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수/ 평택대학교 신약학,  스텔렌보쉬대 신학대학원(Th.M, Th.D)

말씀이 근본이 되는 목회는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그 분께 귀를 기울여 듣는 사역일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 없인 안 되고 그래서 그의 말씀을 깨닫는 일이 없이는 안 됩니다. 개인적인 경건의 삶을 위해 말씀을 묵상하거나, 교회에 설교와 강의, 또는 성경공부를 인도하기 위해 말씀을 연구하는 일만이 아니라, 사역자로서 어떻게 사역하며 목양할 것인지를 깨닫고 배우기 위해 말씀을 찾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말씀목회, 신약목회로 가는 길입니다. 선한 목자,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길을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신약목회] 씨리즈는 이런 점에서 사역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바울의 옥중서신은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빌레몬서를 가리킵니다. 사실 바울의 후기 서신인 디모데후서 등도 로마 감옥에서 쓰여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이 범주에 들지 않고 목회서신으로 분류가 됩니다. 그것은 앞의 네 서신이 사도행전 28장의 첫번째 로마 감옥 생활인 2년 여의 동일 기간에 쓰인 서신으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위해 갇힌 자로서 바울의 목회적 관심과 열정이 여전히 특별했음을 이 서신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니 옥에 매여 있으면서 이 같은 서신을 쓰고 있는 것 그 자체가 그의 목회적 열심과 최선의 노력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일 겁니다. 교회와 성도를 사랑하며 그들에게 은혜와 사랑, 그리고 바른 말씀을 늘 전하려는 바울의 애씀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고난이 걸림이 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닥친 고난을 오히려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기회로 삼는 사람, 이 사람이 바울입니다. 어떻게 하든지 성도로 유익을 얻고 믿음과 소망으로 세움을 받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사역자 바울의 옥중서신은 우리에게 이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각 서신이 쓰인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옥중서신 중에 에베소서가 가장 마지막에 쓰였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것은 소위 쌍둥이 서신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 유사한 골로새서의 그리스도론이 에베소서에서는 그리스도의 교회론으로 그 다음 단계의 사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골로새서와 빌레몬(골로새 교회의 성도)서는 에바브라라는 인물 편에 함께 보내졌을 것입니다. 반면에 빌립보서는 그가 빌립보 교회를 방문하고 싶은 뜻을 비치고 있는 것(참고, 2:24)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옥중 초기의 서신이 아닌가 추측하게 됩니다(내용이 많기 때문에, 이번 호에는 빌립보서, 골로새서, 빌레몬서를 먼저 수록하고 다음 호에 에베소서를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빌립보서

마게도냐에 위치한 빌립보는 바울이 유럽에서 첫번째 방문했던 도시입니다(참고, 행 16:6~12). 옷감 매매인이었던 루디아의 집에 세워진 빌립보 교회는 바울을 특별히 후원했던 교회입니다. 사랑하는 빌립보 교회의 성도들로 신앙 성숙과 삶의 성장된 모습을 살도록 하기 위해 바울은 이 서신을 썼습니다.

1장. 사역 동기와 복음에 합당한 삶
하나. 은혜와 평강을 기원하며 시작하는 인사말(1:1~2)에 이어, 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성도들에 대한 그의 사랑과 헌신이 어떠한지 생각, 감사, 간구, 확신, 사모라는 용어들을 사용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1:3~8). 이 부분에서 그가 이들을 위해 얼마나 기도하며, 또 어떻게 감사하며, 그리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또한 그와 함께 이들이 그의 은혜(옥에 갇힌 일과 복음을 변호하고 굳게 하는 일)에 참여한 자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바울의 간절한 기도가 계속됩니다. 사랑의 풍성, 지극히 선한 것의 분별, 진실하고 허물 없이 되는 일, 그리고 의의 열매의 가득함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1:9~11). 이 부분은 사랑하는 목자의 심정이 가득 담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 이제 바울은 자신의 상황(로마의 옥에 갇힌)을 빌립보 성도들에게 알려주려 합니다. 매인 바 된 지금의 형편이 오히려 복음의 진보가 된 것을 전해 줍니다(1:12~18). 이를 통해 성도들로 그의 상황을 걱정할 필요 없이, 도리어 그로부터 격려와 도전을 받게 되길 원하는 것입니다. 바울의 주변에는 두 그룹이 있었습니다. 선한 뜻으로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그룹과 반대로 경쟁(투기)하는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는 그룹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 자신이 인정 받지 못해도, 어떤 모양으로든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기만 하면 그는 기뻐할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1:18).

