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수/ 평택대학교 신약학,  스텔렌보쉬대 신학대학원(Th.M, Th.D)

고린도전서는 바울의 목회적 노력이 가장 돋보이는 서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도의 열심이 곳곳에 스며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또 그릇된 일이 교회 안에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시정해 줄 것인가 하는 일은 목회 지도력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로마서가 교회에 교리, 사상적 기초를 놓고 복음과 구원의 의미를 교회에 굳게 뿌리 박게 이끄는 서신이라면, 고린도전서는 교회의 다양한 문제와 이슈들을 성경적 시각으로 교정하고 바르게 나아가게 하는 기능을 가진 성서인 것입니다. 목회는 근본이 중요하면서도(로마서), 또한 그리스도 말씀의 정신을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그래서 말씀의 실제화, 구체화를 이루는 노력이 중요합니다(고린도전서).

신약에서 보는 고린도 교회는 가장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교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분파와 분쟁, 음행의 문제, 우상 숭배와 제물의 문제, 결혼과 독신, 성령과 은사, 부활에 대한 이슈 등 많은 문제와 질문을 가지고 있는 교회였습니다. 고린도 교회의 문제 때문에 오늘 우리가 위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바울의 탁월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목회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나라의 관점에서 본다면, 고린도 교회는 복음의 원리가 실생활에 적용되지 못하고 신앙과 생활의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는 교회입니다. 나라로 친다면, 서로 하나됨의 연대의식이 없이 분열되어 있고 왕이신 그리스도와 하나님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져 있고 또한 도덕적 기강이 해이해져 있으며 그래서 영적 전투를 하기엔 무기력해져 있는 그런 나라, 현재는 부요해서 넉넉한 것 같지만 언젠가는 무너져버릴 것이 뻔히 보이는 그런 속이 곪은 나라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스도 중심의 강력한 나라로 그 온전함이 회복되어야 했습니다.

1-4장. 교회와 분파

하나. 인사말과 감사(1:1~9) 부분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대한 자신의 기도 제목을 은연 중 들어냅니다. 그는 거룩성(2절)과 지식의 문제(5절), 그리고 은사의 문제(7절), 끝까지 인내하는 일과 그리스도로 더불어 하는 교제(8-9절)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둘. 바울이 첫번째로 언급하고자 하는 주제는 ‘분쟁‘에 대한 것입니다(그는 '권하노니'라는 말로 시작하는 10절에서 바로 이 분쟁에 대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것을 고린도 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는 그들의 안에 있는 분파 상태를 벗어나 함께 하나가 될 것을 촉구합니다. 분파는 나라를 깨는 행위입니다. 나라를 약화시키는 일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바울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는 세례에 대한 것으로 자신이 세례를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강조합니다(13~17절). 바울이 세례를 직접 베풀지 않았던 것은 그리스도의 이름보다 바울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강조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17절). 바울이 사역자 자신이 아니라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둘째는 지혜에 대한 것입니다. 지혜에 대한 이 말씀은 ‘십자가의 도‘와 관계가 있습니다(17~18절). 십자가의 도는 실상 하나님의 지혜이고 하나님의 능력이 되지만, 때론 사람들에게 ‘거리끼는 것‘과 ‘미련한 것‘(18, 23절)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주제는 본문에서 십자가의 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에 말씀되어진다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지혜는 하나님의 지혜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합니다(20, 25~29절). 그것은 어떤 사람(지혜자)이나 특정한 지혜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그릇된 생각들을 바르게 하기 위한 목적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나 그가 가진 것을 자랑하는 일은 그리스도보다 사람을 더 우선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만이 온전한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속함‘(30절)이 됩니다.

