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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트레이드센터>/ 삶에 대한 눈물겨운 애착이 주는 감동
2006년 11월 07일 (화)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9.11 테러가 일어난 지 5년이 흘렀다. 희생자 유족들을 배려하는 뜻에서 그 동안 미국 사회에서는 9·11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 왔다. 5년이 지난 올해, 9·11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당시 테러리스트에게 탈취당한 네 대의 민항기 중 펜실베니아에 추락한 비행기 ‘유나이티드 93’편기 내부의 급박한 상황을 그린 <플라이트 93>과 구조임무를 띠고 테러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 이야기를 다룬 <월드트레이드센터(World Trade Center)>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영화가 개봉되는 올해 소위 ‘9·11 음모론’이 등장했다. 테러의 배후에는 미국 정부가 있었고, 무역센터의 붕괴는 내부의 폭발물 때문이라는 것이 음모론의 요지이다. 영화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바로 올리버 스톤이다. 따라서 그가 9·11 관련 영화를 제작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다들 또 하나의 문제작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 올리버 스톤이 어떤 감독인가? <플래툰>이란 영화로 월남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고, <7월4일생>에서는 월남참전병사의 비참한 삶을 그려 미국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로 케네디 암살 음모론을 파헤치고, <닉슨>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새로운 시선으로 파헤쳤다. 최근에는 <알렉산더>를 감독하면서 알렉산더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동성애자로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전력을 가진 올리버 스톤 감독이 9·11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당연히 음모론,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영화 <월드트레이드센터>에는 정치적 쟁점이 등장하지 않는다. 테러리스트도 등장하지 않고, 심지어 충돌하는 비행기도,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오직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경찰관만 보일 뿐이다.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지역에서 지원나간 경찰관들이 구조에 투입되는 순간, 건물이 붕괴되어 그들은 매몰된다. 그 후 여러 번의 이어진 붕괴로 모든 동료들은 사망하고 존 맥라글린(니콜라스 케이지)과 스티븐 도프(스콧 스트라우스) 두 경관만이 살아남는다. 살아나긴 했으나 그들은 잔해에 깔려서 꼼짝도 못하고, 하염없이 구조만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이다. 게다가 건물은 계속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생존의 희망은 점점 멀어져 간다.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본 많은 관객들은 일단 올리버 스톤 감독이 선택한 ‘평범함’에 실망한다. 기대와 달리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나,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는 찾아볼 수 없다. 정작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보면서 뼈 속 깊숙하게 느껴지는 감동은 바로 ‘생존의 소중함’이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살고 싶다는 가장 원초적인 희망에 모든 것을 던진 이들의 고통, 그리고 아무런 소식도 없이 살아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살아남은 가족들의 막막함이 이 영화에서 받는 감동의 핵심이다.

영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오직 살기만을 바라는 이들의 모습을 클로즈업 시키면서 당연하다는 듯, 아니 그런 의식조차 없이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삶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무너지는 잔해 속에서 어떻게든 살려만 달라고 주님께 외치는 이들의 절박한 모습을 통해 숨 쉬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살려만 달라고 부르짖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그렇게 원하던 삶을 구조대원들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포기하고 구조작업에 뛰어든다. 살기를 바라는 이들과 다른 이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이들의 모습으로만 채워져 있는 영화, <월드트레이드센터>에는 오래도록 지속되는 잔잔한 감동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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