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국 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요즘 매스컴을 타고 나오는 뉴스를 접하면 딴 세상에 와 있는 듯 아연실색할 정도의 사건들이 터져 나온다. 여중생이 성폭행으로 임신을 하여 학교에서 해산을 하는가 하면, 자기 집에 하숙하는 여중1년생 아이를 아비와 아들이 차례로 성폭행하는 사건, 유치원 원장이 4세부터 7세까지의 원아들을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사건과 초등6년생을 동네에서 14명이 돌아가며 성폭행하는 사건, 초등학교 앞에서 대낮에 어린이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상습적으로 성폭행하였던 사건 …. 입에 올리기조차 역겨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로는 성폭행 당하는 연령이 4세부터 64세로 되어 있으나 성폭력 상담소에 사례 접수된 것으로는 4개월 유아부터 62세 할머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가히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는 이런 일들이 정말 선진국을 노크하는, 만불시대를 향해 도약하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단 말인가 놀랍기만 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성폭력실태를 청소년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1. 성폭력의 실태

성폭력은 그 사회가 건강한가의 척도를 나타내 주는 징후로 볼 수 있다.  그러하기에 병들기 전에 범사회적 분석, 대책이 필요하다.

모든 범죄 통계가 그렇듯이 성폭력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성폭력은 피해자의 수치심과 죄의식 또 가해자의 보복, 법제도의 미비 등으로 신고율과 검거율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에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성폭력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성폭력은 이렇게 출발부터 난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이 7월 21일 국회 내무위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매년 6%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91년 3,669건, 92년 3,919건, 93년 5,298건, 94년 6,173건, … 96년 6월말 현재 2,431건)

또한 형사정책연구원(1989)의 성폭력 실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공식통계를 기초로 한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건수는 1988년에 절도 218.6건, 강도 8.1건, 강간 10.9건, 강도강간 1.0건으로 나타난 데 비해 조사결과를 기초로 계산한 인구 10만 명당 범죄 피해 발생건수는 피해자 1인당 한 건씩만 발생했다고 가정해도 절도 15,636.0건, 강도 2,164.3건, 강간 485.9건, 강도강간 198.8건이다. 공식통계 범죄와 비교하면 숨은 범죄를 포함한 실제 범죄 발생건수는 절도 71.5배, 강도 267.2배, 강간 44.6배, 강도강간 198.8배로 공식통계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통계와 조사자료를 기초로 신고율을 추산한 것을 보면 절도 1.4%, 강도 0.37%, 강간 2.2%, 강도강간 0.5%로 나타난다. 이는 미신고율이 절도 98.6%, 강도 99.6%, 강간 87.8%, 강도강간 99.5%가 되는 것이다.

실제 신고율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강간당한다면 51.1%의 응답자가 신고하겠다고 응답했으나 실제 신고율을 보면 강간미수 1.9%, 강간 1.8%, 성적희롱 1.2%, 성기노출 1.1%, 심한 추행 0.9%, 가벼운 추행 0.8% 등으로 나타나 매우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다.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회 통념적으로는 특히 강간의 경우는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25%로 가장 많았고, 심한 추행과 강간미수는 가해자가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추행의 경우 성폭력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등이 많이 나타났다.

사법처리과정의 문제로는 추행의 경우는 신고해 봐야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강간의 경우는 수사하고 재판하는 절차가 괴롭고 번거로워서 신고 안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정조에 관한 사회·문화적인 통념 그리고 사법처리 절차의 불합리성 등이 신고를 억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렇게 저조한 신고율로 인해 대부분의 성폭력이 드러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성폭력에 관한 한 연령 제한은 없다. 성폭력의 피해자가 4세부터 64세 까지 보고되고 있다. 처음으로 경험한 연령을 보면 대체로 19-20세가 가장 많고 어린이 성추행의 경우는 연령이 9.3세로 나타났다. 또한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행해지는 성폭력이 전체 성폭력의 30%에 달하고 있다.