사람이나 그 지혜가 부각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중심성을 훼손시키는 문제를 가져옵니다. 목회는 바로 그리스도의 주님 되심, 그 분께서 중심이 되셔야 함을 강조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셋. 2장은 주로 사도 바울과 그의 사역팀(소스데네, 1:1)을 변호하는 말씀으로 쓰여있습니다. 일인칭 단수 대명사 ‘나‘(1-4절)에서 일인칭 복수 대명사 ‘우리‘(6~7, 12~16절)로 이어지는 본문은 바울과 그의 팀의 사역 정당성을 강조하며 어떤 것이 바른 사역(목회)인지를 가르치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나‘(과거형)는 말과 지혜(사람의)로 증거하지 않았고(1, 4~5절),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 증거하였으며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의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알지 않기로 했습니다(4, 2절). 그래서 ‘너희‘(고린도 교인)로 하나님의 능력에 믿음을 두도록 했습니다(5절). 여기서 ‘나‘ 바울은 자신을 드러내는 어떤 행위에도 관심이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목회자의 마땅한 자세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목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현재형)는 지금도 세상(사람)의 지혜를 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지혜를 말합니다(6~7절). 세상이 알지 못하는 이 지혜는 오직 성령을 통해 드러납니다(7~11절). 하나님의 영을 받은 ‘우리‘는 이 하나님의 지혜를 가르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12~13절). 육에 속한 사람은 이 지혜의 가르침을 받지 않습니다(14절). 그러나 신령한 자는 이 가르침의 뜻을 알 것입니다(15절). 누구도 그리스도 위에서 그리스도를 가르칠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받아(가져, 16절),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시키시는 대로, 그를 대신하여, 그에 대해 가르칠 뿐입니다.

그러므로 세상 지혜를 자랑하며 하나님의 지혜(‘우리‘가 가르치는)를 거절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잘못입니다. 그건 그 사람이 육에 속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런 말씀을 통해서 성도들로 하여금 오직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섬기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사역자는 성령이 주시는 힘을 따라 그리스도를(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뜻을 바르고 온전하게 전할 수 있는(전하려 하는) 한, 사역자는 부르심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넷. 3장에서 바울이 다시 강한 어조로 책망하는 것(1~4절)은 고린도인들 안에 시기와 분쟁이 있는 것 때문입니다. 서로간에 다툼이 있고 사람을 따라 행하는 것(특정인의 추종자로 있는 것)에 대해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의 행위라 책망하고 있습니다. 당시 고린도 교회는 주로 아볼로와 바울을 따르는 그룹으로 양분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5절). 그 같은 분파 행위는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조장되어 오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나라를 깨는 행위임에 분명합니다. 왕(주님)이신 그리스도가 아니라 사람을 우상으로 세우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권세가 약화되고 사람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그래선 안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바울은 첫째, 사역자들(바울과 아볼로와 같은)이 과연 누군가 하는 근본적인 정체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두번째로 바울은 교회의 회중들, 즉 성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존재인가를 분명히 밝힙니다. 이를 통해 모두 자기 자리를 지키고 그것을 넘어서서 그리스도의 주 되심과 그의 몸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르치는 바울의 목적입니다.

(1) 사역자들은 성도들을 위해 주님께서 세우신 사람들입니다(5절). 이들의 역할은 심는 것(복음을 전하는 것, 바울)과 물을 주는 것(목양하는 것, 특히 가르치는 일, 아볼로)입니다. 그러나 자라나게 하는 일은 하나님만이 하십니다(6~7절). 사역자는 최선을 다해 일한 후 상급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으면 됩니다(8절). 하나님이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늘 하나님을 위해 일하며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동역하는) 자임을 기억하면서(9절), 하나님의 집(밭, 교회)의 사역을 할 때, 사람(사역자)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터(기초)가 되시도록 하면서 조심해서 사역해야 합니다(10~11절).

