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수 / 평택대학교 신약학,  스텔렌보쉬대 신학대학원(Th.M, Th.D)

◆ 목회 모델

얼마 전, 어떤 대형 교회의 한 장로님으로부터 한국 교회 목회자들을 지탄하는 말을 듣고 가슴이 무척 쓰라렸던 일이 기억납니다. 그 때 그 장로님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거의  절망에 가까운 말을 신음하듯 토해냈습니다. 일부 목회자들의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런 탄식이 교회 밖에서만 아니라 이젠 교회 안에서도 적지 않게 들려오는 말이라 한다면, 현실은 심각한 것입니다. 필자 자신이 한 사람의 목사된 이로서 폐부를 찌르는 듯 한, 깊은 아픔과 책임을 느낍니다.

이는 목회적 모델을 잘못 선택한 때문인지 모릅니다. 한국 교회내의 목회적 모델상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충성된 사도들인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를 닮은 목회자가 최선의 목회자상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입니다. 그건 목회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교인들도 어떤 목회자를 원하는가 할 때, 그 기준이 지극히 세속적입니다. 그래서는 길이 없습니다. 목회적 모델을 성공적인 비지니스맨이나 CEO 또는 정치가나 전문 직업인 등에서 찾는 한, 그리스도적인 모델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현대 목회가 반드시 예전의 목회적 기준과 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 목회는 더욱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목회적 지도력과 비전과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는 말은 옳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목회는 아날로그 시대의 목회와 달라야 한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 속에 계시된, 성경적 목회 정신은 실종되어선 안됩니다. 그 정신 위에 새로운 시대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목회 철학과 정신이 한 목회자의 정신과 자세에서 솟구쳐 발산되는 강렬한 빛이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모델이 되는 목회는 교회와 교인들을 살릴 것입니다. 주님이 존귀히 되실 것입니다.

◆ 그리스도의 사역과 본

신약목회는 그리스도의 본으로부터 목회적 근거를 찾는 것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삼중직 사역은 그의 목회 사역에서 탁월하게 나타납니다. 구약에서 기름 부음을 받아 구별되어 세움을 받았던 세 가지 직분(왕, 제사장, 선지자)과 이들의 사역이, 신약에 와서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온전히 드러나고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중직 목회 사역은 그리스도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들에게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것은 이들이 그리스도를 본 받아 따르는 그의 제자였기 때문입니다. 그 뒤를 이어, 주님의 영광스러운 교회를 섬기며 사역하는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또한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닙니까? 그리스도께서 본을 보여 그분의 자취를 따라오게 하셨다는 베드로의 선언은 오늘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목회자는 더욱 그러합니다.

주님의 사역을 살펴보면, 주님은 자신의 그리스도 삼중직 사역을 자신에게 국한하려고 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혼자만 그 사역을 하지 않고 제자들을 세우고 그들을 훈련시켜 주님의 사역을 감당하게 하는 일에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제자 훈련입니다. 주님의 제자 훈련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양육해서 그들로 성숙한 인격의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에 최종적인 목표를 두지 않고, 이들을 결국 그리스도의 사역,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감당하는 사역 제자들로 세우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그들로 주님이 하신 일을 감당할 뿐 아니라, 더 큰 일도 할 수 있는 훈련된 제자, 제자 그룹을 세우는 것이 주님의 비전과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목회 사역은 또한 제자들을 그의 목회의 파트너로, 계승자로 삼아 그들을 본으로써 가르치는, 목회적 훈련 사역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분을 보면서 목회를 배웠을 것입니다. 주님은 늘 제자들에게 목회를 가르치는 분이셨습니다. 제자들은 그의 인턴이었습니다.

그런 점을 선한 목자(요10장)에 대한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선한 목자에 대한 주님의 말씀은 그의 제자들을 자신의 본을 따라 선한 목자의 사역을 감당하도록 부르시는 주님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선한 목자이심을 가르치시면서 동시에 제자들에게 이 본을 닮아 사역하도록 도전하신 것입니다.