성폭력의 가해자는 심한 추행 80.6%, 강간 80.1%, 강간미수 78.15, 어린이 성추행 74.3%가 대부분 데이트 상대나 애인, 친구, 선후배 등과 같은 아는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형태별로 보면 주택 이외의 거처, 기숙사, 비거주용 건물 내의 주택과 같이 대체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더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이 낮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성폭력 피해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점유 형태별로 보면 주거를 소유하고 있는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율이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주거를 소유하지 못한 여성들이 높게 나타났고, 특히 가족과 떨어져 하숙이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경우 피해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여성일수록 피해율이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2. 성폭력의 피해

(1) 개인이 받는 피해

성폭력은 피해자에게는 일생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가해자도 결국은 피해자이며 나아가서 가족과 사회가 다 같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 전체를 피해자로 만드는 의미에서 성폭력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우선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성폭력은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성적, 사회적 기능 등의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단시일 내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고 일생에 걸쳐서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특히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악화되는 속성을 지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992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성폭력 직후에 피해자의 89.5%가 정서적 영향을 호소하였고, 80.2%가 신체적 영향을, 77.1%가 사회적 기능에의 영향을 호소하였고, 성적 기능과 가족관계에의 영향에 대해서 각각 32.3%가 호소하였다. 장기적 영향을 보면 신체적, 사회적, 가족관계의 영역에서는 초기에 비하여 다소 호소율이 떨어졌으나 정서적 영향은 만성적 증상의 호소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며, 성적 기능에 있어서는 오히려 초기에 비해서 거의 2배에 가까운 호소율을 보였다.

특히 강간, 윤간, 성적 가혹행위 등의 심각한 행위의 피해자들은 성적인 영향과 가족관계에의 영향을 제외하고는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의 영역에서 다  90% 이상의 호소율을 보여 성폭력의 후유증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초기의 호소율보다 장기적 영향의 호소율이 높아 이들 폭행이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에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폭력 피해 직후의 정서적 반응을 보면 남성에 대한 혐오감, 미움, 공포, 두려움, 자신에 대한 죄책감, 혐오감, 열등감, 미움, 부끄러움 등이 일반적으로 나타났고 그 이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 분노, 불안, 짜증, 적개심, 매사에 의욕상실, 무기력, 행동의 부자연성들을 호소하였고, 특히 한국여성은 서구여성들에 비해 피해자인 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원망과 순결 상실로 인한 심적 고통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불면증, 악몽으로 인한 수면장애와 식욕상실, 식음전폐, 건망증, 두통, 출혈, 세균감염, 임신중절수술, 신체적 상해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적발달의 측면에서는 성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성행위에 대한 혐오, 증오감, 성적 불안감, 과도한 성적 호기심 등을 보이게 되었다. 사회적 기능 측면에서는 학생의 경우는 학습장애, 학교거부, 집중력 상실, 무단결석 등으로 나타났고, 직장여성의 경우는 집중력 상실, 무단결근 등으로 나타났다.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적응이 어려워 가출을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중 특히 심각하게 심리적 휴우증을 호소한 건수는 52.8%이고 신체적 후유증을 호소한 어린이는 43.3%, 성적 후유증은 6.2%, 그리고 사회적 후유증은 1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아이들의 피해는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공포와 불안, 분노와 우울, 순결 상실감, 장소와 사람에 대한 회피, 무기력과 자포자기, 신경쇠약, 정신분열, 자살시도까지 확대된다.

신체적 후유증으로는 두통, 복통, 골반통증, 성기이상 들의 증세가 나타나고, 피해자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임신과 낙태, 불임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피해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개인의 전 생애를 통해서 성폭력과 같이 개인의 존엄성과 자존심을 말살시키는 범죄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피해자가 받는 피해의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히 성폭력에 관한 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해자도 예외일 수 없다.

성폭력의 가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결과만 있을 뿐이다.

①순간적인 만족을 체험할 것이나 그것은 진정한 충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성적인 욕구든 다른 지배욕구든 또는 복수든 간에 이를 성취한 것에 대한 순간적인 만족감의 향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만족감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과연 그러한 욕구가 성폭력이라는 반인륜적 행위를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단 말인가?

②성폭력으로 인해 가해자는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게 된다.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괴로워할 수도 있고, 또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순간의 잘못으로 평생 되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가해자 자신도 받게 된다.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면 처벌을 받아서 괴롭고 그러한 처벌을 요행히 모면해서 계속해서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살수밖에 없는 가해자의 처지가 괴로울 것이다.