이 같은 주님을 향한 사역자의 진실하고 순전한 마음이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그는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는 일을 위해 죽기를 기꺼이 자원하는 분입니다(1:19~21). 그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제적인 헌신이었습니다. 죽고 사는 것이 그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가 그에게 모든 것입니다. 그를 아는 이들은 이 사실을 압니다. 참으로 그는 그리스도의 진실한 종입니다. 바울이 이생의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사역 때문입니다(1:22~26). 즉, 사람들을 섬기고 유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믿음의 진보와 기쁨(1:25)을 위해 삽니다. 이것이 사역자의 마땅한 소명 의식일 것입니다.

셋.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에게 첫번째 주는 권고는 그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1:27~30). 그것은 그들이 함께 일심으로 서는 일,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일, 그 어떤 일에도 대적하는 이로 인해 두려워하지 않는 일로 우선 나타납니다(1:27~28). 그것은 담대하게 복음을 위해 함께 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고난도 기꺼이 받는 것입니다(1:29). 바울의 관심은 그 자신이 그리스도를 위해 애쓰는 자가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가 섬기는 성도들이 그 자신처럼 그리스도를 위한 마음으로 온전히 세워지는 것입니다. 성도를 강한 군사로 세우는 일을 위해 목회자는 존재합니다. 이 사역은 본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사역입니다.

2장. 그리스도의 본과 구원, 그리고 두 사역자

하나. 복음을 위한 사역에 일심으로 서는 일, 한 뜻으로 함께하는 일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1:27). 분란과 다툼은 자중지란을 낳습니다. 또한 이 이슈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가장 기본적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성도 서로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을 같이 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돌아보는 것입니다(2:1~4). 그리스도와의 관계와 그리스도인 서로에 대한 관계 모두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사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신(對神), 대인(對人) 관계 모두 함께 강조되어야 합니다.

둘. 그리스도께서 본이 되십니다(2:5~11). 주께서 자신을 낮춰 죽기까지 복종하심으로 겸손의 본이 되셨고, 그 후 영광을 얻으신 것으로 그의 겸손을 좇는 이들에게 그에 따른 보상의 약속이 되셨던 것입니다. 자신을 주장할 때 그리스도인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겸손할 때 승리를 얻습니다. 바울은 이것을 강조합니다.

셋. 그러므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고 명합니다(2:12~  18). 이것은 1장의 복음에 합당한 삶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모든 일에 원망과 시비가 없이 함으로 흠이 없고 순전한 하나님의 자녀로 이 땅에서 인정받을 것을 권고하는 것입니다(2:13~15). 생명의 말씀은 이럴 때 흔들림 없이 설 것입니다. 바울은 이 일을 위해 자신이 관제와 같이 기꺼이 소모되도록 자원합니다(2:17).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루기 위해 그 어떤 비용이라도 지불하길 원하는 것입니다.

넷. 이제 바울은 디모데(2:19~24)와 에바브로디도(2:25~30)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 둘은 바울이 앞서 강조한 섬김의 본이 되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디모데를 보내며 그를 추천합니다. 디모데는 빌립보 교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으며(예전 빌립보 사역에 바울과 동행했던 사역자) 진심으로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는 분이었습니다. 또 최선으로 바울을 섬겼던 분입니다. 바울은 그를 보내 빌립보 교회를 돕고자 합니다.

에바브로디도는 옥에 있는 바울을 돕기 위해 빌립보 교회에서 파송한 분이었습니다. 바울은 그의 수고와 섬김에 대해 감사합니다. 그를 돌려 보내며 그의 수고를 인정할 것을 권합니다. 이 부분은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의 훌륭한 점들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한편으로 바울이 어떻게 그의 동역자들과 함께 사역하며 어떻게 그들을 인정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원망과 시비가 없이 흠이 없고 순전하게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동역하는 사역자들의 본을 이 분들에게서 봅니다.

3장. 푯대를 향하는 삶

하나. 바울은 3장에서 먼저 기뻐하라고 말씀합니다(3:1). 그리고는 빌립보 성도들에게 경계의 말씀을 줍니다(3:2~   3). 그들은 할례당으로 육체를 신뢰하는 유대주의자였을 것입니다. 목자가 늑대의 무리에서 양떼를 보호하듯이, 바울은 성도들이 그릇된 사상(주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 이 같이 그릇된 가르침으로 성도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차단시키는 일은 그리스도의 목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역의 한 영역입니다.