◆ 선한 목자론

주님은 선한 목자가 되십니다. 사실 선한 목자의 상은 오직 주님, 그분만이 보여주실 수 있는 사역 모델일 것입니다. 그분에 비하면 다른 사역자들은 모두 삯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목회자가 그 어떤, 사역한 대가를 받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도 그분처럼, 그분만큼 양 떼를 위해 완전히 희생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자신의 목숨을 내주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러므로 내가 주님과 같은 선한 목자야 라고 자신하며 말할 수 있는 사역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분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말씀을 보면, 나는 삯꾼이야, 이건 목회도 아니야 하는 탄식이 내 심정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압니다. 주님께서 선한 목자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단지 그분과 우리와의 큰 차이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하셨던 주님께서 그의 제자된 자들에게 선한 목자의 길을 따라오라고 하기 위한 말씀인 것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모델을 따라보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주님처럼 사역하고 싶은 것입니다. 선한 목자의 길을 가고 싶은 것입니다. 이 소명이 있기에 그 길을 오늘도 갑니다.

요한복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가운데, 보냄, 또는 보내다 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약 50차례 나타나는데, 주님께서 이 땅에 보냄 받으신 분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그를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반면에 두 번, 제자들과 관련해서 사용됩니다. 주님께서 그의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신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중에 한 번 나오고, 또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하신 말씀에 다시 나타납니다. 아버지로부터 보냄 받았던 주님이 이제 그의 사역을 감당하도록 제자들을 보내십니다. 주님의 사역을 위임하신 것입니다. 목자의 사역은 이제 제자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보냄 받은 목자들은, 양 떼들이 양의 문이 되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고, 들어가고 나오며 꼴을 먹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선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목양 사역에 임해야 합니다.

베드로는 후에 그의 서신에서 주님을 목자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것은 주님께서 모든 목자(목사)들을 그분의 양 떼를 돌보는 목자로 세우고 이끄는 분으로, 그리고 이들 목자들의 최고의 본이 되시는 분으로 이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님은 목자장이 되시고, 사역자는 그 분이 세우신 작은 목자(목사)입니다. 목회는 주님의 것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그분의 모델을 따라 이 영광스러운 목회의 사역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와 함께 이 사역에 참여하는 이들을 격려하며 영광의 면류관을 바라보는 이 사역을 제대로 감당하도록 진지하게 권면합니다.

그리스도의 목회 사역이, 사도들과 그 이후의 목회자들과 교회 사역자들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의 삼중직의 요소 또한 주님 승천 이후의 교회의 목회 사역에서 계속하여 나타난다고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이런 점에서 신약의 사역 직분에서 삼중직의 특징들을 살피는 일은 어떻게 그리스도의 모델이 다른 직분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 그리스도직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직(왕직, 제사장직, 선지자직)을 선을 긋듯 갈라 나누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 가지 사역이 서로 다른 고유의 영역에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 인근 또는 중첩이 되는 사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연계적 관계를 염두에 두면서도, 어느 정도 구분하는 일은 각 부분의 내용을 좀더 잘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 그리스도의 왕직은 주님이 그의 나라를 든든히 세워가신 일, 그의 제자들과 그를 따르는 백성들을 이끄신 일 등에서 잘 나타납니다. 그는 왕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분이셨습니다. 그 나라를 세우기 위해 모든 일을 하셨습니다. 제자들을 선발하여 세우셨고 훈련시키셨으며, 지도력을 부여하고 사역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특히 그 나라의 소망과 비전을 갖고 사역에 임하도록 하셨습니다.

주님은 그 나라의 백성들을 그의 피값으로 사셨습니다. 그는 불의와 위선과 거짓과 싸움으로 그의 나라의 백성들이 죄에 물들지 않도록 보호하셨습니다. 그의 권세는 그 누구보다도 크셨고 귀신들이라도 그 앞에 떨었습니다. 그의 백성들은 그로부터 나오는 생명의 떡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그를 따르는 것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의 초자연적인 권세는 그리스도의 왕권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기도 했습니다.

주님께서 그의 제자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은 특별했습니다. 섬김의 도가 어떠한지 가르치셨습니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주님 안에서 특별한 안전과 평안을 누렸습니다. 그의 나라는 섬기는 나라가 될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분에 의해 하나님 나라의 의와 사랑의 법은 세워졌고, 그 백성으로서 따라야 할, 삶의 윤리 강령이 전해졌습니다.