만일 그릇되게 사역하면(예컨대,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위한 사역일 경우) 그 한 것(그 동안의 사역)이 모두 불타 없어지고 자신은 구원을 얻되 불 가운데 얻은 것과 같을 것입니다(12~15절). 목회는 그리스도의 목회입니다.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사역자는 경각심을 가지고 사역해야 합니다. 주님이 드러나지 않고 사람이 드러나는 것은 안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예 멸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17절).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바울은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두번째 초점은 교회 회중에 대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밭‘이며 ‘하나님의 집‘입니다(9절). 또한 ‘하나님의 성전‘(16-17절)이라 불리웁니다. 이처럼 교회(회중)는 자신이 하나님과 어떤 관계에 있는 존재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그 누구도 이 하나님의 성전을 함부로 대하도록 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사역자나 어떤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 그 분의 집(사역지)으로 여겨야 합니다.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시는‘ 처소로서의 교회를 인식해야 합니다. 성도들(‘너희‘, 9, 16~17절)은 이 점을 각별히 깨달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교회는 그 어떤 사람(그가 ‘믿게 한 사역자‘[5절]라 할지라도)에게 속한 것이 아닙니다. 고린도 교회를 개척한 바울이라도 세상 지혜를 자랑하며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곳입니다(18~20절). 누구도 사람을 자랑해선 안 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세계, 생명, 사망‘ 지금 것, 장래 것‘)와 사역자들(바울, 아볼로, 게바 등)은 모두 교회(‘너희‘)에 속했습니다(21~22절). 사역자는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를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것인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사람을 좇아 행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처음 이 말씀을 가르치려 할 때, 사역자의 권한이 다소 축소되는 것처럼 생각되어도 바르게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 사역자의 진정한 존경과 권위를 얻는 길이 될 것입니다.

다섯. 그러나 이 말씀은 사역자의 정당한 권위를 박탈하거나 약화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역자와 회중 스스로의 바른 정체성과 존재 이유, 그리고 각각의 한계를 제대로 이해해서 보다 더 나은 그리스도의 나라를 세워가는 데 서신의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중은 사역자를 ‘그리스도의 일꾼‘과 ‘하나님의 비밀(말씀)을 맡은 자‘로 인정해야 하고(4:1), 맡은 자(사역자)들은 보다 충성된(믿을 만한, 특히 왕이신 그리스도께) 자로 설 수 있도록 스스로 돌아보며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4:2).

여섯. 4장은 2장에서처럼 전체적으로 바울과 그의 팀을 변호하는 내용과 이와 관련해서 고린도 교회를 책망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바울은 먼저 자신이 그릇되게 판단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3~4절). 바울 자신이 스스로 의롭다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사역에서 특별히 자책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4절). 언젠가 주님께서 판단하실 것입니다(5절). 바울이 사역자(바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갖게 된 선입관과 편견을 제거하여 이들로 하여금 그를 바르게 인정하여 그리스도의 나라를 온전히 세워가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씁니다.

또한 바울은 교만한 마음을 경계합니다. 교만한 마음은 서로를 대적하고 마치 그 어떤 자랑할 거리가 본래 자신에게서 나온 것 같이 스스로 자랑합니다(6~8절).

그러나 ‘우리‘(바울과 소스데네 등)는 낮고 미련한 것과 많은 고난을 받은 것을 오히려 말합니다(9~13절). 교만과 자랑을 버리고 자신의 낮아짐을 말하는 바울(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으로 고린도 교회의 아비가 된 ‘나‘)을 본받는 자 되는 것이 옳습니다(16절). 바울은 그렇게 하지 않고 스스로 교만해진 자를 강하게 책망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18~21절). 후에 고린도 교회에 갈 때, 교만한 자에게는 매를 가지고 겸손한 자에게는 사랑과 온유한 마음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합니다(21절).

