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워렌의 설교는 어떻게 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까? 특히, 불신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들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설교의 장단점을 분석해 본다.

청중과 교감하는 설교
릭 워렌 설교의 장점은 첫째, 철저하게 청중과 교감하는 설교라는 점이다. 그의 설교는 제목부터 철저히 청중을 고려해서 시작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다. 그런데 제목뿐 아니라, 설교 전개에 있어서도 청중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설교를 애써서 들으려 하지 않으려는 청중에게도 자연스럽게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질문이다. 또한 제스처나 유머, 삶의 상황에서 나오는 예화 등으로 청중을 끌어들이는 전개방식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예수님처럼 설교해야 한다’는 설교 철학에 따라, 그는 청중의 민감한 관심사로부터 설교를 시작한다. 그의 설교는 쉽고 다정다감하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렇게 들리는 설교를 전개해나간다. 설교를 청중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생각하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방법들을 찾아 고민한 흔적들이 그의 설교에 묻어나온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정황에서 나오는 예화
둘째, 삶의 상황에서 나오는 예화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강해설교의 깊이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신학자로 평가되는 미국 커버넌트신학대학교 총장 브라이언 채플((Bryan Chapell)은 “삶의 상황에서 나오는 예화는, 본문으로부터 청중들의 관심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사용된 바로 그 방법으로 본문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청중들을 새롭게 인도할 수 있는 방법”(브라이언 채플, “삶의 상황에서 나오는 예화” 「그말씀」(2004. 6.))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릭 워렌은 설교 가운데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들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예화로 자주 사용한다. 이런 예화는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그의 예화는 본문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를 갖는다.

청중을 긴장하게 하는 효과적인 질문
셋째, 청중들을 반응케 하는 질문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릭 워렌의 설교는 유독 질문이 많다. 그 질문은 설교를 신선하게 하고, 청중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설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요? 무슨 일이든 상관없이 시작하십시오.”
“바울은 교회를 세워야 하는 지역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런 다음에 행선지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사도행전 16장 6절을 보시기 바랍니다.”
“양이 길을 잃으면 어떻게 됩니까?”
“책임이 하나님께 있다니,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습니까?”
이런 질문은 설교의 긴장을 유지해나가는데 특별한 효과가 있다.

이처럼 릭 워렌의 설교에 많은 장점들이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그의 설교 방법을 수용하기에는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분명히 나타난다. 그 몇 가지를 다루면 다음과 같다.

본문의 석의가 결여되어 있다
릭 워렌 설교의 최대 단점은 본문에 대한 주석이 결여된 채 지나치게 청중 중심적인 설교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렌의 설교는 본문에 대한 철저한 주석과 주해가 결핍되어 있다. 그는 성경 본문의 역사나 문법적인 주해의 필요에 대해 청중들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문법적, 문예적, 역사적 탐구를 통해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찾는 강해설교의 ABC와는 거리가 건 설교다. 강해설교의 대가 해돈 로빈슨(Haddon W. Robinson) 교수는 강해설교를 이렇게 정의한다.

“강해설교란 성경적 개념의 전달을 말한다. 이 개념은 본문을 그 문맥에 맞게 역사적, 문법적 문학적으로 연구해서 나오는 것으로, 성경은 이것을 먼저 설교자의 인격과 경험에 적용시키고 그 후에 그를 통해 청중에게 적용시킨다.”

릭 워렌은 엠뷸런스에 실려 온 환자의 예를 들면서, 자신의 설교관을 제시한다. 환자는 의사가 병에 대해 의학적으로 깊이 설명해주는 것에 관심이 없으며 당장 그 위험으로부터의 치료를 원하는 것처럼, 청중도 말씀이 자신의 삶에 어떻게 변화를 끼치고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본문에서 설교를 시작하는 것과 청중의 필요에서 설교를 시작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더불어 예수님도 청중들의 필요에서 설교를 시작하셨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릭 워렌의 생각은, 설교를 지나치게 전달 중심으로만 강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점을 불러일으킨다. 설교는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오늘날의 청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 청중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청중의 필요에서 시작해서 그 필요에 대한 답을 성경구절을 가져다 붙이는 식으로 제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이러한 청중 중심적인 릭 워렌의 설교관은 설교에 있어서 본문을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만다. 그의 설교에서는, 청중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제시한 제목과 논리에 꼭 부합되는 설교 본문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청중의 필요와 관심사를 설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한 듯한 설교 방법이 자신의 논리를 지지하기 위해 여러 성경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다.

