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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아들아, 1미터만 더 파보렴>을 읽고
2000년 07월 01일 (토)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 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지난 5월부터 6월초까지 5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이면 우리 가족은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으로 내려갔다. '가정행복찾기'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직장사역을 한다고 남편과 함께 여러 훈련을 받았지만 정작 우리 가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한 건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온누리 교회의 결혼예비학교에 참석했던 것이 가정을 위해 투자했던 우리 공부의 전부였다. 난 여전히 미숙한 아내고 어설픈 어미라는 자각이 두려움과 함께 밀려왔다.

 주 강사가 송길원 목사님이라면 강의 듣는 즐거움은 보장된 것이었다. 소설가 양귀자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송목사님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고상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세미나 기간 내내 송목사님 특유의 비음을 똑같이(정말 똑같다). 흉내내며 나를 즐겁게 하였다. 그러나 웃다가도 턱턱 걸리는 뼈있는 이야기들이 그의 강의 안에는 살아 있다. 그건 강의가 끝난 후에도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콧소리의 울림을 반복하곤 했던 것이다. 강의 이후 밤늦도록 진행되었던 몇 가지 가족활동프로그램도 좋았다. 중간에 아버지들이 납치당하는 산행, 부부 사랑을 되찾아 주는 음악치료, 마지막 날의 캠프 화이어와 감자 구워먹기 같은 것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건 명목상 세미나 참석을 위해서긴 했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족이 함께 하나되어 움직이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주말을 보냈다는 것, 그것을 5주간 계속했다는 것 그 자체였다.

 이제 우린 수료증을 받았고 머지 않아 남편에게는 '아버지 면허증'이 배달되겠지만 그건 사실 출발에 불과하다.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그것을 위해 우리 한계를 매 순간 인정하며 주 앞에 무릎꿇어야 하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 몫으로 남았다.

 세미나 기간 중 이 책을 샀다. 목적했던 결과가 금방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곧 싫증과 짜증을 내며 포기해버리는 요즘 아이들에게 저자는 "1미터만 더 파보렴" 하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요즘 내게 있었으면 하는 것 중에 으뜸은, 평안을 잃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선한 삶을 지속하는 그것이다. 20대엔 잘 몰랐던 것 같은데 30대 중반에 이르면서 왜 이리 삶이 버겁고 지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 건지. 그 중 부모라는 역할 역시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인지···. 나는 아이를 기르면서 내가 온유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내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그래서 그리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내가 아이에게 말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먼저 내게 말씀하신다. "어미야, 1미터만 더 파보렴."

 '1미터만 더'는 R.U. 다비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다비는 금맥을 찾겠다는 신념으로 그 일에 매달리던 중 마침내 황금맥을 찾아내고 부자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금맥이 끊어지고 흙덩이만 나오자 이곳저곳을 다시 파가며 금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더 이상 금맥은 찾지 못했고 그는 결국 고물상에 채굴기를 헐 값에 넘기고는 그곳을 떠난다. 그러나 채굴기를 사들인 고물상 주인은 갑작스레 금맥이 끊길 리 없다고 판단하고 광산기사를 불러 금맥의 단층을 조사한다. 그런데 다비가 파다만 구멍을 불과 3피트, 즉 1미터도 채 안 되게 팠더니 엄청난 양의 금이 쏟아졌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론이다.

 다비의 비애는 1미터를 더 파지 못한 데에 있다. 나는 다비가 1미터를 더 파지 못하고 포기한 지점에 대해 묵상해 보았다. 그가 열정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는 도중 "에이, 그깟 것!" 하고 쉽게 포기했다면 다비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별로 없다. 그는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금맥을 발견했던 사람이고 금맥이 끊어진 후에도 쉽게 주저앉지 않고 힘써 노력했던 자였다. 우리를 안타깝게 만드는 건 바로, 더 이상은 절대 못 할 것 같은, 지치고 지친 그 지점에서 1미터만 더 파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하나님 도저히 더는 못 하겠습니다, 손들고 싶은 순간까지 끈기 있게 노력하는 자세가 뒷받침되어 있을 때 '1미터 더'의 교훈은 유효하다. '1미터 더'가 효과를 발휘하는 지점까지 노력하는 자세를 아이에게 심어주는 건 부모가 삶을 통해 자녀에게 보여줌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닐까. 부모가 아이보다 더 조급해서는 어떻게 아이에게 진득이, 묵묵히 노력하는 걸 가르칠 수 있으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본 상황까지 간다 해도 그 순간 "얘야 1미터만 더 파보렴" 하는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 지켜보던 부모가 먼저, "안 되겠다. 그쯤에서 그만둬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난 나의 조급성을 보며 나부터 1미터 더 파보기로 결심한다. 특히 사람에 대해 1미터 더 파보고 싶다.

 이 책은 1미터의 교훈을 비롯하여 인생의 고비고비를 지혜롭게 넘기는 데 필요한 짤막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조용조용 편안하게 제시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책과 신문 등 각종 자료 속에 등장하는 삶의 지침들을 부지런히 메모하고 저장하였다가 성경적으로 한 번 걸러내어 자녀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 가만가만 던져 넣고 있다. 때론 길게 때론 짧게라도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행복한 삶의 전통을 가족을 중심으로 세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 세상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완벽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가 마지막에 인용한 라인홀드 니버의 시를 보면 이러하다. '이 세상에서 알맞게 행복하고 저 세상에서 당신과 함께 영원히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아멘.'

 그는 하나님과 누릴 영원하고 완벽한 행복으로 가는 연장선 위에 가정의 행복을 위치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행복은 가족이 원하는 것을 왕창 안겨 주는 것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인내와 절제 그리고 성숙에의 길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자녀를 사랑하나 부모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날로 퇴색해버린 생일을 과감히 없애버리는 용기가 있으며(내가 보기에 그건 용기다. 부모는 돈이 없지 않는 한 아이가 원하는 걸 사주는 쪽이 더 쉽다), 아내를 사랑하나 집안의 화초처럼 북박아 놓는 대신 그녀의 은사를 살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격려할 줄 안다. 그는 훌륭한 가정 사역자이기 이전에 진정한 행복을 나르는 남편이요, 아버지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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