고린도 교회를 책망하는 바울의 말씀에서, 그리스도 자신이 보내신 종 바울을 영접하지 않는 고린도 교인들을 안타까워하며 그들을 책망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린도 교인의 교만은 사역자를 영접하고 존경하는 일을 막았을 것입니다. 사역자의 권위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을 때 그리스도 나라를 세우는 데 치명적인 문제가 야기되는데, 이는 사역자를 통하여 전달되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회중들 귀에 들리지 않게 되는 일로 해서 그 나라에 굳게 세워져야 하는 하나님 말씀의 법도가 실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5-6장. 음행과 소송

하나. 바울은 이제 고린도 교회의 또 다른 문제에 대해 지적하며 바르게 가르칩니다. 두번째의 문제는 음행에 대한 것이었습니다(5장). 그것은 누군가 ‘아비의 아내‘를 취한 것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고린도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징계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았고 덮어 둔 것을 오히려 자랑하고 있었습니다(2절). 바울은 이 문제를 분명히 해서 교회를 깨끗하고 순전하게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이 사람에 대해 마땅한 권징(징계)을 행하여 그 사람의 영을 오히려 살리고 다른 성도들에게 나쁜 영향이 미치는 것을 차단하도록 촉구합니다(3~7절). 성도들이 늘 순전하고 진실한 존재가 되는 것이 주 앞에 필요했기 때문입니다(8절). 그리스도 교회(나라)의 순결성이 지켜져야 했습니다. 나라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이 언제나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나라는 뿌리부터 썩는 나무와 같이 넘어지게 될 것입니다.

교회 밖의 외인에 대해 이 같은 엄격한 윤리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9~10절).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음행, 탐람(탐심), 우상숭배, 후욕(욕하는 것), 술취함, 토색(사기나 도적질)‘의 행위가 결코 자랑거리가 되어선 안 됩니다(11~13절). 그리스도의 교회는 성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죄에 대한 바울의 권고는 이처럼 단호하며 추상과 같습니다.

둘.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믿음의 형제간의 일을) 세상의 법정에 내놓는 것은 바울의 관점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6:1~8). 세상이 성도를 심판하는 일을 바울은 참을 수 없어 했습니다. 특히 형제가 형제에 대해 세상의 법정에 고소하는 일은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세상과 천사라도 판단할 수 있는 성도들이(2~3절) 믿지 않는 세상 앞에 고소하여 서로의 치부를 보이며 싸우는 일은 결코 바른 일이 아니었습니다(4~6절). 그럴 바에는 손해를 보고 불의를 당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일이었던 것입니다(7절).

그러나 여기서 형제에 대해 불의를 행하고 속이는 자를 바울은 크게 책망합니다(8절). 그런 행위는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잇지 못할 행위입니다(9절). 그러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셋. 불의한 행위와 관련해서 바울은 6:9~20에서 음행의 문제를 다시 강조합니다. 죄인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잇지 못합니다(9~10절). 과거는 그렇다 해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는 이제 달라졌습니다(11절). 또 다시 그런 부류의 죄악에 참여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바울은 분명히 권고합니다. 첫째, 모든 것이 가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에 노예가 될 수는 없다는 것(‘아무에게든지 제재를 받지 아니하리라‘는 ‘그 어떤 것에도 지배받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12절). 둘째, 우리의 몸은 음란을 위해 있지 않고 주님을 위해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 또한 우리 몸을 위하십니다(13절).

셋째, 하나님께서 결국 우리의 몸을 살리실 것입니다(14절). 죄로부터 승리하게 하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넷째, 우리의 몸이 그리스도의 지체로 그와 합해 있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15, 17절). 창기와 합하는 자는 그와 하나가 됩니다(16, 18절). 우리의 몸은 성령의 전으로 주님께서 값으로 사신 것입니다(20절). 다섯째, 그러므로 우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말씀합니다(20절). 주님을 위해 바르게 사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도덕성이 무너지면 그 어떤 사회도 무너지고 맙니다. 그리스도의 나라는 성도 개개인이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이 되며, 또한 함께 모여서도 하나님의 성전이 됨으로써만이 그리스도 몸의 진정한 성장과 부흥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7장. 결혼의 문제

