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박은조 목사)는 지금 기도중이다. 탈레반에 의해 피랍되었던 샘물교회 성도들 23명(2명 피살)이 모두 돌아온 지금 그 전보다 더욱 뜨겁게 기도하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내외적으로 샘물교회는 물론 한국교회가 선교에 대해 비난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강건하게 극복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을 위해서가 그 첫 번째다. 다음은 죽음의 극한 공포 속에서 살아 돌아온 21명의 성도들이 하루 속히 정신적, 육신적으로 회복될 것을 위해서다.

기자는 지난 9월 5일(수) 샘물교회 수요예배(pm 8시)에 참석했다. 샘물교회의 현지 모습을 몸으로 직접 읽어보기 위해서다. 또한 개인적으로 생환자들의 회복을 위한 기도를 보다 현실감 있게 해보기 위해서다.

▲ 박은조 목사가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예배 시간이 거의 다가오자 성도들이 예배당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엄숙했다. 잔잔한 찬양음악 속에서 먼저 들어온 성도들은 조용히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문 지상 등에서 오랫동안 보았던 그들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들을 직접 바라보고 있자니 그동안의 수많은 ‘피랍사건’의 신문 기사 내용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피랍, 협박, 피살, 공포, 협상, 귀국 등등. 당사자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형제님, 자매님! 그 동안 고생이 많았죠. 정말 반가와요. 얼마나 기도를 많이 했는지 몰라요···’ 등의 그들을 향한 떠들썩한 반응들은 없었다. 이미 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간간히 그들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악수를 청하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도 조용히 자리에 앉아 예배를 준비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오후 8시에 시작한 수요예배는 청년들의 찬양으로 시작됐다. 찬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뜨거워졌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들이 보였다. 생환자들 역시 감격에 빠져 있었다. 서로 손을 잡고, 손을 들고 찬양할 때는 그 자체로써 그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됐다. 왜 안 그렇겠는가. 예배에 참석한 400여 명의 성도들은 이 때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예배 대표기도자로 나선 김성태 성도는 “이번 사태로 인해 샘물교회뿐 아니라 기독교 자체에 대한 많은 비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수용할 것과 극복할 것을 위해 지혜를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는 또한 생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누구보다도 정신적 육신적 고통을 많이 받은 그들이 하루속히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것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했다. 대표자의 기도에 온 성도들은 어느 순간보다도 더 크게 ‘아멘’으로 화답했다. 온 성도들의 바람이 그와 동일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박은조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성경 열왕기하 1-2장이 설교 본문이었다. 박 목사는 설교를 통해 “엘리야 선지자를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의 죽음을 겪지 않고 승천시켰다”며 “그것은 우리도 그러한 영광의 죽음을 기대해야 한다는 의미”임을 강조했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의 원수는 탈레반이나 인터넷을 통해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했다. 기독교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게 하는 영적 존재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를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도 복음의 대상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특별히 피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에 대해 언급했다. 박 목사는 장례예배를 ‘천국환송예배’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작년 어느 날 미리 써놓은 배 목사의 유언에 만약의 경우가 발생하면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을 따른 것이다”며 장례식 때 부를 찬송도 고 배형규 목사의 유언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고 배형규 목사의 빈소는 9월 6일부터 8일까지 분당 샘물교회 지하 1층에 마련될 예정이다. ‘천국환송예배’는 9월 8일(토) 오전 11시 샘물교회 본당(2층)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샘물교회 홈페이지. '특별기도회'와 '고 배형규 목사 장례'를 알리고 있다

박 목사의 설교 후 다시 찬양과 기도시간이 40여분 동안 이어졌다. 이 때 온 성도들은 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성도들은 두 손을 모은 채 기도에 힘을 기울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과 부흥을 위해서 성도들은 눈을 감았다. 또한 교회의 사명인 선교가 불필요한 오해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을 위해서도 매달렸다. 생환자들의 쾌유와 인생의 비전을 위해서도 엎드렸다. 그리고 내일(9월 6일)부터 갖게 되는 고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과 그 유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샘물교회는 기도에 흠뻑 젖어 있었다.

공식 예배는 10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예배의 감격과 은혜를 품에 안은 채 발길을 움직였다. 그러나 계속 기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 남아서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샘물교회 성도들의 눈빛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앙의 은혜가 넘쳐나고 있었다.

기자는 예배가 파한 후 고 배형규 목사의 빈소가 마련될 교회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봤다. 몇몇 청년들이 빈소 설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몇 개의 장례 화환이 도착해 있었다.

고 배형규 목사가 피살된 날은 공교롭게도 그의 42번째 생일날이었다. 샘물교회 성도들은 이것 때문에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기도의 사람인 고 배형규 목사를 본받기 위해서라도 샘물교회 성도들은 지금 기도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