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아원·양로원 입소 등 정부의 기본적인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모두가 빵과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 교회 팻말 앞에선 김 목사

김영준 목사(60, 대구 온누리교회 담임)는 ‘대부(代父)’다. 사회적으로, 신앙적으로 버림받은 30여 명을 부모 이상으로 돌보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김 목사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그 동안 김 목사의 따스한 손길을 통해 성장해 출가한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150명이 넘는다. 김 목사와 이들은 단순히 목사와 성도와의 관계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이들은 모두 김 목사가 가슴으로 낳은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금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남자만 18명입니다. 제 아내는 대명동 숙소에서 여자 아이들 10여 명과 같이 생활을 하고 있고요. 모두가 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입니다. 환경을 잘못 만난 탓이지요.”

기자가 사역의 ‘기쁨’을 묻자 김 목사는 ‘껄껄’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한 자녀 한 자녀의 이야기가 모두 영화의 줄거리와 같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쁨의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특히 그 동안 신학생이 4명 배출되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 김영준 목사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포항에서 사역하고 있는 이호삼 전도사가 전화를 합니다. 무조건 내려오라는 것입니다. 내려가면 저를 정말 잘 대접해줍니다. 남흥교회 최진수 전도사는 부인의 십일조를 저희 교회에 보냅니다. 저희 사역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마음이지요.”

전과 5범인 한 자녀는 교회의 굳은 일, 어려운 일들을 자진해서 도맡아 봉사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가서 소매치기범으로 또다시 붙잡힌 그를 김 목사가 만사를 제쳐두고 데려온 것이 결정적인 은혜로 여겨진 것이다. 강원도로 출가를 시킨 한 자녀는 그곳에서 사고(?)를 친 후 새출발을 위해 고향인 이곳에 머물고 있기도 하다.

김 목사의 아내 최명희 사모는 피아니스트인 자신의 달란트를 여자 자녀들을 양육시키는 데 십분 활용하고 있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해 학원 강사 등으로 자리를 잡은 자녀들도 벌써 여러 명이다. 또 지금도 기악과 성악으로 꿈을 키우고 있는 자녀들도 많다. 여자 자녀들은 특히 공부를 잘 한다. 반에서 1등하는 것은 물론 전교에서 상위권에 들어가는 자녀들도 많다. 아쉬운 것은 여자 자녀들은 성장, 출가한 후 자신의 출신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김 목사 부부는 모든 것을 자녀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가출청소년, 전과범 등 사회에서 ‘불량인’으로 취급받아온 이들이 김 목사 부부를 만나기만 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김 목사는 모든 것이 ‘복음’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고백한다. 인간적인 사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대부’의 사역에 항상 기쁜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녀들이 재범, 즉 다시 범죄의 길을 갈 때 김 목사는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 목사는 현재 2명의 자녀가 교도소에 가 있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들이 스스로 실패자로 생각하지나 않을까 새벽마다 김 목사는 기도에 힘쓰고 있다.

“종종 아이들이 술 먹고 저에게 와서 강짜를 부리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 잘 안 풀리는지 화풀이 대상을 저로 삼는 것이죠. 그게 차라리 낫죠. 한 밤 중에 제가 자는 방에 살금살금 기어들어와 서랍 속에 있는 돈을 훔치려는 아이들도 있었죠. 별의 별 사건이 다 일어났었습니다.”

한 번은 김 목사가 너무도 속상하게 한 자녀에게 손찌검을 한 적이 있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김 목사는 그때 폭행죄로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감옥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녀에게 “내가 너를 위해 옥바라지를 수 없이 한 것처럼 이제는 너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자녀는 엎드려 울면서 김 목사의 다리를 붙잡았다. 자신이 잘못했다며 용서해 달라는 것이었다.

30여 명의 자녀들을 먹여주고 입혀주는 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서류상으로는 부모가 있는 청소년, 자식이 있는 노인들이기에 정부의 보조를 받을 수도 없다. 김 목사는 자녀들의 생계를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지금은 개 사육, 유실수 재배 그리고 돼지갈비 판매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토종견의 종자를 얻어 사육을 통해 새끼 1마리 당 30만 원씩에 판매를 하고 있다. 유실수는 배(400주), 매실(400주), 포도(70주), 자두(60주), 감(50주) 등으로 내년부터 수확할 예정이다. 성도 중 한 명이 운영하는 돼지갈비 판매도 수입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새들도 키우지만 그것은 주로 감사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로 사용한다.

“저희 사역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종종 교회에 바자회 등과 같은 형식으로 저희 돼지갈비를 소비해 주고 계시죠. 후원 교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성장해 출가한 아이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지요.”

▲ 개사육은 교회의 큰 수입원이다.

김 목사에게 갈등의 시기도 있었다. 김 목사의 사역을 훌륭하게 본 한 지인이 그를 큰 교회 담임목사 자리로 소개시켜 준 것이다. 목회자에게 있어서 거절하기 힘든 일이다. 김 목사는 눈만 감으면 자녀들이 생각났다. 어떻게 알았는지 자녀들도 김 목사를 찾아와 애원을 했다. 제발 가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결국 김 목사는 진수성찬과 같은 그 자리를 거절했다. 모두다 자녀들 때문이다.

김 목사의 하루는 정말 분주하다. 그 분주함은 아침 식사 때부터 시작된다. 20여 명이 세면과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연상시킨다. 대명동의 여자 자녀들의 숙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 목사는 묵묵히 도와주는 복지사가 고마울 뿐이다. 개 사육을 필두로 1800여 평에 이르는 교회 마당을 돌아보고 가꾸다 보면 하루 해가 어느새 기울어지고 만다. 매일의 새벽예배와 주일예배 등을 준비하기 위해 책을 들여다보면 새벽 한두 시가 된다.

“어린이 선교원은 교회에서 사명을 갖고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기독교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원인을 저는 여기에서 찾고 싶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선교원을 포기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선교원이 당장 교회에 이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익을 위해 선교원을 운영하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교원은 한국교회의 미래입니다. 저는 끝까지 선교원을 운영할 것입니다.”

김 목사는 대명동 여자 자녀들의 숙소가 공동생활과정으로 정부로부터 인가가 난 것에 감사했다. 정부 지원금으로 사회복지사를 2명 고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노인을 위한 공동체(그룹홈)를 개소할 예정이다. 또한 인근에 ‘쉼터’를 건축 중에 있다. 지역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과 공동체를 위해 사용될 기관이다.

“지금 17년 째 이 사역을 해 오고 있습니다. 평생 할 것입니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명절 때가 되면 출가했던 자녀들이 김 목사를 찾아온다. 다 모이면 손자·손녀만 60여 명이나 된다. 초대형가족이다. 김 목사는 어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품에 꼭 안아준다. 복음으로 양육된 자녀들이 또다시 그 2세를 낳았다는 것에 감격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