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는 신학자로서 신학적인 업적을 이루었지만,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회중들에게 설교하기를 기뻐했다. 그는 목회 당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자주 설교하기 원했으며, 다른 사람의 설교를 듣는 것도 무척 좋아했다. 그의 설교관은 핑켄발데(Finkenwalde) 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설교학 강의에 잘 나타나 있다.

성육신하신 그리스도 선포
본회퍼의 설교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그에게 있어, 설교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 자신이며, 그리스도가 나타나지 않는 설교는 설교가 아니다. 본회퍼가 성육신 하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은, 육신이 되신 로고스를 설교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회퍼의 설교관에서 성령의 사역은 매우 중요하다. 설교를 통해 선포된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는, 성령을 통하여 청중들로 하여금 그분을 받아들이도록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또한 설교는 증언으로 규정한다. 그 증언은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이다. 그는 “설교가 증언이어야 한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이어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말씀은 설교자의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것이기 때문에 성경을 설교자의 생각을 진술하는 도약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본회퍼의 이와 같은 진술은 한국교회에 큰 지침을 준다. 성경 본문을 경시거나 간과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오시는 것을 방해하고 증언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본문을 중심으로 한 강해설교
본회퍼는 설교가 하나님 말씀의 선포이기 때문에 그 말씀이 철저하게 성경에 종속되고 본문에 속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 본문은 설교의 처음이고, 중간이고, 마지막이 되어야 하며 그래서 설교가 끝난 뒤에는 교인들에게 사상이 아닌 본문이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 속에는 이미 충분한 사상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설교자는 다른 새로운 사상을 찾아 헤매지 않고 성경 본문을 보다 깊이 묵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설교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설교자는 성경의 어떤 본문을 설교해야 하는가?
본회퍼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교회력에 의한 성경본문, 성경의 연속적인 강해 순서에 따른 본문, 자유로이 선택된 본문 등에서 자유로이 선택된 본문을 중심으로 하는 설교를 더 유익하게 평가했다. 아울러 두 개의 성경 본문을 함께 설교하는 것을 피하고 하나의 설교 본문을 설교하도록 권장했다.

본회퍼는 설교자들이 본문에 따른 강해설교를 해야 한다며 그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설교는 강해여야 하며 적용이어서는 안 된다. 적용한다는 것은 모두 우리들로 하여금 성경의 말씀 아래가 아닌 그 위에 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성경의 말씀을 각각의 경우에 적용해야하는 원칙으로서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일한 적용은 하나님 자신이며, 그리고 오직 하나님께서만 적용하시는 것이다. 우리 쪽에서 해야 하는 최대한의 구체화는 사실에 따른 성경말씀의 강해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초청이며, 그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은 따로 없다”(‘본회퍼의 설교론’,「월간목회」1985년 10월호).

이 말에서 보듯, 본회퍼는 설교에서 구체적인 적용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하나님만이 구체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은 하나님 말씀 속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적용뿐만 아니라 설교에 있어서 이야기나 예화, 인용 등도 가급적 피하도록 권고한다. 그것들이 설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설교자를 위한 실제적 권면
본회퍼는 설교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들을 권면한다. 그는 먼저, 설교자는 성경 연구에 온 힘을 쏟으라고 강조한다. 설교자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위해 말씀으로 교인들을 가르치는 자이기에, 성경 연구에 보다 치밀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도와 말씀 묵상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요청이며, 기도와 묵상을 통해 설교자는 그리스도께서 지신 십자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설교 후, 설교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하나님께서 그 말씀을 교회에서 자유로이 역사케 하여 그 약속의 사역을 이루어 주시도록 기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교자를 위한 구체적인 권면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한편의 설교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설교자가 유의해야할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 설교 원고는 낮에 쓰라 ▲ 원고는 단숨에 써 내려가지 말고, 잠간 간격을 두라 ▲ 한 번 선택한 성경 본문은 고수해야 하며, 몇 시간 후에 바꿔치기 하는 따위의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자기의 설교안을 만들기 전에, 같은 본문으로 만들어진 다른 설교를 읽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의존적인 인간이 되고 성숙한 설교자가 되기 어렵다. ▲ 본문 없이 설교는 성립되지 않는다. 주해서를 참고하기 전에 용어사전이나 성구사전에 의해 먼저 해석한다 ▲ 설교 전개의 전체 윤곽이 확실해진 단계에서 비로소 설교 원고를 작성하라 ▲ 원고는 늦어도 화요일에 착수해야 하고 금요일에 완성하라

▲ 성탄절, 부활절, 성령강림절과 같은 절기설교는 4주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억하는 것이란 말씀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고, 성경 속에 나타나는 생각하는 법의 줄거리를 외우는 것이다 ▲ 토요일은 스케줄을 비워두어라. 적어도 토요일의 오후와 밤은 자유로운 시간으로 확보해야 한다 ▲ 탈고되고 기억된 설교만으로는 아직 설교가 아니다. 목사실에서 행해지는 것 모두는 강단에서 본격적으로 탄생될 설교의 준비에 불과하다. 준비의 좋고 나쁨이 강단에서의 집중도를 결정한다 ▲ 설교에 앞서서 루터가 한 것 같이 목양실에서 기도하라.