결국은 가해자도 피해자와 같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2) 가족에게 주는 피해

성폭력으로 인해 가족이 경험하는 피해도 피해자 당사자만큼이나 심각하다.

①우선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의 일원이 그런 끔직한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으며, 피해자가 당하고 있는 고통을 옆에서 항상 같이 감수해야 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와 같이, 어떤 경우에는 피해자보다도 더 고통을 받게 된다. 또한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피해자를 그렇게 만든 가해자에 대해서 강한 분노와 증오심을 갖게 된다.

②이러한 상황을 자초한 피해자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서 현 여건상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다.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형태의 무력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접하면서 가족은 갈등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피해자 당사자는 증오의 대상이 가해자 한 사람인데 비해 가족은 가해자를 비롯해서 가족, 피해자, 사회가 다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각자가 성폭력을 예방하지 못하고 방관한 공범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③이러한 다양한 대상을 상대로 책임을 묻다 보니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가족이 받는 피해는 피해자 그 이상이다. 이러한 가족의 피해는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가해자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가족 구성원을 건강하게 기르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피해자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가족이 바로 심각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3) 사회에게 주는 피해

성폭력의 피해자는 궁극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 같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인 '사회'이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이 건강하고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다 건강하고 서로 화목해야 한다. 각자 서로의 만남이 상대방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폭력은 바로 상대방의 인권과 존재의미 그리고 가치를 말살해 버리는 가장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인 것이다.

결국 서로의 성장의 계기가 되어야 할 인간관계를 서로를 증오하고 파멸로 이끄는 만남으로 타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지 못한 사회는 정말로 큰 피해자이다. 가족 구성원들을 제대로 건강하게 기르지 못한 가족과 같이 사회를 성폭력의 온상으로 만든 또 이를 방관한 사회는 가장 큰 피해자이다.

사회야말로 성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같이 길러 내고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 주범이며 피해자 중의 피해자이다.

3. 성폭력 피해 실태와 경험조사

청소년 대화의 광장에서는 1996년 7월 10-19일까지 초중고생 1539명의 응답을 토대로 설문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1)성폭력 피해 실태
본 조사에서는 성폭력의 정도를 성적인 언어 폭력에서부터 크게 강간까지 일곱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성폭력 피해 경험을 조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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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문 항 내 용                             응답율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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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란한 말이나 농담, 음란전화를 걸어오는 것             23.4%         1
    2)   눈빛이나 몸짓으로 성적인 유혹을 하는 것.               10.6%         4
    3)   손이나 어깨, 허리 등을 성적 의도를 가지고 만지는 것    12.5%         2
    4)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고의로 가슴과 엉덩이, 성기를    11.9%         3
         몸에 갖다 대는 것                                  
    5)   강제로 키스를 하거나 가슴, 성기 등을 만지거나           4.5%         5
         만지도록 하는 것                              
    6)   강제로 성기를 자신의 성기에 갖다대고 성관계를           3.7%         6
         시도하는 것          
    7)   강제로 성관계를 하도록 한 것                            2.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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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폭력 피해 경험

① 성폭력의 가해자

심각한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성폭력의 가해자를 묻는 질문을 한 결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응답자(n=206)의 26.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선후배나 친구가 22.3%, 아버지라고 응답한 경우가 18.0%로 세 번째로 많았다. 많은 경우 성폭력 가해자는 아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 조사에서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경험한 사실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선후배나 친구, 나아가 아버지에 의한 성폭행이 만만치 않게 많다는 것은 성폭행피해 예방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

