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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한 여인이 걸어온 제자의 길>을 읽고
2000년 08월 01일 (화)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사람마다 책 읽는 스타일이 있다. 속독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권의 책을 그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며 천천히 정독하는 사람도 있다. 또 책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골라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읽는 속도가 아니더라도 사람마다 책을 읽는 나름의 습관이나 원칙은 다양할 것이다.

 성경과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는 건 일종의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적이 내게 있었다. 책이 그러할진대 영화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다.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절대 없었다. 아무리 좋았던 작품이라 하더라도 처음처럼 몰입할 수 있을지, 처음과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고 보아야 할 좋은 책과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때 그건 정말 시간낭비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아이에게 반복해서 읽고 보는 법을 배웠다. 결론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가는 듯 했던 첫 느낌과는 달랐지만 한 번으로 미처 깨닫지 못 했던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 그리고 감동까지도 느낄 수 있었고 때로 그건 처음 접하던 때의 느낌을 상회하기도 했다. 물론 어떤 면에선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 뭐든 잊어버리고 마는 우리 기억력의 한계에 힘 입은 바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기에 추가적으로 느낀 것도 있었는데 새롭게 등장하는 많은 책과 영화들이 실상은 그리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였다. 물론 그 후로 신간 읽기를 중단한 건 아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칠팔 년 전,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던 신혼의 어느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나는 연두색 사인펜과 노랑색 형광펜으로 열심히 줄을 쳐가며 책을 읽었다.
지금 보면 어떤 부분엔, "I understand" 라고 쓰여진 글씨도 있는 걸 보면 저자의 생각에 꽤 공감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어제 청록색 색연필을 들고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 전보다 줄 칠 것이 더 많았다. 신혼 때보다도 그녀의 이야기를 읽을 준비가 더 많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전보다 더 많이 공감했다.

 그녀는 네비게이토 선교회의 미국 책임자였던 잭 메이홀의 아내로서 여러 모임의 연사로, 세미나의 주재자로 활발한 사역을 했지만 그러한 직접적인 사역만으로 주님의 제자가 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내로, 어머니로, 이웃으로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전 생활 영역에서 주님의 간섭을 받고 그분의 계획대로 순종하는 삶을 살기는 원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진짜 제자이다.

 그녀는 자신을 통하여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해드리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를 찬찬히 이야기하면서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진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성격적 결함이나 실수들을 솔직하게 공개한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눔으로써 오는 유익, 자신에게 대한 유익뿐 아니라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끼치는 유익을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늘 하나님께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우선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하나님이 허락하셨다는 사실을 되도록 빨리 인정하려 한다. 그것이 출발이다. 그녀에게 펼쳐지는 인생의 모든 국면은 그것이 아무리 힘들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주님의 귀한 교훈이 숨어있는 학습의 장으로 그것을 빨리 배우고 순종하면 주님께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는 것은 물론 예비된 선물을 받게 된다. 그녀의 그런 자세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굳건한 믿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자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방금 그리스도를 영접한 새신자라도 그대로 따라 실천할 수 있을 만큼 부담 없는 수준에서 그 첫 단계를 시작한다. 하루에 단 7분간만 주님과 교제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주님과의 교제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억지로가 아니라 그녀 안에 계신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인도하시도록 했고 그것이 그녀를 행복하게 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말씀의 유익을 깨닫기 시작한 그녀는 하나님의 말씀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도록 날마다 성구를 암송하는데, 실제로는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종일 말씀을 묵상함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그대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하루 일과 중 그대로 흘려보낼 수 있는 조각시간들, 누구를 기다리는 시간들을 말씀 묵상을 위해 사용하는 그녀. 말씀은 깊이 저장되고 적재적소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저자는 큐티와 말씀묵상뿐 아니라 깊이있는 개인성경공부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은 말로 지도하고 있다.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라고 말하듯.

 아! 기도가 있다. 하나님과 함께 걷는 삶을 그녀가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는 그녀의 기도생활이 보여 주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일도 기도하는 그녀, 하나님은 넘치도록 응답하신다.
절박한 필요 이외의 소원도 아뢸 수 있다. 그녀는 그것을 '보너스 기도'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기쁨을 주기 원하시는 하나님은 보너스 기도에 응답하시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으신다.

 저자는 기도노트 쓰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누구라도 따라하기 쉽게. 그녀는 말한다. 그리스도의 관심은 무리가 아니라 각기 독특한 필요를 가지고 있는 각 개인에게 가 있다고.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고 우리 각자에게 묻고 계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응답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게 대한 계획을 갖고 계신 주님께 나를 드리길 그분은 원하시고 계신 것이다.

 이 책은 쉽다. 또한 주님의 제자로 살려고 애를 썼던 사람이라면 많이 들었던 익숙한 개념들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도 새롭다. 제자로 살아가려는 사람이라면 체질화될 때까지 반복해서 점검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이나믹한 그녀의 기도생활에 다시 도전받고 바쁘다는 이유로 급한대로, 되는대로 하고 말았던 몇 달간의 기도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기도노트를 꺼내놓았다. 그것 말고도 손 볼 때가 몇 군데 더 있음은 물론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경건서적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꺼내 읽는 기쁨, 그 유익은 작지 않다. 오늘도 책장을 열어 깊이 잠자는 책들을 깨워봐야겠다.  Wake up !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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