본회퍼 설교의 중심 사상들
본회퍼 설교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중심 주제는 ‘십자가상의 그리스도’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야말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물고 하나님과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보았다. 십자가상의 그리스도는 하나님과의 화평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주제는 구약의 시편을 묵상하는 가운데도 등장한다. 여기서 십자가상의 그리스도는 인생의 갈급함을 채워주는 영원한 생수와 같은 분으로 묘사된다. 또한, 그에게 있어 십자가상의 그리스도는 승리의 상징이다. 1933년 2월, 사사기 7:2을 중심으로 한 기드온 설교에서 본회퍼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기드온으로부터 십자가에 이르는 선을 보아야 한다. 이 선은 한마디로 말해서 신앙이라 불리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신앙만이 승리이기 때문에 기드온은 승리하였으며 교회도 승리한다. 그러나 기드온이나 교회나 우리들의 승리가 아니다. 승리는 하나님의 것이다. …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것은 모든 인간적인 높음에 대한 하나님의 조소이며 모든 인간적인 깊음에 있어서의 하나님이 고뇌이며 전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지배이다”(「기다리는 사람들」에서).

본회퍼의 십자가상의 그리스도는 심지어 결혼 설교에서도 등장을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 사랑은 바로 십자가를 스스로 짊어지는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본회퍼 설교의 중심 주제는 또한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그 길을 따르도록 촉구한다. 바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기로 작정한 제자들이 가야할 길이다. 본회퍼에게 있어서 그 길은 편안하고 화려하고 대접받는 길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이 그러했듯이 그 길은 고난과 역경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헌신과 결단을 통해 그리스도가 가셨던 그 고난과 핍박과 멸시의 길을 함께 가야 한다.

그는 고난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를 판명하는 기준이라고 제시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자들은 당연히 그의 고난을 함께 하는 자들이기에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가야할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은 단순히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교회 전체가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본회퍼 설교의 핵심 주제 중에는 ‘교회 공동체’도 있다. 공동체는 하나님의 계시의 한 형태이기에, 하나님과 함께 할 때 진정한 교회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성도는 교회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께 더욱더 가까이 나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공동체에 대한 개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공동체의 중심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가 부활하셨기 때문엽라고 강조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교회 공동체의 중심으로 그 분이 세상 끝 날까지 성도들과 함께 하시기에 그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히 든든하게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동체를 이루는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본회퍼는 그것이 용서와 사랑임을 강조한다. 그는 교회 공동체는 용서와 사랑 위에서 세워진다고 보았다. 이 용서와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와 사랑을 모델로 한다.

본회퍼는 정치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산 인물이지만, 그의 설교는 좌절과 절망이 아닌 희망을 선포했다. 본회퍼에게 절망은 끝이 아니다. 그는 절망 너머에는 반드시 밝은 태양이 있음을 설교했다. 그리고 희망의 이유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임을 강조했다. 그리스도가 함께 하시기에 성도들은 현실 속에서 두려워하고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것을 과감히 뚫고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본회퍼의 이런 희망의 메시지는, 히틀러가 집권한지 얼마 되지 않아 행한 설교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1933년 5월에 출애굽기 32장을 중심으로 행한 설교에서 하나님의 교회이자 말씀의 교회인 모세의 교회와 이 세상의 교회인 아론의 교회를 비교한다. 이 설교를 통해 본회퍼는 하나님의 교회, 말씀의 교회, 모세의 교회가 반드시 승리하게 될 것을 강력하게 전한다. 그는 이 세상의 교회인 아론의 교회는 장차 하나님의 능력으로 완전히 파괴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세상의 교회의 마지막과 하나님의 말씀의 나타나심은 우리들의 교회 안에서 날마다, 주일마다 거듭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944년 6월에 시34:19절을 중심으로 행한 설교에서도 이 세상 가운데서 의인은 고난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그 의인을 구원해 주실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 설교를 통해 성도들은 단순히 구원에 대한 소망의 차원을 넘어 그들에게 고난을 주는 이 세상을 향해 축복을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본회퍼가 전하는 참된 소망을 가진 성도의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