하나. 결혼과 관련한 7장의 권면은 다른 권면과 그 강조하는 강도가 사뭇 다릅니다. 그는 이것이 ‘명령‘이 아니라 ‘권도‘(용인, 상호이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6, 12, 25절). 결혼과 관련해서 주님의 계명을 받은 것이 있는 반면 이와 관련된 어떤 주제(예컨대, 처녀에 대한 것, 25절)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또한 바울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서로 받은 바 은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7, 17절) 매우 완곡한 스타일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합니다. 그것은 모든 이슈가 같은 수준의 법도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선 그렇습니다.

둘. 바울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독신으로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1, 8, 17, 20, 24, 26, 28-34절, 38절, 40절). 바울이 독신을 추천할 때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독신의 은사가 있는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것이 옳습니다(7~8, 17, 20절). 둘째, 임박한 환난(고난)이 있다면 독신으로 있는 것이 더 낫습니다(26~29절). 셋째, 당사자나 부모나 독신을 원하고 주변의 상황에 문제가 없다면 독신이 좋습니다(37절). 넷째, 분요함(근심이나 산만함) 없이 주님만을 섬기려면, 독신으로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것입니다(32~35절).

셋. 그렇지만 그는 혼인하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28, 36절). 음행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당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것입니다(2, 5, 9절). 절제할 수 없는 사람은 혼인을 권유합니다. 결혼은 믿는 자가 성의 축복을 누리는 가운데 하나님을 온전히 섬길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넷. 혼인한 이들은 갈리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10~16절). 그것은 주님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10절). 특히 믿는 이들 간의 이혼은 주님을 거역하는 일입니다. 혹 상대가 믿지 않는다고 해도 이 쪽에서 헤어지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12~16절, 이 부분은 다소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음, ‘이는 주의 명령이 아니라[주께서 말씀하는 것이 아니라]‘). 믿지 않았던 남편(아내)과 그 자녀들을 구원에 이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믿지 않는 상대쪽에서 이혼하기를 원할 때 헤어질 수 있을 뿐입니다(15절).

다섯. 결혼의 주제와 관련해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 아무리 중요해도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30~31절). 결국 이 세상의 형적(形跡)은 지나갈 것입니다. 이 말씀은 결혼이 축복된 것이긴 해도 그것 아니면 없다는 식은 옳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양이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돌리는 생활(6:20)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싱글이면 싱글로서, 결혼했으면 부부가, ‘하나님과 함께 거하면서‘(7:24) 하나님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회는 이런 이슈(결혼과 독신)까지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에 대한 성경적 답변을 찾는 신학적 노력, 그리스도 중심의 문제 해결을 위한 목회적 노력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양떼를 실제적으로 먹이고 돌보는 역할이 목회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의 통찰력이 살아 있는 목회 사역이 요구됩니다.

8장. 우상의 제물

하나. 바울이 이 이슈에 대해 말씀할 때, 먼저 지식보다는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1-3절). 사랑이 없는 지식은 교만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상의 제물을 먹는 것이 내 양심에 거리낌이 없고 내게 그 같은 자유함이 있더라도 약한 자들이 거치는 것이 되지 않도록 먹지 않는 것이 사랑으로 행하는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9, 11~13절). 나의 행위가 약한 형제의 마음에 거리낌이 된다면 형제를 위해 나의 자유함을 기꺼이 포기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바울은 형제를 위하는 삶, 사랑의 삶을 살도록 촉구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정신(즉, 형제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삶과 소자를 실족하게 하지 않는 삶)이 반영되어 있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바울을 통해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봅니다.