② 성폭력 경험 기간
자신이 겪은 성폭력이 언제부터 경험한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최근 한두 번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경우가 27.1%였으며, '어렸을 때부터 최근 얼마 전까지'는 12.7%였으며, '현재에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라고 응답한 학생은 9.4%였다. 이는 전체 조사대상 중 1.8%에 해당되는 응답율이다. 그러나 비교적 경미한 성폭력 피해자와 심각한 성폭력 피해자를 구분하여 살펴본다면, 성폭력 경험시기는 심각한 성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비교적 경미한 성폭력 경험자보다 좀 더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또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경험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P.<01). 즉, 경미한 성폭력의 경우에는 최근의 한두 번, 또는 어렸을 적에 한두 번으로 일시적인 경험이 많은 반면에 심각한 성폭력 피해경험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③성폭력 피해 당시 정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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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느꼈던 감정                                 응답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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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 느낌 없었다                                  37.5% 
       2              너무 화가 났다                                  28.8%
       3              두렵고 무서웠다                                 19.8%
       4              너무 창피스러웠다                               17.1%
       5              공포감이 들었다                                 11.7%
       6              뭔가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3%
       7              갑자기 우울해졌다                                8.9%
       8              복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7%
       9              죽고 싶었다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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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당시에 느꼈던 감정반응에 대하여 '별 느낌이 없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은 것에 대해서 성별과 성폭력을 당한 정도와 관련하여 보면 남학생의 경우에 '별 느낌이 없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남자 성폭력 피해자의 65.6%가 되었고, 이들 응답자들은 주로 경미한 성폭력을 당했다고 보고하였던 학생들이므로 특별한 감정적 반응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반면에 성폭력 피해 경험 정도에 따라서는 심각한 성폭력 피해 경험자의 50%가 성폭력이 일어났을 당시에 별 느낌이 없었다고 보고하여 경미한 성폭력 피해자보다 그 비율이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강간과 같은 심각한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 외상 후 장애(RTSD)시 처음 위기상황에 접하였을 때에 보이는 멍하고 무감각, 무감정을 느끼는 것, 일어난 사건에 대한 회피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Materials in Disaster). 즉, 성폭력의 경험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충격적 사건이 됨으로 일회적인 감정반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 정신적, 정서적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④성폭력으로 인한 피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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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성폭력 피해 후유증                             응답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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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이나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34.7%    
      2.      심리적으로 안정이 안되고 극심한 공포감에 시달렸다       30.6%
      3.      사람들에 대한 불신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26.2%
      4.      식사나 잠자는 것 등 기본적 생활이 어려웠다              19.3%
      5.      신체적으로 몸이나 성기에 상처가 생겼다                   8.6%
      6.      성병에 걸리게 되었다                                     5.9%
      7.      자살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5.0%
      8.      실제로 자살기도를 하였다                                 2.8%
      9.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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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성폭력 경험 후 대처방법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에 어떻게 대처하였는가를 묻는 문항에 대하여 성폭력 피해 경험자의 31%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라고 응답하였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가 그 다음으로 29.7%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친구와 상의', '부모님과 상의', '상담소에서 상담' 순으로 응답하였다. 즉, 성폭력을 당한 학생들의 60% 정도가 외부로부터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거나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초등학생의 경우가 부모, 친구, 상담소 등 외부의 도움을 가장 많이 요청하였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혼자서 해결하였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실업계 학생들보다 인문계 학생들의 경우가 더 두드러지게 혼자 처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 특성 자체가 혼자서 주관적으로 하려고 애쓰는 것이지만 성폭력과 같은 문제는 절대로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털어놓는 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폭력의 장기적 폐해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별히, 인문계 학생에게서 현상이 두드러지다는 것은 그들과 부모, 그리고 친구관계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⑥성폭력 경험 이후 가장 어려운 점

성폭력을 경험한 이후에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하여 묻는 문항에 대하여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그 일이 남에게 알려질까 봐 겁이 난다'로 전체 응답자(n=241)의 44.2%였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대처하는 방식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졌을 경우에 오히려 힘들어질까 봐 쉽게 친구나 부모에게 말하지도 못하며, 믿고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별로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은 '이 일 때문에 나의 미래가 잘못될 것 같아 불안하다'(19.3%)였으며, 세 번째로 '성적인 지식이 없어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였다'가 14.3%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소연할 곳이 없어 막막했다'나 '문제를 해결해 줄 전문기관이 별로 없다'는 10%안팎으로, 기본적으로 외부에 이 일을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를 꺼리고 있었다.

성폭력은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이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는 일이 중요하며 나아가 이러한 사회현상을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음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규명과 함께 대안을 함께 찾아보도록 할 예정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