그는 그의 제자들을 그의 친 가족 이상으로 아끼기도 했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따르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의 사람들을 죽기까지 사랑하는 주님을 알 때, 그 어떤 지도자를 따르는 것보다도 그분을 따르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임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하는 일이 그 어떤 일 보다 정당한 일이며,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임을 그들은 인식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왕이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의 나라는 굳게 세워졌습니다. 그의 사도들은 그의 옆에 함께했습니다. 그 나라의 백성은 온전히 구원 되었고, 안전하게 보호 받았고, 최대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주님, 그분은 참으로 의지할 수 있는 분이었고, 그분 때문에 소망으로 미래를 기대하며 살 수 있었습니다. 한 나라를 이 땅에 세우며 그 나라와 그의 백성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주님의 사역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역이 지금도 교회에서 나타나야 합니다. 주님의 이 다스림의 사역이 잘 드러나는 교회는 참으로 행복한 교회입니다.

둘째,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은 구체적인 그의 사역과 사람들에 대한 태도와 하나님과 이들을 화목시키려 하시는 주님의 열심에서 나타납니다. 주님은 각종 병을 고치셨습니다. 그것은 사랑과 연민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긍휼히 여기셨습니다. 약하고 병든 자들의 연약함을 고쳐주셨습니다. 죄인들을 용서하셨고 기꺼이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가난한 자들을 위로하며 소망과 믿음을 주는 분이셨습니다. 사람들의 문제를 아셨고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는 많은 이들의 짐을 대신 짊어지셨습니다. 그에게 나아오는 자를 내버려 두신 적이 없으십니다.

그는 그의 백성들의 문제를 체휼하신 분이십니다. 그들과 함께 하신 분이십니다. 하늘에 오르신 후에도 늘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는 또한 지금 하나님의 우편에서 중보자로 계십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분이십니다. 약속대로 우리 안에 성령으로 거하십니다. 이제까지 그런 제사장이 없었습니다. 한 사람을 끝까지 찾고, 진심으로 돌보며, 그 사람을 하나님께로 온전히 인도하는 참된 제사장은 주님, 바로 그 분이십니다. 사람은 그분만을 통해 하나님께로 갈 수 있습니다. 그의 섬김은 제사장직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사랑과 돌봄과 섬김이 많은 교회는 이 제사장직을 잘 수행하는 교회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그리스도의 선지자직은 그의 가르치는 사역에서 잘 나타납니다. 그는 말씀 그 자체이셨습니다. 주님은 말씀을 가르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삼으셨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누구도 알아 들을 만큼 쉬웠고,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깊은 진리의 말씀이기도 했습니다. 주변과 일상에서 비유와 예화를 찾았고, 여러 가지 수사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셨으며, 늘 생명으로 인도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이 이전의 선생들의 가르침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의 말씀은 너무도 귀한 말씀이었기 때문에 그의 제자들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고 복음서 등에 보존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로고스(logos)이신 그 분의 레토릭(rhetoric)은 그의 도덕적 에토스(ethos)를 반영했습니다. 그의 삶의 바름과 언행의 일치와 존경 받을 만한 인품과 미래적 비전의 제시는 사람들로 그분의 말씀을 듣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심층적, 영적 필요를 채우는 주님의 말씀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감성적 패토스(pathos)의 힘이었습니다.

그 모든 좋은 것으로 가르치던 말씀과 제자들을 위한 교육은 부활 후에도 계속해서, 승천하시기 직전까지 이어졌습니다. 그의 제자 훈련은 사도들로 그를 대신하여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자로 세우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양육하시는 자였던 그분은 그의 제자들을 양육하는 자로 세웁니다. 그렇게 해서 그분이 다시 오시는 그 날까지 주님의 모든 말씀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을 교회로 감당하게 하십니다. 그는 가장 위대한 교사이십니다. 그는 말씀으로 하나님을 우리에게 알려주신 가장 큰 선지자이십니다.

◆ 사도직
예수 그리스도는 열 두 제자를 택하여 특별히 사도라 칭하셨습니다(특히 누가복음에서 사도란 용어가 많이 쓰입니다). 후에, 가룟 유다를 대신하여 자리한 맛디아를 포함한 열 두 제자와 이방인을 위한 사역을 감당하게 된 바울이 사도로 불린 분들입니다. 사도는 주님께서 직접 세우시고 사역을 위해 특별히 보내신 분들에게만 붙여졌습니다. 사도란 직분은 구별된 것이었습니다. 바울은 자신을 나중에 사도 된 자라고 항상 강조하곤 했습니다. 누가는 바나바 같은 이들을 사도라 부르기도 했지만, 이럴 때는 좀 더 넓은 의미로 이 직함이 쓰인 것으로 보면 됩니다.

