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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교회 부설 맑은물어린이도서관
도서관이 있는 교회 ①
2008년 12월 05일 (금)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맑은물어린이도서관(www.lifenbook.org)은 관장 전광희 목사가 3년 전에 언약교회를 개척하면서 동시에 세운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맑은물어린이도서관에 들어서면 어떤이들은 멈칫 당황할 수도 있다. 교회 예배실과 도서관의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상가건물 3층에 위치한 언약교회는 주일에는 교회로, 주중에는 어린이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대형 교회나 운영할 수 있는 도서관을 상가 3층에 자리잡은 작은 교회가 교회 공간 전체를 활용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충격적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3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이 작은 도서관이 지역 사회뿐 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꽤 유명하다는 것이다.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책 전문가가 운영한다. 동화작가이면서 어린이책 비평가인 허은선 씨가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다. 남편인 전광희 목사는 담임목사와 관장을, 아내인 허은선 사모는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지만 전 목사도 도서관에서의 시간봉사를 피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도서관 봉사를 즐기고 있다. 알고 보니 관장이기 이전에, 작가남편이기 이전에, 원래 독서매니아라고 한다.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의 가장 큰 자산은 아동도서 전문가가 직접 고른 ‘믿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다. 허은선 작가는 책 선별을 믿을만한 출판사의 양서만을 선별해 구비하고 있다. ‘여기 있는 모든 책이 양서(良書)’라는 기준으로 한 권 한 권, 고르고 또 고른 책들이 바로 도서관을 유명하게 만든 원인이다.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은 “그냥 해당 코너가서 눈감고 뽑으면 좋은 책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맑은물어린이도서관에서 발행한 초등학생을 위한 추천도서목록인 <책 읽는 공책>과 국내 창작그림책을 선별해 소개한 <아름답고 재미있는 우리 그림책>은 지역초등학교 도서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중곡동에서 <책 읽는 공책>을 모르는 초등학생은 없으며, 심지어 새로운 출판사 영업직원이 찾아와서 자기네 책을 비치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이니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의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언약교회가 맑은물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있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회와 함께 도서관을 시작할 때에는 교인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광희 담임목사는 꾸준히 설득했고, 이제와서는 교인들의 도움없이는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적극 후원하고 있다.
“10년은 족히 걸려야 자리잡을 수 있는 교회 도서관이 3년만에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교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중 네차례 <맑은물도서관신문>을 발간하고 있는데, 그럴때면 교인들이 일주일 내내 거리에서 배포를 해 주십니다. 가까운 어린이대공원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 한명한명을 붙들고 신문을 나눠주며 도서관을 소개했습니다.”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은 예배실과 도서관 공간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주일에는 개방하지 않아 도서관 이용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할 수 있다. 가족회원으로 등록을 하면 한 달에 1만원 회원비를 내고 가족 중 누구나 한번에 10권씩 빌려갈 수 있으며, 도서열람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760가정이 회원으로 등록했고, 현재 이용가정은 200가정 정도이다. 처음 문 열때 5천여 권이던 장서는 현재 1만1천권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전문도서관이라 국내외 어린이도서가 장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모를 위한 교육•교양도서와 청소년 도서도 구비하고 있다. 최근 내부수리를 통해 모자열람실과 원서읽기방을 따로 마련했다. 도서 열람과 대출 외에도 매일 2시부터는 5살에서 6학년까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어원서읽기’가 진행되고 있고, 방학 때는 글쓰기 교실과 독서캠프 등 다양한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이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재정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3년 동안 교회의 거의 모든 재정을 도서관에 투자해 현재는 바닥난 상태라고 한다. 다행히 여러 곳에서 후원과 기증이 들어오고 있어 새책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는 정도다.

‘믿을만한 책’ 외에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지역사회에 열려있다는 점이다. 열려 있긴 한 데, 그게 지나치게 활짝 열려있다. 이용객 중 언약교회에 출석하는 가정은 극히 드물다. 이용 어린이들 중 타종교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자원봉사자도 기독교인으로 고집하지 않는다. 단지 어린이도서관에 애정이 있어서 종교와는 상관없이 봉사를 한다.

총력을 다해 도서관을 운영해도 교인들이 왕창 늘지 않으니 목사로서 맥이 빠질만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장 전광희 목사와 허은선 작가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은 처음부터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입니다. 교회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 아니죠. 물론 은혜주시면 간접적 전도를 시도하긴 합니다만, 직접적인 전도를 시도했다가는 거부반응 일어나기 쉽죠. 거부반응이 나기 시작하면 도서관의 생명도 짧아집니다.”

   
 
 
그렇다면 맑은물어린이도서관의 선교적인 목표는? 바로 ‘교회는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전 목사는 “지금 이 어린이들이 훗날 교회에서 책을 보고 자랐음을 분명히 기억할 것입니다. 비록 우리 교회 출석하지는 않더라도 사회에 나가서 기독교를 허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을 확신합니다. 그렇게 되면 교회가 현재와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언약교회의 미래 또한 파격적이다. 전광희 담임목사는 절대 교회 건물은 짓지 않을 것을 교인들에게 약속했고 동의를 얻었다. 대신 은혜가 허락된다면 외국 어린이책을 거의 갖춘 어린이전문도서관을 지어서 1층을 교회가 빌려쓰는 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란다. 그리고 전 목사가 은퇴할 때는 교회를 해체해서 각 지역 교회로 분립시키고 도서관 건물은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목표는 오직 한가지이다. “교회는 망해도 도서관은 남기자!”

허은선 작가는 도서관을 준비하고 있는 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교회가 크던 작던 도서관을 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꼭 도서관을 운영하셨으면 좋겠어요. 교회가 비종교인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창구가 바로 도서관입니다.”

   
 
 
몇 해 전….
“이 도서관 다니면 예수 믿어야 되나요?”
한 학부모가 문을 살짝 열고 발도 들어놓지 않은 채 묻는다.
“아니요! 교회 안 다니셔도 됩니다. 마음 편히 이용하세요.”
“그래도 교회서 하는 곳인데….”
“뭐~ 그럼 나중에 한번쯤은 권해 보죠. 허허.”
알고 보니 그 학부모는 지역에 있는 절에서 일하시는 분이었고, 나중에 그 가정의 딸이 언약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언약교회 부설 맑은물 어린이전문도서관 
서울시 광진구 중곡2동 132-9 대창빌딩 3층    Tel: 02-457-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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