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하 목사/ 남부 사랑의교회 담임

  우리 나라에서 작은 사람을 '좁쌀'이라고 한다. '키가 작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마음이 작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작은 것을 표현할 때 겨자씨를 비유로 사용한다. 겨자씨는 사실 그 크기에 있어서는 좁쌀보다 작다. 그러나 그 안에 생명이 있기 때문에 많은 새들이 깃들이는 나무가 된다. 태복자매를 보면 새 생명을 보는 기쁨이 있다.

  자매가 우물가선교회에 처음 왔을 때 그녀는 매우 약하고 초라해 보였다. 어딘가 모르게 눌려 있는 듯하기도 하고 주눅이 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며 노처녀였다.

  그녀를 보면 마치 겨울비에 젖은 로빈슨 새를 보는 듯 가엾어 보였다. 한 번은 자매에게 언뜻 비전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아무 꿈이 없노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는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집안이 기울면서 그림 그리기를 포기했노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녀에게 활기가 넘쳐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원인이 무엇인가 무척 궁금하던 차에 하루는 자매가 전화를 걸어왔다. 나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함께 4천원 짜리 생태 매운탕을 시켜놓고 마주앉았다.

 자매가 말했다.
 "목사님, 저 그림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그림을? 전 번에 포기했다고 했지 않았나?"
 "하나님께서 다시 소망을 주셨어요. 그림을 통해 영광 받기를 원하세요."

 나는 다소 염려스러웠다. 왜냐하면 아직 자매의 신앙은 성숙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는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거품 같은 열정을 많이 보아왔다.
  "화가가 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험난한 길이야."
  "대가를 지불하겠어요."
  "이건 기우일지도 모르겠는데 자매의 열등감이나 욕망이 하나님이 주신 비전의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지."

  자매의 마음에 상처를 낼지도 모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자매가 그릇된 동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라면 가다가 힘에 부쳐 포기할 것이고 자신에 대한 절망은 한층 깊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차라리 출발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맙게도 기우에 불과 한 것이었다. 그녀는 잠잠했다.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자매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아르바이트를 찾아냈다. 오전에 그 일을 하고 오후에는 미술 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서른이 훨씬 넘는 나이에 대학을 진학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자매를 도와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거처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름다운 집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아름다운 집은 자매 6명이 살고 있다. 따뜻하고 평안한 곳이다.

  자매가 밝은 얼굴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자매에게 물었다.
  "아름다운 집에 사는 것 좋아요?"
  자매가 봄 햇살처럼 웃으며 말했다.
  "너무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행복해요!"

  나는 속으로 자매를 위해 기도했다.
  '주여, 자매를 통해 영광 받으소서. 사는 것이 행복하게 하시고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하소서. 그러나 무엇이 되어서가 아니라 주님 때문에 만족해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게 하소서'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