네이루와 주민들의 별명)에 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벨라는 2002년 진보당 티킷으로 연방상원의원에 선출된 뒤, 루이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손잡고 브라질공화당(BRP) 창당을 도왔다. 그는 또 이스라엘 관개 사업을 여러 차례 시찰한 뒤 돌아와 연방정부가 내버린 땅인 국내 이레세 시의 토지개발을 통해 농산업과 목축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크리벨라는 본디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나 어릴 때 감리교를 다녔고, 새 교단을 창설한 삼촌을 도운 뒤 목사가 되었다. 1992년 온 가족이 아프리카 선교에 나서 10년간 검은 대륙에다 UCKG 지교회 개척에 힘써 상당한 실적을 거두었다.

'치료하시는 예수님', '나는 이스라엘' 등의 유튜브 노래로도 알려진 그는 동성애자들을 "끔찍한 죄악의 희생자"라고 단죄하는 한편, 가톨릭교회는 "귀신들의 교리를 설파한다."고, 힌두교와 아프리카 토속종교들은 '더러운 영들'의 집합소라고 각각 비판해 왔다.

크리벨라는 낙태 합법화를 반대하지만 성교육과 피임을 통한 가족계획은 찬성하며,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통제를 선호한다. 그는 '동성혼'과 동성애자 '합법동거'를 부정하지만 동성애자 인권 보호에는 긍정적이다. 그는 또 진화론을 거부하고 창조론을 강력 지지해왔다.

탁월한 언변가인 크리벨라는 닐슨 경기장에서 가진 최초의 부흥집회에 2만5천명을 동원했으며, 1999년 리우 시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집회에도 언제나 군중이 운집해 대형 스크린을 써야만 했다. 아울러 복음가수로서 1999년 소니레코드사와의 계약 아래 1개의 스페인어 버전을 비롯한 음반 3개를 낸 바 있다. 크리벨라의 노래는 거의 자작곡이다. 최대 히트는 첫 앨범 '고독의 메신저'. 그는 또 다양한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쓰기도 했다.

크리벨라는 과거 리우 데 자네이루 주의 주지사와 시장 등으로 3회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는 교단 창설자인 삼촌과의 밀착 관계로 다양한 의혹을 받은 바 있으나 범죄 혐의를 받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