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실 집사/ 사랑의교회

(본고는 우물가 선교회에서 사할린단기선교를 다녀온 황복실 집사의 보고서입니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했던 나는 그 동안 아이들 키우는 일에 몰두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내 손에서 벗어날 즈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많은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내게 하나님은 ‘사할린‘이란 곳의 선교여행을 제의하셨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지 여행이란 낱말만을 부각시켜 내몰리듯 그곳 여행을 결정하게 하셨습니다. 아마 단기선교여행의 깊은 의미와 그 곳에서의 사역들이 어떤 일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그 곳에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나의 체질을 미리 아신 하나님께서 순식간에 여행을 결정하게 하셨고 그 순간부터 저에게 선교여행에 대한 부담감도 주셨습니다. 그땐 이미 우물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남편에게 ‘목마르거든 취재‘란 명목아래 허락을 받은 후였습니다.

그 후 사할린의 선교를 위한 몇 번의 기도회에 참석하면서 두렵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하나님께 미쳐버린 것 같은 지체들의 열정을 보면서 ‘내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일을 결정했구나!‘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내 정서가 아니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 사실 사랑의교회 순장을 하면서 다른 지체들처럼 그렇게 뜨겁게 기도하지도 못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그 자리에서 나누는 그런 일에 익숙해 있지도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나이는 제일 많고 쉽게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낯선 사람 앞에서 입이 붙어버리는 내가 이들과 8일 동안 어떻게 지내며 또 사할린 사람들을 어떻게 품을 수 있을지 겁이 더럭 났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기도를 시키면 어쩌지?‘ ‘그 곳 사람들은 형편이 열악하고 낙후된 환경이라는데 하루라면 몰라도 며칠씩이나 그들과 함께 자연스러울 수가 있을까?‘등 수많은 생각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 취재 외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영혼을 구원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열심히 해보자란 생각과 함께 기도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여러 지체들과 함께 27일 날 사할린 땅을 밟기 위해 한국을 떠났습니다. 마중 나온 선교사님의 안내를 받으며 마치 우리 나라 고속버스 터미널만큼이나 작고 을씨년스런 그 곳 공항을 통과하여 ‘누가보예교회‘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곤 선교사님께 이 곳의 환경과 여건 그리고 교회에 대한 비전과 선교계획을 들으며 내 생각을 조금씩 구체화시켰습니다. 첫 시작부터 뜨겁게 기도하며 시작하는 지체들과 섞여 저 또한 있는 힘을 다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방언이 터져 나오고 눈물을 흘리며 사할린 사람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목이 터져라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내안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음성은 “얘야! 넌 이 곳에 올 자격이 없어! 네 가족의 신앙도 책임지지 못하는 네가 무슨 사할린까지 와서 이렇게 난리냐!“라는 목소리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땅끝까지 가서 전하라는 말씀에 ‘너의 땅끝은 사할린이 아니라 네 가족이구 네 주변이야‘라는 말도 자꾸만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고 기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땅끝을 잘못 찾아온 것에 대한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란‘란 말씀으로 목사님을 통해 이 곳까지 오게 하신 이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셨고 전 그저 ‘순종하리라‘란 각오만을 새롭게 했습니다.

‘네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 지체들이 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예배를 위해 중보기도하고 좋은 글을 쓰는 것도 한 영혼을 깨우는 것‘이란 말씀으로 나를 위로하셨습니다. 쏟아지는 눈물을 피할 수 없어 어쩔줄 몰라하는 내게 모든 지체들이 축복송을 불러주었고  그 앞에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며 내 속에 있는 말들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부터 지체들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얗게 입김이 서리는 날씨에 냉방에서 잠을 자고 새벽부터 일어나 큐티하고 찬양하고 기도하면서 하루를 열었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되어 어우러지는 모습과 섬기는 모습에 전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때로는 언니가 되어 때로는 어른이 되어 지체들과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체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드라마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임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달란트를 사용해 오직 하나님을 위해 ‘사사삭‘ 거리며 한 몸 되어 움직이는 모습들이 나에겐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드라마를 하다가도 차안에서 찬양을 하다가도 때로는 졸다가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가 필요하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똘똘 뭉쳐 기도하는 그들을 보며 새롭게 도전도 되었습니다. 저 또한 매 시간 사할린 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참석하여 드라마를 보며 워십을 보며 그들이 집중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들 앞에서 몸으로 드리는 지체들의 예배는 시종일관 진지했습니다. 그것들을 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그 곳 사람들의 모습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영혼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구원받을까?‘란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뻤습니다. 물론 지체들의 몸 예배와 목사님의 퍼팩트한 메시지는 절 첫사랑의 감격으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때의 장소가 그들에겐 예배를 위한 무대가 되었고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 모르는 속에서도 멋드러지게 하나님 일을 해내는 그들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무대가 비좁아 부딪치며 소고춤을 추었고 또 어떤 때는 망가진 의자 위에 올라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는데도 노련하게 커버하는 지체를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천부적인 끼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우기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의 사물놀이 후에 정선아리랑의 에드립···. 사람들이 흥에 겨워 열기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멋진 하나님의 메시지로 그들을 깨우는 순발력!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을 포착해 즉석에서 말씀을 선포하는 지체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아직도 그때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합니다.

하루에 공식적인 집회가 5번씩 이어져 육적으로는 너무나 피곤하여 얼굴을 바로 보기조차 안쓰러울 정도인데도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고 차안에서조차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아 식사하기 곤란할 때에도 그것조차 집회의 연속이란 목사님의 말씀에 맛있게 먹으며 순종하는 모습, 떠나기 전 우리에게 주신 ‘감사하라. 집중하라. 섬기라‘는 목사님의 메시지를 늘 상기시키며 마음들을 동여매는 모습, 지체들 한사람 한사람이 나에겐 은혜 그 자체였습니다.

고아원을 방문했을 때와 지체부자유자들을 방문했을때 그들의 몸에서 나는 악취에도 불구하고 꼭 끌어안으며 눈물 뿌려 기도하는 절규의 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간절히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 곳 사람들 또한 눈물을 흘리며 가슴에 손을 얹고 하나님을 믿겠노라고 결신하는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곳에서의 일들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지금이 마지막 순간이 된다 해도 후회가 없다는 그들의 말에 동감도 되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할 이야기는 많지만 객관적인 것은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전할 수 있기에 전 제가 본 지체들의 모습과 느낌만을 이야기하는 것입나다. 전 사할린 단기선교여행이 내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그곳에 보내 주신 하나님의 뜻을 압니다. 선교에 대해 너무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내 생각을 구체화시키려는 그분의 계획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섬기는 것에 서툰 나에게 다시 한 번 도전의 기회를 주신것도 잘 압니다. 또 이번 여행동안 우물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어 기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멋진 하나님! 멋진 우물가 지체들! 그리고, 그런 커다란 사역을 묵묵히 해내시는 최재하 목사님!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저두 지체 맞지요? 감사드립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