둘. 육체의 자랑으로 말한다면, 바울은 자랑할 것(적어도 일곱 가지)이 더 많습니다(3:4~6).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를 위해 그 모든 것들을 다 해로운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3:7~8). 바울의 관심은 이제 육체적인 것들을 자랑하고 의지(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찮게 여기고, 오직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3:8~9). 육체를 자랑하는 자는 그리스도를 의지하는(믿는) 자가 아니라고 그는 믿습니다.

셋. 바울은 어떻게 하든지 그리스도와 그의 부활의 능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부활에 이르려 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계속 나아갑니다(3:10~  14). 바울에게는 이제 해야 할 일과 앞으로 받을 상을 위한 최선의 노력만 있을 뿐, 뭔가 이미 이뤘고 또 그래서 뭔가 이미 가졌다고 여길 그 어떤 자랑거리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그는 담담히 말하고 있습니다(3:12).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은 여전히 진행형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르실 그 날까지는 미완성인 것입니다(3:14).

넷. 신앙이 오래된(온전히 이룬, 성숙한) 자들도 늘 그런 마음으로 주님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바울은 이것을 촉구합니다(3:15~17). 그렇지 못한 이들은 십자가의 원수로 사는 자와 같습니다. 육체대로 사는 저희는 결국 망할 것입니다(3:18~19). 그러나 하늘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이 땅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립니다. 주께서 낮은 우리를 그의 몸의 형체와 같이 영광스럽게 변화시키실 것을 바라며 삽니다(3:20~21). 그러므로 주를 바라보며 사는 이는 그 생각과 삶의 모습이 뭔가 다릅니다.

4장. 하나님의 평화, 후원의 이슈

하나. 그러므로 신앙인은 이 믿음으로 주 안에 굳게 서야 합니다(4:1). 이제 바울은 유오디아와 순두게의 화해를 권고합니다(4:2~7). 그들과 다른 이들을 주 안에 굳게 세우려 합니다. (1) 먼저, 둘은 같은 마음을 품고자 해야 합니다(4:2). (2) 또 주위의 형제들은 이 문제(화해)를 도와야 합니다(4:3). (3) 그리고 주 안에서 기뻐해야 합니다(4:4). 부정적인 것, 상처 입은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주님으로 인한 기쁨을 소유할 때 문제의 해결에 쉽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4) 서로 관용(인자함, 오래 참음)하도록 힘써야 합니다(4:5).

(5) 그리고는 아무것도 염려하지 않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야 합니다(4:6). 그때, 하나님의 평강(평화)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 마음과 생각을 지키실 것입니다(4:7). 그러면 모든 것이 풀어집니다. 이 말씀은 두 사람의 화해를 위하는 말씀으로만 보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하면 분명 하나님의 평화를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둘. 이제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가치와 삶에 대한 말씀을 요약해 정리합니다(4:8~9). 믿는 자는 늘 다음의 것들을 생각해야 합니다(평소에 생각하는 것이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참된(진실한) 것, 경건한 것, 옳은 것, 정결한(거룩한) 것, 사랑할 만한(사랑스러운) 것, 칭찬할 만한 것, 고상한 것 등입니다(4:8). 사역자 바울(팀)은 이 일에 늘 본이 되었습니다.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는 말씀을 진실된 삶으로 나타낼 수 있을 때 사역자의 권위는 세워질 수 있습니다(4:9). 그리스도의 모습이 사역자 바울에게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을 봅니다. 그리스도는 그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바울이 주를 닮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래서 그의 권면에 힘이 있습니다.

셋. 서신을 마무리하면서 바울은 사역 후원의 주제를 꺼냅니다(4:10~20). 빌립보 교회는 처음 마게도냐를 떠날 때 자발적으로 바울을 후원했습니다(4:15). 그 일은 바울이 데살로니가에 있을 때에도 한, 두 번 지속되었습니다(4:16). 이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바울은 이 일이 지속되길 원하고 있습니다(4:10). 바울은 자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4:11~13). 후원 받는 것에 사역의 모든 것이 달려있지 않다는 점을 바울은 분명히 합니다.

또한 사역자나 선교사를 돕는 것은(다른 용도의 헌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바로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향기로운 제물이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하는) 것임을 바울은 가르치고 있습니다(4:18). 또한 헌금하는 자가 오히려 유익을 얻으며 과실이 번성하게 될 것입니다(4:17). 하나님의 풍성하심이 모든 필요를 채우실 것을 축복하며 바울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4:19~20). 이 주제는 어려운 주제입니다. 오해되기 쉽고 그릇 전달하기 쉽습니다. 먼저 사역자가 바울과 같이 자족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와 함께 단순한 삶을 산 분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가르쳐야 할 것은 바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축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넷. 마지막 인사말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기원하는 말로 그의 서신은 마칩니다(4:21~23).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