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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니아를 지향하는 교회
2001년 11월 01일 (목) 00:00:00 정윤석 기자 unique44@naver.com

   
   ▲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사랑방교회
경기도 광릉의 울창한 삼림을 끼고 국도를 따라가다 무림리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멀리 사랑방교회가 보인다. 비오는 날은 옅은 구름에 휩싸인 산야를 배경으로 말없이 반기는 교회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 신비함 가운데는 인근에 위치한 어떤 라이브 카페에서보다도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노래들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교회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보이는 견본'이라는 정체성을 붙들고 1997년 9월 경기도 포천군 무림리의, 길도 나지 않은 시골에 교회 터를 잡은 지 4년. 사랑방교회는 자연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휴식과 안식을 누리고, 참된 공동체를 지향하며 지역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

사랑방교회는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과 교류하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온 교인이 힘을 모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사람 많은 도심지를 떠난 사랑방교회는 경기도 포천의 한갓진 시골에 세워졌고 270여 명의 교인들은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주일이면 수도권 전역에서 사랑방교회를 찾는다. 그곳에는 교인들을 보듬어 주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

담임인 정태일 목사는 기자에게 대 놓고 말한다. "서울은 살 만한 곳이 못 되잖아요. 이곳 무림리에는 자연 속에서 생명의 역사를 보는 흥분이 있어요. 서울 시내의 답답한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죠."

사랑방교회 주변은 온통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교회 앞의 운동장을 비롯 각종 농작물을 지을 수 있는 밭과 원두막, 산양 우리, 닭장, 개집 등을 마련해 놓았고 이 중 3,700여 평의 밭은 교인들에게 10여 평씩 할당하여 심고자 하는 작물을 심고 키울 수 있도록 했다. 교인들은 자연을 통해 책상에서는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교훈과 도심지에서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는다. 이런 얘기들은 책을 하나 써도 모자랄 정도.

상계동에 살면서 사랑방교회에 출석하는 김강숙 집사는 텃밭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10여 평 밭을 가꾸다 보면 삶을 재충전하는 소리에 머릿 속까지 시원해져요. 도심에서 소음과 공해에 찌든 심신을 달래며 늘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한답니다."

교인들은 교회에 와서 자연을 사랑하며, 생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하나님이 주신 원칙에 순복하는 자연을 통해 순종을 배운다고 고백한다.

사랑방교회의 주일 예배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진행한다. 어린이 예배나 학생들의 예배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린다. 가족이 함께 모여 참여하여 예배하는 것은 가정 공동체의 보호와 세대간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예배 후에는 바로 공동체의 식사가 시작된다. 정목사는 "식사는 예배의 연장"이라고 강조한다. 식사에는 물질의 나눔의 의미가 있고, 친교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함께 식사 찬양을 하고 대표기도를 한 다음 모두 함께 밥숟가락을 뜬다. 이후 시간은 연령별로 구성한 성경공부, 장구, 운동 등을 하는 등 전원 속에서 자율적인 시간을 보낸다.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공동체 속에서 만남을 갖고 휴식하기 때문일까. 사랑방교회에서는 서울이 싫어 시골로 왔다가, 신앙생활까지 떠나려고 했던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는가 하면 처음 믿거나 교회에서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이 마음 편히 몸을 담고 있다.

강춘자 성도는 "믿음안에서 자유함을 느껴보지 못했다가 무림리로 발걸음을 시작한 언제부터인가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행복한 존재'임을 고백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성도들은 한 둘이 아니다. 이정수 집사의 경우 서울에서 살다가 아예 집을 교회 근처인 포천으로 옮긴 경우. 이것이 이집사에게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침에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논에서 유유히 먹이를 찾는 황새, 진달래 만발한 앞산, 냇가의 송사리, 달과 별이 뜨는 밤, 반딧불, 누런 벼 이삭, 고드름 등, 자연의 4계절의 변화는 교통체증으로 조급해 하고 짜증내고 긴장하며 살았던 나를 온유하고도 여유있는 모습으로 서서히 회복시켜 주었다."

지금도 사랑방교회 인근에는 집이 비었다 하면 이삿짐을 챙겨 그곳으로 들어오려는 성도들이 있다. 치유와 하나님과의 교감과 공동체성을 이루는 사랑 많은 교회로 한걸음 다가서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사랑방교회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교인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열린 교육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스키, 산악 자전거, 캠프, 사물놀이, 탁구, 검도 등을 하는 사랑방 자연학교, 성령 공동체를 세우고 비전을 세운다는 취지의 청년TK2000, 지역 주민을 위한 만남과 교육의 장인 자연속 주민배움사랑방, 취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꾸러기 학교 등이 있다. 이중 꾸러기 학교는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어 잘 알려졌는데 사랑방교회가 지향하는 교회교육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놀고, 먹고, 자는 꾸러기 학교?

사랑방교회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꾸러기 학교다. 말하자면 대안 '유치원'. 4살부터 취학 전 아동까지를 교육하는 교회 자체 내 기관이다. 이 학교는 정태일 목사의 교육을 향한 작은 대안 중의 하나이며 참교육을 통해 선교를 실천하고자 하는 비전으로 서울에서 10여 년 전부터 세운 학교다. 이곳의 교장은 이월영 사모. 이미 꾸러기 학교의 이야기는 '장화신고 국회가요'(기독신문사 刊)에 상세하게 소개되고 각종 매체에 알려져 소문이 나 있다.
   
▲ 교회 내 자체 교육기관인 꾸러기학교. 비온 뒤 진흙탕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요 학습장이다.

그런데 말이 무성하다 보면 엉뚱한 얘기가 돌기도 하는 걸까. 가끔 황당한 전화가 걸려 온다. "그곳 영재교육하는 곳이 맞나요?", "좀 특별한 아이들을 모아서 교육하는 곳인가요?"  당연히 아니다. 꾸러기 학교는 자연교육의 원리에 따라 함께하는 삶의 경험, 재능 개발, 공동놀이, 자연학습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한다.

일례로, 비가 온 뒤 진흙탕이 된 개울가 주변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놀이터가 된다. 꾸러기 학교의 어린이들은 부모가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니"라고 기대에 차 물으면 "하루종일 놀고, 먹고, 자고, 또 먹고, 놀고 왔어요"라고 말해 때로는 부모들을 실망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꾸러기학교의 꾸러기들은 신나게 뛰어 논다. 이월영 사모는 "그 가운데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함께 뛰어 놀고 함께하는 삶을 통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어렴풋하게나마 나하고 다른 너를 인정하고 함께 생활하는 것이 신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하는 꾸러기 학교는 정원 30명으로 제한해서 움직이며 이미 내년도 학생들의 예약이 되어 있을 정도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랑방교회 담임 정태일 목사와 꾸러기학교 교장인 이월영 사모

사랑방교회, 이 곳에서 훈련 받고 성장한 교인들의 자랑은 그것이다. 사랑방교회에 오면 안식이 있고, 휴식이 있고, 치유와 성장과 나눔이 있기 때문이라고. 작지만 200여 교인이 한 가족처럼 똘똘 뭉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들의 마음 가운데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것은 교회의 본질적인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교회가 사 놓은 운동장과 땅에서 지저귀는 산새들. 가을 바람에 흔들리며 부서지듯 소리내는 나무들이 있는 사랑방교회에는 참된 공동체를 지향하는 아름다운 사연들이 지금도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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