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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권/ <잔느 귀용 부인의 생애>를 읽고
죽음도 이기는 생명
1999년 11월 01일 (월) 00:00:00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희진집사/ 사랑의교회, 대한변호사협회 연구조사위원

 

 얼마 전 우리 아이는 태어나서 다섯번째 돌을 맞이했고 무슨 선물이 좋을까, 남편과 의논한 끝에 위인전을 사주기로 했다. 지금껏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과학 동화 한 질을 사준 것 이외에는 책을 전집으로 사준 적이 없고 그럴 필요를 느낀 적도 없지만 낱권으로 사다 보면 겹치거나 빠지거나 해서 위인전은 전집으로 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훌륭한 사람들의 생애를 아이에게 읽게 하여 교훈을 얻게 하는 일.

 그것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어떤 사람을 위인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무작정 출판사에 맡길 만한 일은 아니었다. 믿는 자의 입장에서 위인의 범주 속에 끼워 넣고 싶은 사람은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오히려 유명출판사가 위인으로 선정한 사람 중에는 빼버리고 싶은 인물들이 많았으니까. 나는 기도하면서 기독교 관련 서적과 일반 서적을 함께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발행한 20여권의 위인전을 샀다. 인물 선정도 무난했고 서술방식도 평이했다. 신앙인의 입장에서 어린이 위인전을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십대 중반쯤에 집안에 불어닥쳤던 바람, 그 이전의 나의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은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비교적 평탄한 날들이었음에도 나는 위인전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인생은 쉽기만 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는 터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아이에게조차, 흔히 어른들이 그렇게 하듯이 "니가 무슨 걱정이 있겠니"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른이라도 우리의 신앙상태에 따라 사사로운 인생의 걱정은 벗고 살 수 있는 것이고 인생의 어려움 그 자체는 어느 나이, 어느 세대에나 있는 법이니까.

  이제 어른이 되어 버린 나는 오늘도 한 여인의 생애 속에서 다시금 세상과 싸우며 그리스도를 위해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잔느 귀용. 그녀는 17세기 프랑스 절대 왕정의 절정기에 오직 그리스도를 좇아 그 사회의 흐름을 거슬러 살았던 인물이다. 당시 다른 유럽국가들은 종교개혁의 배턴을 받아 부흥운동의 불길이 이어졌는데 반해 프랑스는 로마 교황청과의 이권적 유대 때문에 가톨릭의 교리를 고수하고 신교도를 심히 탄압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귀족층 출신으로 미모와 지성을 갖추었으며 예술과 문화, 세련됨, 유행, 온갖 쾌락으로 넘치는 파리 사교계의 중심부를 누비며 사는 쪽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배경의 사람이었다. 우아한 가톨릭의 신앙으로 스스로 하나님께 속하였음을 적당히 위로 받고 그러다
자선사업이라도 좀 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신앙인으로 살 수도 있는 위치였다.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좀더 진지한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면 육체적인 고행의 코스를 하나쯤 더 선택하여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신앙인이 되는 데까지만 갔어도 칭송이 자자한 인물로 한평생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그 당시 교리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중간에 어머니의 성화에 상류사회의 화려함에 잠시 빠져드는 듯 싶었으나 하나님을 전심으로 찾으려는 그녀의 몸부림은 자발적인 고행까지 동반하여 끝없이 이어졌다. 그녀는 드디어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났고 그것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떼어놓을 수 없는 연합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종교개혁자들의 길을 걸을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 하나님을 만나고 싶었고 그분께 자신의 전 생애를 드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성경을 근거로 전심으로 주님을 찾은 결과 예수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믿음으로 거룩하게 된다는 것, 성령을 소유한다는 것, 영 안에서 하나님과 하나되어 같이 산다는 것, 기도할 때 중재자로서의 성인이 필요 없다는 것 등, 우리가 현재 가지는 신앙에 다다른 것이다. 그로부터 확신있게 그 길을 걸어간 그녀. 28세의 젊은 나이에 아이 셋을 가진 과부로 남겨져도, 온갖 회유와 압력에도, 이교도의 낙인이 찍혀도, 그녀는 흔들림 없이 낮에는 복음을 전파하고 상담을 했으며 밤에는 글을 썼다.

몇몇 신부를 포함하여 그녀의 신앙을 지지한 사람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루어야 했다. 그녀도 세 차례 투옥되었고 결국엔 악명 높은 바스티유 감옥으로까지 보내졌다. 그러나 그녀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죽음도 이기는 생명을 소유했으니까….  이 생명이 그녀를 이렇게 노래하게 했다.

           육중한 벽, 나를 둘러싸고
           종일 나를 가두네.
           그러나 내 위에 솟구친 저 벽,
           하나님을 막을 수 없네.
           저 지하 감옥 벽, 내게 소중해.
           여기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기에...
           저 나를 누르는 벽은 알지,
           홀로 있음이 힘들다는 것을.
           하지만 이것은 몰라,
           쇠창살과 돌을 뚫고 와 그 분이 나를
           축복하신다는 것을.
           내 어두운 지하 감옥을 밝게 하신 분이
           내 가슴을 환희로
           채우신다는 것을... (후략)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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