둘. 그러면서도 바울은 다시 한번 우상 제물 그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우상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며, 우리의 하나님만이 창조주시고 우리 모두가 오직 그를 위해 존재하며, 만물이(또한 우리도) 한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있다(존재한다)는 명백한 사실 때문입니다(4~5절). 그러나 이 귀한 지식이 형제 사랑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점(9~11절)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9장. 바울의 모델

하나. 바울이 형제들을 위해 사는 삶의 모습이 9장에서 그려집니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사도입니다(1~2절). 그러나 그는 자신의 권한을 부리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도 남들처럼 다른 이들로부터 사례금을 받고 사역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도들처럼 결혼할 수 있으며 또 사역에 열심하지 않고 쉴 수도 있을 것입니다(3~6절). 그러나 바울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12, 14절). 그것은 그같이 하는 자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면 사역하는 자가 사역하는 것으로 인해 먹고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또한 주님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7~11, 14절). 다만, 바울은 자신의 권리(권한)를 모두 발휘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두 가지 목적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그것은 혹시라도 그의 수고(사역)를 헛된 것으로 만들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12, 15절). 다시 말해, 바울 자신이 후원을 구하거나 그들로부터 받음으로 해서 아직 어린 이방인 출신 그리스도인들에게 조금이라도 거치는 것이 되거나 복음에 장애가 되길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주님으로부터 받을 상을 더 받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15절, 특히 18절). 값없이 전하고 그의 권한을 다 쓰지 않고 섬기는 일에 주력하는 일을 자신의 사역 장점(스타일)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사역자들이 복음으로 인해 생활하는 것이 일반화된 예루살렘이나 유대 지역 사역과 달리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당시 선교사들은 그 누구로부터 후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파송한 교회(안디옥 교회)나 예루살렘 교회에서 선교사들을 물질로 후원하는 개념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본래 사역자 후원(사례) 문화가 없는 이방인 출신 교회들에 후원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을 것입니다. (예외는 빌립보 교회 정도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비량하여 복음 사역을 했던 바울의 전략은 적절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이제 자신의 사역 특징으로 보고 있습니다.

둘. 10:19~27에서 바울은 사역의 최선을 보여줍니다. 사람을 얻는 사역을 위해 그는 기꺼이 그들의 수준에 맞췄습니다. 자신을 그들에게 맞춰 자신의 자유를 제한한 것은 그들을 얻기 위한 목적입니다(19~23절). 이 일을 위해 그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합니다(24절). 그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힘을 다해 자신의 사역을 감당합니다.

셋. 바울의 사역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모든 일에 절제한다는 것입니다(25절). 자신의 몸을 쳐 복종시키는 이 일을 계속한다는 것입니다(27절).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정신 없이 사역을 하다가 주님과 자기 자신이 잃어버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는 본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울이 보여준 형제를 위해 사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것은 본래 그리스도 사역의 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그를 통해 사역하고 계신 것이 드러납니다.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상을 주인에게서 기대하고 있는 종의 모습을 바울에게서 봅니다. 바울처럼 자비량으로 사역하거나 베드로처럼 후원을 받아 사역하거나 간에 종은 주인을 위해 사역하고, 주인은 그의 종들을 통해 사역하시는 것입니다.

10장. 우상 숭배와 우상의 제물

하나. 바울이 10장에서 경계하는 것은 주로 우상 숭배입니다. 이 일은 과거의 선조들이 거울이 됩니다. 그들도 그리스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1~4절).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들 다수의 우상 숭배, 간음, 주를 시험하는 일, 원망하는 일 등을 기뻐하지 않으셨고 결국 광야에서 멸망시키고 말았던 일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조심해야 합니다(5~12절).

사람이 피하고자 하면 피하지 못할 시험(유혹)은 없습니다(13절). 특히 우상 숭배를 피해야 합니다(14절). 그리스도의 성찬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 자가 우상(귀신)에게 하는 제사와 그 교제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15~22절). 믿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가하지만 특히 남에게 유익한 것이 아닌 것, 또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닌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23~24절). 모를 때 먹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25~27절). 다만, 누군가 그것을 우상의 제물이라 하면 그의 양심을 위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28~29절). 비방받을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30절). 무엇을 하든지(먹든지 마시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라고 바울은 말씀합니다(31절). 모든 사람의 유익을 위하며 그들을 구원에 이르도록 하는 일을 위해 사는 삶이 그런 삶입니다(32~33절).

