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스캇 펙 지음/ 열음사 펴냄

공동체에서 가장 위험스러운 것은 분열이다. 분열은 파괴를 가져오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가족 간에도 이견이 있는데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온전히 하나가 된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캇 펙의 <평화만들기>가 주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적절할 수 있다. 특별히 분열을 통해 사분오열되어 있는 한국교회의 각가지 아젠다들과, 진보와 보수, 장로교단의 분열, 개교회주가 극심한 한국교회에 스캇 펙 박사의 책은 새로운 희망의 다리를 놀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철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론서이면서도 실천서이다. 공동체에 대한 정의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현장을 분석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잘 그리고 있다. 모든 공동체는 처음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하지 않는다. 생각과 문화, 관심과 이념, 관점과 습관이 다른 이들이 처음부터 똘똘 뭉친다는 것은 사이비공동체라고 말 할 수 있다.

인간의 문화는 개인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너’와 ‘우리’라는 것을 지향한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우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렇다고 공동체가 강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공동체라는 것은 어떤 사건이 주어졌을 때 함께 뭉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공동체는 문제가 있을 때가 아닌 평상의 시간에 보이는 서로의 관계가 온전하느냐 일 것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까라는 숙원은 공동체를 이루는 기본적인 틀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자는 우선 자신의 공동체의 경험에서 겪었던 조화와 아름다움이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가 어떻게 그렇게 평화스럽게 유지되는가에 대한 원인을 다양한 공동체들과의 경험을 통해 접근한다.

실천서라고 소개 했을 때 그것은 실용적인 것을 의미한 것이 아니다. 공동체를 이해하고 진정한 공동체를 먼저 개념화하고자 한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이것은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가 인본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에 가깝다고 말 할 수 있다. 저자는 진정한 공동체에 대해 '은혜롭게 싸울 수 있는 집단이라고 말한다.

일방적이지 않고, 상방의 통행이 가능한 열림이 있는 공동체다. 공동체는 상처와 약점을 동료에게 보여주고, 또 다른 사람들의 상처에 영향을 받고, 같이 상처받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픔의 상처를 나눌 때 생기는 사랑의 힘이 있고 그것이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밑거름이 된다.

“진정한 공동체에는 편이 없다. 언제나 쉽게 배울 수는 없지만, 진정한 공동체에 도달할 무렵이면 참가자들은 파벌과 당파를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은 공동체가 갈등이 없는 장소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공동체란 갈등이 육체적 또는 정서적 상처 없이 해결될 수 있는 곳이며, 은혜뿐만 아니라 지혜로써 해결될 수 있는 곳이다. 즉 공동체란 은혜롭게 싸울 수 있는 집단인 것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의 단계를 ‘사이비공동체 →혼란→마음비우기→공동체’라는 단계로 나누고 있다. 갈등을 피하고나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기 싫어서 재빠르게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거나 회피하는 것이 사이비공동체의 단계이다. 외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듯하지만 실제로는 갈등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런 혼란이 온다. 혼란이 온다는 것은 건강을 지향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다. 저자는 혼란을 경험하는 구성원들이 ‘마음비우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비우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철저한 개인주의’에서 ‘온전한 개인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 장애물은 ‘기대와 선입견’, ‘편견들’, ‘이념, 신념, 해결책들’이다. 혼란이 있는 상태에서 구성원들은 제각기 의견을 내거나 문제해결을 위해 자신이 욕구를 공동체에 강요하고 지배하려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 바로 마음 비우기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공동체의 구성원은 다양한 차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 섬김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결국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는 핵심이다. 저자는 평화를 만들겠다는 이들이 평화는 위해 무기경쟁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경계선을 세우고 위협하고 태풍 속의 찻잔처럼 거짓 평화를 만들고 그것을 진정한 평화라고 말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민족주의 공동체의 허구, 교회가 만들고 있는 공동체가 성경이 말하는 공동체와 같은 것인가를 살펴본다. 공동체는 단순히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공동체를 시작하라고 권면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공동체에 대한 제안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평화를 맛볼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