주님께서는 사도들에게 그의 권세와 사역을 대신 감당하도록 나눠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사도들의 사역은 본래 주님의 사역이라고 해야 합니다. 사도들의 사역은 주님의 사역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일이 사도들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목회 사역은 이제 사도들의 목회 사역이 되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주님은 자신이 이 사역의 주체가 되시지만, 사도들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그들의 사역에 주님이 늘 주인이 되시도록 하는 것이 크게 다른 점입니다. 즉, 주님이 직접 선한 목자가 되시도록 해야 했고, 또한 양 떼들을 위한 양의 문이 되시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도의 권위는 특별합니다.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특별한 관계를 가진 분들이라 인정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계승하기 위해 그들의 직분이 주어졌습니다. 그들이 초대교회에서 주님을 대신하여 교회를 치리하는 권위를 인정받았던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도들은 승천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복음을 전파했고 세례를 주었고 모든 족속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아 주님께서 분부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교회를 곳곳에 세우는 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사도들을 교회의 터로 소개합니다.

사도들에게서 목회의 삼중직 기능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본 받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베드로에게서 그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로서 주님께 인정도 받았으나, 책망도 그만큼 많이 받았고, 십자가 사건의 때에는 그분을 부인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 후 디베랴 바닷가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새롭게 만난 후 주님과의 관계는 회복되었습니다. 그때까지의 베드로의 성품과 그 이후의 성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자기 중심적이고 경쟁적이었던 베드로가 사도행전 이후에서 온화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주님의 나라를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가룟 유다로 인해 사도직 가운데 궐석이 생겼을 때, 교회에 핍박이 닥쳐 왔을 때, 거짓된 헌금으로 교회의 순수성이 더럽혀질 때, 과부들의 문제로 교회에 분란이 있을 때 등, 베드로는 교회와 주님의 나라를 세우고 지키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방인들을 교회에 영입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주님은 그를 택해서 고넬료 사건 등을 통해서 교회에 나아갈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는 교회를 세우는 일에, 또 교회가 이방인들을 품는 일을 하는 데에 귀하게 쓰임 받은 인물입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왕권이, 그의 다스림이 교회에 온전히 나타나도록 하는 일에 최선을 디했습니다. 주님은 그를 통해서 교회의 왕으로서 행하셨습니다.

그가 욥바에서 도르가라 하는 여제자를 살리는 모습은 그의 주님께서 생전에 하셨던 사역 그대로입니다. 고넬료 사건을 계기로 이방인들의 구원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하는 베드로가 어떻게 사람(유대인)과 사람(이방인) 사이의 화해적인 역할을 하는지 보여 주는 장면은 유명합니다. 이것은 그대로 예루살렘 공의회의 회의 때 그가 보여준 모습과도 일치합니다. 그의 최고의 관심사는 주님과 그의 부활을 증거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길 원했습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그 일을 했습니다. 그는 그의 선생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다른 이들을 섬기는 제사장적인 사역을 충실히 감당했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역할과 관련해서, 베드로는 위의 예처럼 특별히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섬기는 예가 많습니다. 요한과 함께 다녔던 초기의 사역에서 그는 담대하게 말씀을 증거하였습니다. 서신으로 쓴 것은 두 편에 불과하지만, 그의 베드로전후서는 참 귀한 성서임에 틀림 없습니다. 복음서 중에서, 마가복음은 특히 그의 도움이 반영된 성서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늘 주님에 대해 말했고, 그분의 행적을 기억해 내 사람들에게 전하고 나누곤 했던 것입니다. 그의 주님을 소개하는 것이 늘 베드로의 마음에 감동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온전히 증거하는 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결국 이 일을 위해 자기의 목숨을 내어 놓았습니다. 그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던 것입니다.

◆ 목사직과 그외의 직분들
사도의 직분은 다른 사람에게 승계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한된 분들에게만 주어진 직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주님과 사도들의 직무를 계승해야 할 사람들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감독, 장로, 집사, 목사(목자)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들은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직무와 사역을 행하는 이들입니다.