그가 인용한 성경 구절도, 문맥의 의미를 고려한 채 인용된 구절인지 아니면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만을 보고 인용된 구절들인가를 생각해볼 때 후자에 가까울 때가 훨씬 많다.

릭 워렌은 설교를 준비하는 일이 많은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그들이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그들이 “누구에게 설교할 것인가?”를 묻지 않고 “무엇을 설교할 것인가?”를 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청중의 필요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설교 내용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처럼 청중의 필요에서 시작해 한 주제를 정하고 여러 성경 구절들을 가지고 설교해 사는 자신의 설교 방법을 ‘주제별 강해설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교 방법은 본문을 철저한 주해로부터 시작해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가지고 청중의 삶에 접근하는 강해설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그의 설교는 주제설교에 가깝다.

해돈 로빈슨 교수는 “설교자가 본문의 의미에 집착해야 하는 것은 권위의 문제”라고 말한다. 설교자가 성경에 정직하면, 때때로 사람들은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 설교자는 사람들에게 성경말씀과 직접 대면하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말씀을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 각자가 말씀 앞에서 씨름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로빈슨의 지적처럼, 설교자는 오직 본문이 말씀하는 바를 청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씨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릭 워렌 설교는 청중의 필요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긍정의 힘만 강조하는 설교
둘째, 릭 워렌 메시지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치우쳐 있다. 청중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열심히 지나쳐 그의 설교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설 자리가 없게 만들었다. 릭 워렌은 “무릇 더러운 말을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9) 말씀을 인용하여, 설교자가 하는 말은 청중의 필요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설교자가 설교할 때 사람에게 유익이 되는 말만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워렌은 “이것이 대화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라면 이것은 또한 목회자들의 설교에 대한 하나님의 뜻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설교를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나쁜 소식이 쌓여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에까지 와서 또 다른 나쁜 소식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망과 도움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릭 워렌의 설교 중에는 죄, 회개, 심판 등의 요소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람들의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여 다루다보니, 본문 선택에 있어서 긍정적인 구절 위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릭 워렌의 이런 철학은 복음을 무력화시켜 버릴 위험성이 있다. 분명히 성경은 인간의 부패한 타락상을 여지없이 증거한다. 부패하고 철저하게 절망에 빠진 인간은 전혀 구원의 가능성이 없으며, 인간 스스로의 그 어떤 노력에도 구원은 성사될 수 없다. 이러한 철저한 인간의 자의식에서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만을 의지하게 만든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로만 인간은 의롭다 칭할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할 수 있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온전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 때, 안타까운 심정으로 하나님의 진노와 책망의 말씀과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함께 설교했다. 바울도 그의 서신서에서 위로와 더불어 책망의 말씀을 함께 설교했다. 기록된 성경을 의미 그대로 설교해도 지나치게 긍정적인 메시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단취장의 지혜를 배우자
지금까지 기자는 릭 워렌의 삶과 그의 설교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국 교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의 목회 철학과 열정은 충분히 인정하고 또한 배울 필요가 있다. 철저히 불신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전도하기 위해 노력하며, 훈련시켜 세상으로 다시 파송하려는 릭 워렌의 철학은 옳다. 이는 주님의 지상명령 성취를 돕는 방법이다.

불신자들에 대한 구령의 열정은 그의 설교에서도 발견된다. 그는 청중들의 필요와 관심사에서 설교를 시작해서 그들의 삶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메시지들을 선포하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청중에 대한 관심과 분석, 그리고 들리는 설교를 위한 열정은 한국교회의 설교자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아무리 청중에 대한 열정이라 할지라도, 본문에 대한 주해의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성경적인 설교는 성경이 말하는 것을 오늘날의 청중들에게 보이고 들리게 설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릭 워렌의 열정과 청중을 향한 관심은 본받고, 주해에 있어서의 약점들을 보완한다면, 워렌을 넘어서 성경 본문의 메시지를 오늘날의 청중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성경적 강해설교가 가능할 것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성령님의 사역이다. 지나치게 인간적인 테크닉으로 설교할 때 성령의 역사를 훼방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사자성어 가운데 ‘사단취장’(捨短取長)이란 말이 있다.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취라는 교훈이다. 한 시대에 세워진 설교자 릭 워렌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과연 어디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