바울은 우상 숭배를 단호하게 금지를 시킬 뿐 아니라, 우상 제물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의 유익을 위한 삶을 살도록 촉구합니다. 바울은 그 자신 이런 일에 늘 본이 됩니다(11:1). 성도들로 형제를 위해 사는 (제사장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는 일이 목회의 또 다른 사역입니다. 서로에게 제사장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본을 따르게 하는 일입니다.

11장. 공적인 집회에서

하나. 11장에서 바울이 거론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가 관련된 내용(2~16절)은 당시의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관습‘(유전, 규례)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모두에게 덕이 되는 길을 택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자는 머리에 아무 것도 쓰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고 여자는 긴 머리를 기르거나 머리에 무엇을 쓴 채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바울은 세 가지를 말씀합니다. 첫째, 남자(남편)의 머리는 그리스도시고 여자(아내)의 머리는 남자(남편)임을 강조합니다(3절). 그러므로 남자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각기 한 쪽은 머리에 쓰지 말고, 한 쪽은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4~10절). 이 말은 가정에서 남편이 신앙적인 면에서도 가정을 대표한다는 바울의 생각을 나타냅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을 위해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는 여성이 머리를 드러내는 것을 성적인 노출로 여기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머리에 무엇을 쓰는 것은 바로 남편을 위해 정숙함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둘째, 그렇지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 안에서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11절). 여자는 남자로부터(from) 나왔지만(아담으로부터 하와가 나온 것을 의미함), 남자는 여자를 통해(through) 납니다(8, 12절). 결국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는 남편의 지도력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남자나 여자나 하나님의 것이며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게 합니다(11~12절).

셋째, 바울은 이런(특히 앞의 첫째) 것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규례‘(관습) 때문임을 밝힙니다(16절). 그 당시의 문화로 보나 교회의 관습으로 보나 여성이 긴 머리를 하거나 또는 머리에 무엇을 쓰고 예배를 드리는 것이 자연스럽고 사람들을 쓸데 없이 자극하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그것이 믿음이 약한 자들을 거치게 하지 않게 한다는 말씀의 정신(8:11~13; 10:33 등)에 합하는 것입니다.

교회내 문화 갈등과 관련한 것은 그 이슈가 본질상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를 위해서 덕을 세우는 방향, 즉 약한 자들이 시험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갑니다. 반면에 욕심과 이기심과 관련된 사안은 모두가 돌이켜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둘. 집회에 있어서 두번째 문제는 성찬과 관련해서 일어났습니다. 당시의 성찬은 애찬을 겸한 것이었습니다(20절). 먹고 마실 것을 각자 가지고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21절). 이 때 부한 자는 많은(또는 양질의) 음식(떡과 포도주)을 가지고 왔고 가난한 자는 그렇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기 것을 먼저 가져다 먹고 없는 자는 그냥 없이 있어야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21절). 그러니 성찬의 의미는 희석이 되고 오히려 가난한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집회가 되고 사람들의 판단을 받는 일이 되고 만 것입니다(22, 31~34절).

이것은 약한 자들을 거치게 하는 일이 될 뿐 아니라,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서로에게 지체가 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성찬의 의미(참고, 10:16~17)를 훼손하는 죄를 짓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바울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치 않게 먹고 마시는‘(27절) 죄, ‘주의 몸을 분변치 못하고 먹고 마시는‘(29절) 죄라 말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서로를 섬기는 것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찬의 원 정신(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이 바르게 시행되는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고린도전후서를 통해 본 그리스도의 목회2‘가 이어집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