감독은 본래 특정한 직분의 이름이기 보다는, 목회자의 역할 중, 교회 회중을 돌보고 이끄는 역할(행20:28, 벧전2:25)과 관련해서 그렇게 불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조금씩 체계화 되면서 각 개 교회를 감당하는 감독이 필요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빌립보서(1:1)와 디모데전서(3:1,2), 디도서(1:7)는 교회를 책임지는 직분으로 감독이 이미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장로는 본래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가져 왔던 장로 체제를 본 따 그대로 교회에서 활용하고 있는 직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로라는 말의 의미에서 보듯이, 연령적인 면에서 이 분들은 공동체의 연장자들이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연륜이 깊어지며 교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장로로 불렀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베드로도 자신을 장로로 소개하는데(벧전5:1) 그 때 그는 이미 적지 않은 나이를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에, 집사는 처음부터 목회자들을 돕는 직분이었습니다(행6:1-6; 21:8). 감독이나 목사들의 사역에 협력하여 교회를 섬기는 공식적인 직책입니다(빌1:1, 딤전3:8-13). 이 직책도 무척 귀한 직분으로 바울은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딤전3:13).

목사라는 호칭은 감독의 다른 명칭입니다. 에베소서에서는 이 직분이 목회 사역자를 일컫는 명칭임을 분명히 합니다(엡4:11). 교회를 목양하는 목회자에게 언제부터 이 호칭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직분의 기원은 주님의 선한 목자(요10:11,14)라는 말씀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목자장(the Chief Shepherd)으로 소개하고 있고(벧전5:4) 히브리서 기자는 양의 큰 목자(the great Shepherd of the sheep)로 부릅니다(히13:20). 그것은 이 성서들이 기록될 때 목사라는 직책의 호칭이 교회 사역에 이미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삼중직무와 관련해 볼 때, 감독과 장로라는 용어가 다분히 목회 사역자의 다스리는 역할을 주로 가리키는 것이라 한다면 목사(목자)라는 호칭은 삼중직무를 고루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다스림(leading)과 돌봄(caring), 그리고 먹임(feeding)이 모두 양을 치는 목자의 역할입니다. 이처럼, 목사라는 직분의 이름은, 주님 자신이 자신을 가리켜 붙이신 것으로, 주님의 양 떼들을 돌보는 이들에게만 적용하도록 의도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 삼중직 목회 사역
분명히 목회자는 주님의 삼중직의 사역을 교회에서 수행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주님의 왕직, 제사장직, 선지자직의 기능과 역할을 면밀히 이해해서 목양과 교회 사역에 적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목회자 자신이 그리스도를 대체해서 왕권과 제사장권과 선지자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보다는 그리스도 자신이 목회자의 사역을 통해서 직접 왕권과 제사장권과 선지자권을 행사하시도록, 목회자는 쓰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목회자의 삼중직 사역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목회자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이 사역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드러나실 것입니다. 또한 평신도 동역자(장로, 권사, 집사, 리더 등)를 세워 이 삼중직 사역에 헌신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삼중직 사역이 목회자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면 특정한 문제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목회 지도자가 그리스도를 대체해서 왕좌에 앉아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가 구별되어 한 쪽이 다른 쪽의 도움을 받고 그 어느 쪽도 전체의 일을 다할 수는 없도록 한 반면, 오늘날 목회자에게 모든 권한이 다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할 때, 그리스도의 영광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그릇된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도의 삼중직 목회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크게 왜곡되기 쉽습니다. 그리스도는 사라지고 그리스도를 대체하는 교만한 사람만이 남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모든 평신도로 하여금 이 삼중직의 직무를 감당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즉, 삼중직 사역을 함께 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소위 평신도 제자훈련이나 양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훈련된 모두가 나라를 세우는 일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에 참여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들이 왕의 사역, 나라의 사역에 동참합니다. 또 그들로 하여금 다른 이들을 주님께서 이끌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돕고 돌볼 수 있는 그런 영적 리더들로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말씀을 나눌 수 있는 지도자로 키우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 가운데 주일학교 교사나 소그룹(셀, 구역 등) 리더들이 있습니다. 소그룹 리더들은 그룹 성경공부를 이끄는 일을 통해 선지자직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동역은 목회자에게 집중될 수 있는 권한을 분산시키면서 모두 함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한 사역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목회자는 동기부여자, 비전제시자, 훈련자, 격려자 등으로서 역할을 감당합니다.
목회는 그리스도의 사역입니다. 그의 사역이 우리의 모델이 됩니다. 그리스도의 삼중직 사역은 오늘 우리 교회에 필요한 사역의 본입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1월호)